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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혈우병 사회, B형(9인자) 혈우병 치료제의 흑역사"혈우병 9인자 환자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김승근 주필  |  hemo@hemophil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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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2.28  16: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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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근 주필

과거 일부 혈우병 환우들이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치료제를 통한 감염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2003년, 혈우병 환우들과 그 가족들은 국내 제약사를 상대로 총 32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1심 재판에서는 혈액제제 투여와 에이즈 감염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하고, 손해배상 청구 시효가 지나지 않은 환자 1명과 가족에게 5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혈액제제 투여와 에이즈 감염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다"라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피고 회사가 1990년대 초반 무렵부터 B형 혈우병 치료제인 이 사건 치료제를 본격 제조·유통시켰는데 그 무렵 우리나라의 B형 혈우병 환자에서 에이즈 감염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한 사실, 이 사건 치료제는 수백 명 내지 수만 명으로부터 채혈한 혈액을 모아 하나의 풀을 만들어 가공하는 방식으로 제조되기 때문에 혈액제공자 중 한 명이라도 감염자가 있는 경우 그 혈액이 원료로 사용된 풀에서 만들어진 모든 혈액제제가 오염될 가능성이 높은 사실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일부는 이 사건 치료제를 통해 에이즈에 감염됐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라고 판시했다.

즉, 대법원은 피고 제약사의 치료제를 통해 일부 혈우병 환자들이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연관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혈우병 환우들과 정부는 새로운 대체 치료제 도입을 서둘렀다. 당시 환자들이 선호했던 치료제는 8인자 리콤비네이트, 9인자 베네픽스였다. 이들 치료제는 혈액유래의 제제가 아닌 유전자 재조합 치료제였다. 따라서 에이즈를 비롯해서 혈액으로부터 감염될 수 있는 대부분의 바이러스에 대해 원천봉쇄하자는 것이었다. 9인자 환자들의 치료제 베네픽스는 고가의 치료제였지만 마땅히 경쟁사가 없었고 환자들의 법적 다툼이 결론 나면서 급히 대체 치료제가 필요했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제 도입은 급물살을 탔다.

● 소외됐던 9인자 혈우병 환자들

혈우병 9인자(B형) 환자는 8인자(A형) 환자에 비해 발생 빈도가 낮다. 따라서, 혈우병 B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환자 집단을 형성하게 되며, 이로 인해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나 사회적 지원 등에서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9인자 혈우병 치료제의 생산과 공급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8인자 치료제에 대해 다양하지 않아 선택의 폭이 많지 않다. 그리고 의료진의 이해도 역시 혈우병 A에 비해 발생 빈도가 낮기 때문에, 의료진들 사이에서 혈우병 B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혈우병 9인자 환자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 시스템의 개선, 환우회에서의 9인자 환우 자조 모임 활성화, 의료진 교육 및 환자 지원 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화이자의 베네픽스가 오랜 기간 사용되어 왔고 이어 다케다의 릭수비수 그리고 최근 반감기가 연장된 사노피의 알프로릭스가 사용되고 있다. 이들 치료제는 한국혈우재단과 전국의 주요 혈우병 전문 클리닉에서 처방받을 수 있다.

한편, 국내에 새로운 혈우병 9인자 치료제 '아이델비온’이 도입된다는 소식이 전해 지면서 환자들과 혈우병 전문의들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심평원은 약제보험급여 등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치료제는 9인자뿐만 아니라 전체 혈우병 치료제 중, 피하주사를 제외한 응고인자제제로서는 가장 긴 투여간격의 약제로 공급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또 하나의 혈우병 치료제’가 아니라 혈우병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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