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새벽 내내 눈이 펑펑 내렸다. 새벽 일찍 교회에 가서 개인 기도를 드리고 온 엄마는 내 방문을 여시며 환하게 웃으셨다.

“딸! 밖에 눈이 펑펑 내렸어. 엄마가 우리 딸 미끄럽지 말라고 빗자루로 쓸어놨으니까 좀 있다 조심히 걸어와!”

“진짜? 아니 추운데 뭘 그렇게까지 했어.”

“아니야. 우리 딸 미끄러지면 안 되잖아. 그리고 엄마가 쓸어놓은 길 위로 어르신들이 다니는 거 보니까 너무 기분 좋더라. 쓸어놓길 잘한 것 같아.”

엄마의 말에 덩달아 미소를 지은 나는 몇 시간 뒤, 몸을 일으켜 준비를 하고 교회로 향했다. 그러자 엄마가 말한 대로 수북이 쌓인 눈길 옆에 빗자루로 쓸어놓은 길이 보였다. 그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왠지 모를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여러분! 이 길, 저희 엄마가 다 쓸어놓으신 거예요!’

속으로 자랑스레 소리친 나는 새하얀 세상을 구경하며 높이 쌓인 눈을 푹푹 밟고 다녔다. 그러다 문득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 신발 젖지 말라고 애써 길까지 쓸어놓으셨는데 내가 이러면 안 되지.’

나는 곧장 엄마가 쓸어놓은 길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길을 걸어가는 내내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이 길이 엄마가 만들어 놓은 길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었다.

이 만큼 나이를 먹었음에도 부모님의 사랑을 확인 받는 건 매 순간 행복했다. 그렇게 신나는 걸음으로 교회에 도착하자 미리 와서 앉아계시는 엄마가 보였다. 나는 엄마 곁에 가서 소곤거렸다.

“엄마. 나 눈 보고 신나서 막 밟고 오다가 아, 엄마가 쓸어놓은 길로 가야지! 이러고 다시 얌전하게 걸어왔어. 잘했지?”

“밟고 싶으면 실컷 밟고 오지 그랬어. 오랜만에 눈 보는데 아쉽지 않았어?”

“괜찮아. 눈은 또 내릴 테니까. 엄마가 정성스레 길을 만들어 놨는데 그냥 올 수는 없지.”

그렇게 서로 눈을 보며 키득거린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그 날, 엄마에게 받은 그 사랑은 아직도 내 마음 속 깊숙이 남아있다.

생각해보면 내가 행복을 느꼈던 순간은 어떤 특별한 일로 인해서가 아닌, 일상에서 느껴지는 작은 기쁨들로 인함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맛있는 식사, 문득 들려오는 기분 좋은 노래, 온전히 혼자 있는 휴식. 내가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소중한 행복이 많았다.

사실 오늘 어떤 글을 쓸까 고민을 많이 했다. 평상시처럼 교훈적인 이야기를 할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오늘은 문득 내가 느꼈던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사실 나의 첫 번째 팬은 바로 우리 엄마다. 아마 지금도 일하시는 틈틈이 이 글을 읽고 계시겠지.

늘 나의 기운을 북돋아 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사랑하는 우리 엄마. 오늘은 그런 엄마에게 잠시 편지를 써보고 싶다.

엄마. 제가 갑자기 엄마 얘기를 해서 놀라셨죠? 오늘은 꼭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있잖아요, 엄마. 제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건 다 엄마 덕분이에요. 생각해보면 제가 가진 모든 장점은 다 엄마에게서 왔더라고요.

‘언제나 겸손해라, 남을 사랑해라, 배려는 습관이다. 언제나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사람은 의지할 대상이 아니라 사랑의 대상이다. 그러니 사람에게 기대하지 말고 사랑만 해주거라.’

아직도 엄마가 하셨던 말들이 귓가에 생생해요. 그땐 분명 흘려들었다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엄마의 그 말들이 저라는 사람을 만들었더라구요.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할 때, 누군가를 대할 때, 늘 엄마의 말을 생각하며 따르기 위해 노력해요.

엄마는 제게 엄마가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미안하다 하시지만 저는 엄마가 제 엄마라 언제나 행복했어요. 아직 많이 부족하고 못난 딸이지만 하루 하루 엄마에게 더 자랑스러운 딸이 되려 노력할게요. 그러니 언젠가 제가 엄마를 호강시켜드릴 때까지 늘 건강하시면 좋겠어요.

아마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엄마는 또 ‘엄마는 괜찮으니까 힘든 사람들 도와주며 살아. 네가 받은 걸 잊지 말고 베풀며 살아야해. 알았지?’ 라고 하시겠죠.

걱정마세요. 그 말씀 잊지 않고 살아갈 테니까. 그러니 엄마, 그것 하나만 잊지 말아주세요. 엄마 딸이 언제나 엄마를 사랑해요.

▲ 엄마가 쓸어놓으신 길

-엄마의 단짝친구 지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