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하얀 거탑> 중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런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이 세상에는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인간관계에 치여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 물론 나도 그랬다.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잘 지내는데 나는 왜 이렇게 적이 많을까. 홀로 고민하며 잠못들던 날들도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억울함이 훅 치솟았다.

‘대체 왜? 나는 분명 최선을 다해 잘해줬는데, 저 사람은 왜 이렇게 나를 싫어하지?’

입을 꾹 다물고 고민하던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무작정 그 사람을 찾아갔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대체 왜 내가 싫은가요?”

그러자 상대는 나를 빤히 보다 말했다.

“그냥 싫어.”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냥 싫다니.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

실의에 빠져 넋을 놓고 있던 그때 주변 사람들이 와서 어깨를 토닥였다.

“이건 너의 문제가 아니라 저 사람의 문제야. 어차피 널 싫어하기로 작정한 사람은 네가 무슨 짓을 해도 싫어할 거야. 그러니 굳이 저런 사람에게 잘해주려 하지마.”

나의 문제점이 뭐길래 저러지? 라는 생각을 반복했던 나에게, 그들의 위로는 인간관계란 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또 다시 깊은 고민에 잠겨있던 나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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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어. 가장 유명한 연예인도 악플을 받는 게 현실인 걸.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나쁜 소리를 듣는데 내가 미움 받는 게 뭐 그리 이상한 일이겠어.’

그리 생각하고 상대를 대하니 상대가 내게 어떤 악의를 품고 대해도 별다른 타격감이 없어졌다. 내가 조금의 흠도 없는 완벽한 사람이었다 해도, 내가 완벽해서 싫다는 말을 할 사람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굳이 에너지를 쏟지 않게 되었다.

세상에는 내가 아등바등해도 되지 않는 일들이 있다. 나에게는 그게 인간관계였다. 그러나 이젠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상대를 대했는데도 반응이 좋지 않으면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 생각한다. 그저 우리가 안 맞는 사람일 뿐.

세상에는 참 좋은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좋은 그 사람이 나에겐 좋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나쁜 그 사람이 유독 나에겐 좋은 사람일 경우도 있다.

사람은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인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은 모습을 보이게 만드는 사람들만 만난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나를 그런 사람으로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좋아서. 그런 사람들에겐 더 좋은 모습을 보이려 노력한다.

모든 사람들이 날 좋아해주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건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당신의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움받고 있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이렇게 매력적인 나를 싫어하다니. 저 사람은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런 사람을 싫어하는 그런 사람이군!”

▲ 사람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로 힘겨울 때, 나 스스로를 추앙하고 싶을 때, 조용히 우러난 차를 한 잔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요새 즐겨 마시고 있는 수국차 앞에서 스스로 따뜻해지고 깊어지는 법을 배우고 있다.

[헤모라이프 안지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