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동안은 아무것도 끝나지 않아. 내가 오늘 좀 잘 됐다고 그걸로 내 인생 끝나는 거 아니고, 내가 오늘 좀 잘못됐다고 그걸로 역시 내 인생 끝나는 거 아니니까.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결국 다 지나가는 거야.”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나온 대사다.

1년 전쯤인가. 기분이 너무 우울했던 날이 있다. 딱 하루만에 지나가는 감정이면 좋았을 텐데 그 우울함이 몇 주 동안이나 지속됐다.

아무리 우울함의 이유를 찾으려 해봐도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우울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우울이 극심해졌기 때문일까, 나는 차라리 빨리 이 생을 끝내고 싶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우스운 건 그렇다고 내게 큰 슬픔이 있던 것도, 큰 아픔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땐 그냥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고 세상이 싫었다. 그중 제일 싫었던 건 바로 나였다.

그런데 이런 극한의 감정을 느낀 바로 다음 날. 나는 행복해 죽을 것 같다는 말이 뭔지 체감하게 되었다. 어떤 이유로 갑자기 행복해졌는지는 솔직히 기억나질 않는다. 그저 너무 행복하다는 감정만 아직까지 남아있을 뿐이다.

하루 사이에 엄청난 감정의 변화를 느껴서일까. 나는 여전히 그 날이 생생하다.

‘아, 오늘 죽을 것 같아도 내일은 완전 다른 날이 찾아올 수도 있는 거구나. 기적은 먼 곳이 아니라 내 옆에 있는 거구나.’

머릿속을 강타하는 깨달음을 얻었던 그 순간, 어쩌면 이 사실을 깨닫고자 내가 그리도 우울했던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그 날 이후 갈대처럼 흔들리던 마음에 평온이 찾아왔다.

힘들어 죽을 것 같은 마음도, 좋아 죽을 것 같은 마음도 전부 한때라는 걸. 그러니 오늘을 망쳤다고 내일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되자 조금은 의연한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오늘 어떤 실수를 했든 그 실수 한번이 인생 전체를 결정 짓지는 않는다. 실패는 딱 그 순간의 실패일 뿐, 다음 순간이 오면 다시 새로운 선택지가 주어진다.

사람들은 누구나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선택이 쌓여 인생이 만들어진다. 이번에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 그 다음 선택을 현명하게 하면 된다. 오늘 실수를 했다면 내일 만회하면 된다.

그러니 실수 한 번으로 당신의 인생이 끝났다 단정 짓지 마라. 인생을 단정 지어버리면 눈앞에 다가온 새로운 기회와 희망도 발견하지 못하게 된다.

어제의 실패는 지나갔다. 오늘은 당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날이다. 잊지 말자. 당신의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올겨울은 눈이 제법 많이 내린다. 내릴 때는 즐겁지만 다음날은 질퍽거릴 수 있으니 주의.

[헤모라이프 안지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