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달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뭘 해도 잘되지 않을 때 그럴 때는, 신이 주신 휴가라고 생각하는 거야.”

드라마 <롱 버케이션>에서 나온 대사이다.

살다보면 요즘 따라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모든 일이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내가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하는 일마다 꼬여만 갈 때. 심지어 건강까지 무너질 때. 우리는 그럴 때 보통 불만을 내뱉으며 세상을 원망한다.

하지만 원망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차라리 그럴 땐 내 생각을 바꾸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다.

“에휴, 뭘 해도 안 되네. 그래, 지금은 그냥 푹 쉬라는 하늘의 계시인가보다.”

최근에 아버지의 다리가 안 좋아지셨다. 언제나 활발하던 아버지가 조용히 침대에 누워계시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마음이 쓰일 수가 없었다. 그 좋아하시던 술도 잠시 끊으셨다.

물론 아버지 입장에서는 정말 최악의 시간이었겠지만, 실제로 몸의 독소가 밖으로 배출되며 해독작용이 일어났고 술을 끊은 덕에 배가 많이 들어가셨다. 며칠 전 아버지가 여기저기 다 아프다며 한탄을 하자 어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보, 여보는 건강 빼고 다 가졌잖아. 당신 사랑하는 나도 있지, 우리 딸들도 있지 뭐가 부족해.”

아버지는 툴툴거리셨지만 그 말에 나름 공감하셨다. 아버지가 집에 계신 덕분에 우리는 평소보다 자주 함께 밥을 먹었고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었다.

매일 매일 세상을 바쁘게 살아가던 아버지의 인생에 이처럼 쉬는 날이 찾아온 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모든 건 아버지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신의 계시가 아니었을까?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아버지는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며 투덜거리시겠지만 내 생각은 그렇다.

▲ 이스탄불 외곽에서 바라본 보스포러스 해협. 여행에서도 너무 일정에 치여 열심히 다니기보다 생각을 비우고 나를 보충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동차 경주를 할 때 가장 많이 일어나는 차량 고장이 있다. 바로 엔진 오버히트이다. 레이싱 도중 일어나는 수많은 급가속에 엔진이 과열되어 버텨내질 못하는 것이다.

우리도 이처럼 과열되는 날들이 있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달려서 온몸이 과열된 엔진의 피스톤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는 건 아주 멋진 일이다. 그러나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는 나의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적절하게 유지해 주어야 한다.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여 쉴 틈이 없을지라도, 하루에 한 번쯤은 웃을 수 있는 일을 내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등, 우리에겐 분명히 휴식이 필요하다.

너무 열심히 사느라 몸과 마음이 과열되어 있다면 이제 자신을 식혀야 한다. 오랜 시간이 아니어도 괜찮다. 잠깐의 환기만으로도 사람은 새로운 힘을 얻는다. 그러니 오늘 숨 가쁜 하루를 보냈다면 잠시 멈춰서 휴식을 취하자. 뜨거운 엔진을 식히고 냉각수를 다시 보충해주자.

“오늘도 수고했다. 나 자신아. 정말 장하다...!!!”

이렇게 칭찬도 해주면서, 그렇게 나를 돌봐주자.

[헤모라이프 안지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