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에 사는 견습 수녀 마리아는 들판에서 노래를 부르다 미사 시간에 늦기 일쑤다. 원장 수녀님은 이런 마리아를 본 트랩가의 가정교사로 보낸다. 본 트랩 대령은 부인을 잃고 7명의 자녀를 군대처럼 엄격하게 훈육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런 아빠의 관심을 받기 위해 가정교사에게 쉼 없이 장난을 치고 가정교사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모두 그만두고 만다.

본 트랩 대령이 약혼녀를 만나기 위해 한달 간 자리를 비우자, 마리아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엄격한 대령과는 달리 자유분방한 마리아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와 춤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며 아이들과 친해지고, 그들에게 삶의 기쁨을 되찾아 준다.

한달 후, 본 트랩 대령은 약혼자인 남작부인과 친구 맥스를 저택으로 데리고 온다. 그가 성대한 파티를 열자 아이들은 사람들 앞에서 그 동안 배운 노래를 선보이는데, 합창 대회를 준비하던 맥스는 노래를 잘하는 본 트랩가의 아이들을 보며 눈독을 들인다.

마리아와 본 트랩 대령은 파티에서 춤을 추며 미묘한 감정에 휩싸이고 자신이 대령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은 마리아는 아이들 곁을 떠나 수녀원으로 도망친다. 아이들은 마리아를 찾아가지만 마리아는 그대로 돌려보낸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을 알아챈 원장 수녀님의 조언으로 마리아는 용기를 내어 본 트랩가로 돌아간다. 하지만 마리아가 들은 건 본 트랩 대령이 남작부인과 결혼을 할 것이라는 소식이었다.

돌아온 마리아를 보며 자신의 마음이 남작부인이 아닌 마리아에게 있다는 것을 깨달은 대령은 남작 부인과 파혼한 뒤 마리아에게 고백한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축복 속에 결혼하고 그렇게 신혼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본 트랩 대령을 눈여겨보던 독일은 그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 마자 전쟁터로 나갈 것을 명령한다.

애국심이 강했던 대령은 자녀들과 함께 오스트리아를 탈출하려 하지만 미리 매복하고 있던 독일군에게 잡히고 만다. 기지를 발휘한 대령은 가족 모두 합창단 대회에 가는 길이라 말하며 시간을 끈다. 우여곡절 끝에 군인들의 눈을 피해 수녀원으로 도망친 그들은 수녀님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출하게 된다. 마리아와 대령, 아이들이 알프스 산맥을 넘어 스위스로 향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신은 한쪽 문을 닫을 때 다른 창문을 열어 놓으신단다.”

이 말은 원장수녀님이 흔들리는 마리아에게 하셨던 말씀이다. 한 평생 수녀가 되는 것을 꿈으로 생각했던 마리아는 자신이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그녀로서는 유일한 문이 닫힌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에겐 또 다른 창문이 남아있었다. 바로 사랑이라는 창문이었다.

꿈을 향한 여정에서 실패하게 되면 우리는 큰 좌절감을 느낀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사람의 마음은 더없이 참담해진다. 그렇게 좌절하며 몸부림치다 결국 꿈을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패는 또 다른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

나의 첫 취업은 디자인 회사였다. 예상대로 회사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잦은 야근과 주말 출근으로 몸과 정신은 피폐해졌고 위경련이 찾아와 허리를 펼 수가 없었다.

졸업 전시와 회사 출근을 함께 하다 보니 뇌가 점점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결국 나는 얼마 못가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회사에 학을 뗐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을 하며 살고 있다. 그땐 정말 죽을만큼 회사가 싫었고 힘들었다. 종종 이런 후회를 했다. 처음부터 좋은 회사를 갔다면 나도 직장생활을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괜히 그 회사에 취업을 해서 겁쟁이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주변 친구들은 멀쩡히 직장생활을 잘만 하는데 나는 왜 이럴까, 하는 부러움과 패배감도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뒤늦게 깨달았다.

‘아. 내가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직장생활을 했다면 이렇게 글을 쓸 일은 없었겠구나. 내가 만든 수많은 책들이 나오지 않았을 테고, 매일 쳇바퀴 같은 하루를 보내며 말라갔겠구나.’

분명 회사 생활은 내게 큰 트라우마를 남겼지만 그 덕에 글이라는 새로운 문을 열 수 있었다. 안정적인 생활이 끝난 대신 심적 자유와 창작의 기쁨을 느끼게 된 것이다.

물론 이 생활이 좋기만 한 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충분히 감사함을 느끼며 살고 있다. 그러니 만약 당신에게 실패가 닥쳐왔다면, 열려야 하는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그땐 심호흡을 하고 주위를 크게 둘러보자.

어쩌면 당신이 무심코 지나쳤던 희망이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잠깐의 실패에 움츠러들지 않는 사람이다. 아니, 이건 실패가 아닌 또 다른 분기점일 뿐이다. 그러니 기억하라. 당신 인생의 새로운 문은 무조건 열려있다.

[헤모라이프 안지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