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으로 코헴회(혈우병 환우단체) 캠프를 아이 아빠, 아이와 함께 출발하기로 한 전날밤... 셀레는 마음으로 내일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아이와 캠프에 참가하기로 한 것이 잘한 것인지 조금의 고민과 설렘이 함께하던 엄마와 아빠... 우리는 그렇게 곤히 잠들고 다음날 일정을 조금 일찍 마친 후 캠프장소로 출발했다.

우리 가족은 우선 단체복과 물품을 감사히 받아들고, 숙소에 들어가 짐 정리를 하였다. 감사히도 우리 가족은 같은 지회분들의 배려로 가족이 함께 숙소를 사용할 수 있었다. 때문에 왠지 가족여행 온 것 같은 설렘으로 가득하던 때, 지원이는 친구와 놀겠다며 방을 뛰쳐 나가고, 아이 아빠도 즐겁게 한잔 하시러~ 방을 뛰쳐 나가 버리셨다~^^ 캠프에 오니 우리집 남자들이 들떠서 오히려 내가 자유롭고 편했다. 잠도 쿨쿨~ 잘잤다.ㅎㅎ

아침 식사를 한 후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는 일정안내표에 따라 강당으로 들어서는데...아하하하~ 세상에나 정말 내가 정말 좋하는 책을 집필하신 '혜민스님'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너무 설레고 기뻐서인지 학교다닐 때 한번도 앉아볼 생각 안하였던^^ 맨 앞자리에 자리를 잡고 강연속으로 빠져 들었다.

▲ 코헴여름캠프 둘째날 초청강연에 와주신 혜민스님

좋은 말씀들로 귀한 시간을 함께 해주신 혜민스님이셨다. 사실 그저 혜민스님을 이렇게 뵐수 있다는 영광에 나도 모르게 사심 가득하게 '캠프에 오길 정말 잘했다'라는 생각을 마음속 깊이 하고 있었다.

혜민스님은 파바로티, 박찬호 같이 심리적 신체적 어려움을 갖고도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예로 이야기를 시작하시면서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말씀해주셨다. 스님도 어렸을 적 너무 가난해 제대로 배울 수 없었던 결핍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게 지금의 자신을 만든 원동력이었다고 하시면서 혈우라는 희귀질환을 극복하고자 하는 코헴가족들은 '큰 힘을 가진 분들'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혜민스님은 "사람들이 자꾸 결혼도 안한 자신에게 부부사이의 문제에 대해 물어온다"고 조크를 하시면서도 부부관계의 꿀팁을 이렇게 알려주셨다.

1. 남편은 아내의 말을 분석하지 말고 공감해줘라. 감탄사를 연발하고 끝말만 반복해도 평균 이상은 간다.
2. 돈만 벌어다주지 말고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라.
3. 아내와 함께할 시간이 훨씬 기니까 고부간 갈등이 생기면 미래를 생각해서 아내편을 들라.
4. 아내는 남편을 맘대로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 '하루빨리 포기해라'
5. 아이들하고 작당해서 남편 왕따시키지 말아라.
6. 큰누나의 마음으로 남편을 측은하게 여긴다.
웃기도 많이 웃고 공감, 또 공감되는 말들이어서 머릿속에 쏙쏙 남겨두었다.

또 '힘들고 우울할 때 드는 생각은 거짓이니 믿으면 안된다'라고도 하셨고, '아이에게 말 안듣고 공부 안하는 유전자를 물려준 건, 나다'라고 하신 말씀에도 박수치며 공감했던 기억이 남는다.

▲ 혜민스님의 말씀을 듣고 있으면 저절로 공감의 박수가 나왔다.

이어 혜민스님의 음성에 따라 마음치유 명상을 했다.

"마음아, 참 고맙다. 너가 아프다고 그래도 내가 바쁘다고 무시하고 살았는데 이 생에 와서 니덕에 참 많은 것을 배웠구나. 나때문에 많이 아팠지? 나는 나를 사랑합니다"

가슴을 쓰다듬으면서 이렇게 스님의 말씀을 따라했고 마음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명상 뒤에 눈을 떴을 땐 많은 회원들이 눈물을 닦아내면서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바뀌어 진 걸 볼 수 있었다.

스님은 말씀을 마치시면서 "부디 행복해지시기를"하는 축원을 이날 하루 주면 스무 명에게 할 것을 당부하셨다.

귀한 강연 후 우리 가족은 부산 국제시장 투어에 참여해 맛집 떡볶이를 맛보고, 비빔당면도 처음으로 맛볼 수 있었다. 투어 후 코헴의 밤에서는 코헴회 가족분들과 함께 귀한 음식을 먹고, 코헴회 가족들의 즐겁고 신나는 장기자랑 시간을 함께 하였다. 정말 오랜만에 즐겁게 즐기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코헴의 밤을 함께 하며 '캠프에 오길 정말 잘했다'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둘째날 밤까지 함께 하고 아쉽지만 먼저 집으로 올라가야 해서 늦은 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출발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세시간 여 가량 곤히 잠든 아이를 보며, 아이 아빠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사실 지원이가 아기였을때부터 캠프 소식을 자주 들었었지만 선뜻 참여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가족도 마음이 많이 편해지고 받아들일 수 없던 것들을 받아들인것인 것 같다. 그래도 첫발을 떼기 쉽지 않았던 캠프의 참여는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만남이고 희망이었던 것 같다.

캠프에서 많은 대화는 나누지 못하였지만 자원봉사를 해주신 젊은 학생분들을 뵈며, 젊음의 열기를, 그리고 밝음에 너무 감사하였다. 그리고 어른분들의 건강한 웃음과 건강함을 유지하시는 모습들에 참 많이도 감사하였다. 그리고 어머니들... 너무 환하게 웃으시며 즐기시고 함께 하시는 모습에 내 자신에 대한 반성과 "더 씩씩해지자" 마음속으로 다짐해 보았다.

▲ 명상중인 한 어린이 회원

캠프에서 돌아온 다음날 지원이는 캠프에서 만난 형아, 누나, 동생,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고 아쉬워하였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냐고 자꾸만 물어보는 우리 아이^^ 아이에게 캠프는 처음부터 설렘이었고,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설렘을 가지고 내년의 캠프를 기다리고 있었다.^^

걱정 반 기대 반이었던 엄마아빠도 내년 캠프는 어딜까? 궁금해 하며 또 기다려지는 건, 이번 캠프에서의 좋은 기분과 좋은 기운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아! 혜민스님이 내주신 숙제(20명에게 마음으로 행복, 건강, 행운을 빌어주라고 하셨는데..)를 사실 아직 하지 못했었는데 나머지 공부처럼 늦게나마 숙제를 하려 한다.

"캠프에 오신 모든 분들, 함께 하지 못한 모든 분들 모두 건강하시길~^^"
"위로가 필요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시길~^^"
"이 세상 모든 아이들과~ 모든 사람들에게 행운이 가득하시길~^^"

부족하지만... 마음 속 깊이 바라본다.

"스님~~~ 저 숙제 다 했습니다~"

회원여러분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내년에 더 건강하게 즐겁게 뵈었으면 합니다. 모두 모두 파이팅하세요~^^

[글 : 길지원 모 / 편집 : 헤모라이프 편집부 / 사진 : 헤모라이프 객원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