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뒤흔들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400년 전 지구에 떨어진 외계남 도민준과 왕싸가지 한류여신 톱스타 천송이의 기적과도 같은 달콤 발랄 로맨스이다.

주인공 천송이는 일련의 사건에 휘말려 톱스타에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이때 가장 친한 친구인 유세미의 배신을 겪는다.

학창시절 친구이자 같은 직업을 가진 배우로서 한평생 천송이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살았던 유세미는 천송이 또한 자신처럼 추하고 비참해지길 바라며 악담을 퍼붓는다. 천송이는 그런 유세미에게 이런 말을 한다.

“사람 심리가 그렇다더라. 나보다 좋아 보이는 곳에 있는 인간을 보면, ‘나도 거기 가야겠다.’가 아니라 ‘너도 내가 있는 구렁텅이로 내려와라, 내려와라.’ 그런대. 미안하지만, 나는 거기 안 내려가. 니가 사는 구렁텅이. 누구를 질투하면서 미워하는 지옥에 빠져 사는 짓. 나는 안 해.”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그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느낀 인생의 진리다. 나보다 좋은 외모에 멋진 재능을 가진 채, 더 좋은 환경에서 편하게 꿈을 이루며 사는 사람은 수없이 많다.

내가 디자인 학과로 진학 한 뒤, 나는 재능의 차이가 무엇인지 처절하게 깨달았다. 나에겐 정말 어려운 일이 저 사람에겐 너무 쉬운 일이구나. 라는 걸 느낄 때마다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분명 나도 그림깨나 그린다는 소리를 들으며 컸는데, 주변 동기들은 프로 작가가 따로 없었다. 그때마다 얼마나 속상하던지 눈앞이 캄캄한 기분이었다. 내가 이렇게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가 잘못된 길을 선택한 건 아닐까 두려웠다.

내 재능은 어중간 했고, 이런 어중간한 재능이 늘 아쉬웠다. 그러나 남들을 부러워하고 시기하는 감정이 ‘열등감’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 이 감정이 나를 갉아먹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도.

그 때부터 나는 다르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나는 열등감에 빠져있어. 아마 죽을 때까지 이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겠지. 그러니 차라리 이 열등감을 원동력으로 붙잡고 살자.’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나는 빠른 진도에 허덕이며 머리를 싸맸다. 고등학생 때부터 디자인 툴을 다룰 줄 알았던 동기들과 달리 나는 디자인 툴을 여기서 처음 배웠기 때문이었다.

‘망했다. 진짜 하나도 못 알아 듣겠어. 이러다 학과에서 꼴찌하면 어떡하지?’

강한 압박감과 열등감을 느끼며 진짜 자퇴라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순간, 나는 고개를 젓고 마음을 다 잡았다.

‘그래. 난 쟤네들에 비해 한참 부족해. 그러니까 그만큼 더 많은 노력을 쏟아 부으면 돼.’

그래서 나는 모든 수업 내용을 녹화한 뒤 강의가 끝나면 매일 같이 복습하며 프로그램을 연습했다. 그들이 3시간 만에 과제를 끝낼 때 나는 5시간이 필요했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내가 저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내 작품에서 보충해야 할 것은 없나?’

그들이 모든 과제를 끝내고 쉬러갈 때 나는 그들의 작품을 분석하며 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부족한 재능을 시간과 노력으로 메꿨다. 남들보다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많이 작업을 하는 게 습관이 되었을 쯤 한 학기가 끝났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 성적표를 확인 한 그날, 나는 부모님 품에 안겨 펑펑 울었다.

과탑. 내가 우리 학과 일등이었다.

그때의 그 쾌감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옳았다는 걸. 남들을 질투하고 그 사람이 불행해지길 바라는 것보다 나에게 집중하고, 나에게 투자하는 게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걸.

내가 원망했던 어중간한 재능은 나를 끊임없이 채찍질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고 그 결과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이후, 나는 매 학기 과탑을 하진 못했지만 차석과 과탑을 번갈아 하며 4등 이하로 내려가 본적이 없다. 미칠 듯 노력해서 얻은 성공의 경험. 그 값진 경험은 내 인생의 커다란 버팀목이 되었다.

만약 당신이 열등감에 빠져 있다면, 상대가 아닌 스스로에게 집중해라. 부족한 만큼 채찍질하고 필사적으로 노력해라.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어느 날 알게 될 것이다.

‘아, 내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이 정도의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었어.’

그러니 열등감이라는 지옥 속을 허우적거리지 말고 나와라. 당신은 이미 멋진 사람이고, 앞으로 더 더욱 빛날 테니까.

[헤모라이프 안지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