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꽃이 가장 아름답단다.”

영화 <뮬란> 중에 나오는 대사다.

내가 고등학생 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왜 굳이 고통까지 겪어가며 사람이 성숙해져야 할까. 그냥 조금 철없어도 고통 없이 살면 안 되는 건가?

그 시절의 나에겐 고통은 웬만하면 안 겪는 게 좋은, 정말 부정적인 것이었다. 고통으로 인해 내가 성숙해지든 말든, 그냥 고통 자체가 주는 거부감과 끔찍함이 싫었다.

물론 지금도 고통이 싫은 건 매한가지다. 아마 이 세상 그 누구도 고통을 즐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고통 후에 성장이 뒤따른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의 인격이 성숙해지려면 반드시 고통이 필요하다. 부정하고 싶은 사실이지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며 더욱 뼈져리게 깨닫게 됐다. 고통을 겪으면 겪을수록 교만은 깎여나가고 나의 모난 부분도 둥글어진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겸손을 배우게 되고 내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몸소 깨닫게 된다.

그렇게 낮은 마음을 갖게 되면, 남을 대하는 태도 또한 달라지게 된다. 상대의 고통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이해하며 위로해 줄 수 있고, 그에 대한 진실 된 조언을 해줄 수도 있다. 또한 남의 아픔을 함부로 판단하는 나쁜 버릇도 고치게 된다.

물론 어마어마한 고통 앞에서 이런 마음을 먹기란 쉽지 않다. 당장 내가 겪는 일이 너무 힘든데 ‘이걸 통해 성장할거니 괜찮아.’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마 손에 꼽을 것이다.

고통을 만났을 때 그 자체로 기뻐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쁘게 여기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기뻐하는 것은 감정인 반면 기쁘게 여기라는 것은 의지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감정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생각과 태도를 바꿀 수는 있다.

사람이 무거운 역기를 오랫동안 들고 있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분명 그의 팔과 가슴 근육이 생긴다. 이처럼 우리도 고통을 견디다 보면 삶의 근육이 단단해질 것이다.

그렇다 한들 우리의 상황이 한순간에 좋아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똑같아도 우리의 마음이 바뀐다면 분명 그 변화가 현실에도 나타날 것이라 믿는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면 차라리 인격의 성숙을 위한 발판으로 삼자. 고통 속에서 인내와 절제, 겸손을 배우고 더 나은 인간으로 성숙해지자.

오늘도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을 당신을 응원하며, 이 글을 마친다.

[헤모라이프 안지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