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사람들에게 더 쉽게 화를 낼 때가 있는 법이야. 어떤 경우에라도 항상 널 사랑할 거란 걸 아니까.”

영화 <청바지 돌려입기 2>에서 나오는 대사다.

고등학생 때부터 정말 친한 친구가 있다. 그땐 둘 다 성격이 모나고 날카로워서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다. 하지만 그 친구와 있는 게 너무 즐거워서 서로에게 상처 주는 걸 알면서도 인연을 끊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와 사소한 계기로 크게 싸우며 그동안 가슴에 쌓였던 모든 말을 내뱉어 버렸다. 그 친구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땐 정말 이렇게 절연을 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울고불고 사과를 하며 화해했다.

그때 우리는 같은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이대로 인연을 끊기엔 서로가 너무 소중하다고.’

그날 이후 우리는 서로 약속했다. 우리 사이가 더 가까워지고 세월이 흐르더라도 언제나 서로에게 예의를 지키며 말을 조심하자고.

다행히 그 약속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나는 그날의 약속이 우리를 한층 어른스럽게 만들었다 생각한다. 그 날의 기억이 뇌리에 깊숙이 박혀, 새로운 사람과 가까워졌을 때도 말을 조심하게 되었으니까.

나와 내 친구는 서로가 예민하게 받아들일 법한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장난스러운 욕설조차 절대 내뱉지 않는다. 대화가 끝나면 오늘 대화가 즐거웠다 말하고, 꾸준히 연락해줘서 고맙다며 틈틈이 마음을 전한다.

나뿐만 아니라 이 친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을 곁에 두려면 그만큼 꾸준한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걸 서로를 통해 일찍이 깨달았다.

그 덕에 나는 예전에 비해 가족에게 말을 예쁘게 한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엄마 아빠 언니가 한 말이니 믿어도 좋다. 연인에게도 마찬가지다. 물론 나도 부족한 사람인지라 아직까지 못된 말이 튀어나갈 때도 있지만 그럴 땐 곧장 사과하며 싹싹 빈다.

내게 친절히 대해주는 사람에게 자존심을 부리는 건 쓸데없는 짓이다. 가끔 살다보면 ‘가는 말이 고운데 오는 말이 거친’ 상황이 찾아올 때가 있다. 나는 친절한 사람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안타깝다.

나이가 들수록 순수하게 선의를 베푸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건 다들 느낄 것이다. 이런 삭막한 세상 속에서 나를 배려해주고, 무엇이든 베풀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

가볍고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고마움을 표하며 감사를 전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인생을 좋은 사람들로 채우는 방법이다. 나는 인간관계가 넓지는 않지만 좁고 깊은 편이다. 서로가 기쁜 일이 있을 때 시기하지 않고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슬픈 일이 있을 때 한걸음에 달려가 함께 울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정말 복된 일이다. 그렇기에 나는, 앞으로도 나의 소중한 인연들을 더욱 아끼고 사랑할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 당신에게 진심을 다해 선의를 베풀고 배려한다면 꼭 그 마음을 알아주고 고맙다고 말해주자. 아마 그 사람은 당신의 그 말 한마디에 당신을 더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 여름 해운대는 함께 즐기고 싶은 사람들과, 겨울 해운대는 정말 소중한 사람과 함께 오면 좋을 것 같은 곳이다.

[헤모라이프 안지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