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심 강하고 열정적인 기자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 벤자민은 최근 사랑하는 아내와 사별한 뒤 엉망인 생활을 보내는 아이들을 위해 이사를 결심한다. 이들이 결정한 곳은 다름 아닌 ‘저택이 딸려있는 동물원’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딸이었던 로지가 이곳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동물원의 ‘동’자도 모르는 벤자민은 모험심이 발동했고 전 재산을 털어 이 동물원을 사기로 결심한다. 그가 결정을 내리는데 썼던 시간은 단 20초.

덜컥 동물원에 입성한 벤자민 가족은 헌신적인 사육사 켈리와 함께 동물원을 오픈하기 위한 최고의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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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때론 미친 척하고 딱 20초만 용기를 내 볼 필요가 있어. 진짜 딱 20초만 창피해도 용기를 내는 거야. 그럼, 장담하는데 멋진 일이 생길 거야.”

세상에 아무런 이유 없이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두려움을 느끼는 데에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래서 두려움을 이겨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옛날에 친구들과 단양에 놀러간 적이 있다. 어딜 가서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우리는 패러글라이딩을 하기로 했다. 오직 천 하나에 의지해서 하늘을 날아야 한다니. 두려움이 앞섰지만 그만큼 호기심이 컸다. 그래서 우리는 옷을 갈아입고 덜컹거리는 길을 지나 높은 산으로 올라갔다.

트럭을 타고 점점 더 위로 올라갈 때마다 높아지는 경사에 눈앞이 아찔해졌다. 이러다 트럭이 엎어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경사진 길들은 우리를 더욱 겁먹게 했다. 그렇게 친구와 두 손을 꼭 맞잡아가며 기도하던 순간 우리는 어느새 정상에 도착했다. 광활한 하늘과 까마득한 절벽. 가슴이 뻥 뚫리는 그 풍경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감탄도 잠시, 우리에게 선택의 시간이 찾아왔다. 과연 누가 먼저 하늘을 날 것인가....! 서로 눈치 싸움을 하던 우리는 정정당당하게 가위바위보를 하기로 했다. 총 세 명 중 두 번째 순서에 서게 된 나는 안심했다. 처음이 아니라는 것만으로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안도감도 잠시, 저 멀리서 조종사 분이 커다랗게 외치셨다.

“거기 빨간색 옷 입으신 분! 가장 먼저 탈 거니까 이리 오세요!”

빨간색 옷? 아무리 봐도 세 명 중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현실을 부정하며 뒷걸음질 친 순간 아저씨가 덤덤한 얼굴로 날 끌고 가셨다. 전 두 번째에요...!! 라고 간절하게 소리쳤지만 아저씨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며 웃으셨다. 결국 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절벽 앞에 섰다. 그때 아저씨는 말하셨다.

“달려요. 그냥 절벽을 향해서 계속 달리는 겁니다!”

달리라니. 바로 앞이 까마득한 절벽인데 그냥 달리라니...!! 이게 맞는 건가. 이러다 날지 못하고 뚝 떨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한 번도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데, 막상 절벽에서 뛰어내릴 생각을 하니 다리가 덜덜 떨릴 정도로 무서웠다.

그냥 여기서 포기할까? 나 진짜 못 할 것 같은데.

뒤에서는 뛰라고 보채지, 앞은 낭떠러지지, 정말 미칠 것 같았다. 그 순간 이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아냐, 딱 20초만 용기를 내보자. 눈 꼭 감고 그냥 달려보는 거야.’

긴 시간도 아니었다. 그저 눈을 감고 앞을 향해 달릴 20초. 내게 필요한 건 짧은 용기였다. 그래서 주먹을 불끈 쥐고 앞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서서히 발끝이 땅에서 떨어지더니 한순간 몸이 붕- 떴다.

그대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와는 달리 바람은 내 몸을 두둥실 띄워 안정감 있게 받쳐주었다. 발 아래서 느껴지는 바람, 시원한 공기, 심지어 나보다 아래에서 나는 새까지.

태어나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비행을 마치고 땅으로 착지했을 때, 나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 짧게나마 용기를 냈던 아까의 내가 무척 대견했다.

생각해보면 두려움이란 놈은 참으로 지독해서, 한 번 느끼기 시작하면 몸과 마음이 굳어지며 더욱 깊어진다. 하지만 이처럼 용기에도 관성이 있다. 비록 20초뿐일지라도 용기를 내기 시작하면 용기의 크기도 더욱 커진다.

큰 용기가 없다면, 순간의 용기라도 좋다. 단 한 순간만 용기를 내서 두려움을 떨치는 행동을 해보자. 내가 이처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듯이 어쩌면 20초의 용기가 우리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

▲ 충북 단양 패러글라이딩 출발지점에서

[헤모라이프 안지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