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전도몽상(顚倒夢想)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사물을 바르게 보지 못하고 거꾸로 보는 것으로써, 헛된 꿈을 꾸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꿈인 줄을 모르고 현실로 착각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이 속세로 건너오면서 물질만능 시대의 사회를 빗대어 말하기도 한다. 사람을 위해 돈을 만들었는데 돈에 너무 집착하다보니 사람이 돈의 노예가 되었다고 하면서 전도몽상이라고 말한다.

한발 더 나아가보자, 혈우병을 갖고 있는 환자들 사이에서는 이 말이 어떻게 사용될 수 있을까? 혈우환우를 치료하기 위해 치료제를 만들었는데, 치료제에 너무 의존하다 보니 건강관리에 오히려 힘쓰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을까?

혈우사회에선 예방요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개선된 치료제에 큰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정작 기초체력관리 휘트니스(fitness)에 대해선 너무 무관심한 게 아닐지 생각해봐야 한다.

혈우환우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잦은 관절출혈로 관절기능이 현저하게 상실되었다고 판단되면 인공관절 수술 등의 수순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러나 평소 신체관리를 통한 자신의 몸 돌봄에 대해선 소홀하지는 않은가?

물리치료나 재활치료는 대체적으로 사후관리에 속한다. 그러나 평소 체련단련을 통한 사전관리는 사실상 혈우사회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수영 사이클 등이 좋다고는 하지만 마땅히 이런 것에 취미가 없으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무엇인가에 동기부여가 명확하고 전문의료인들의 강한 지적이 없으면 그냥 지나치고 만다.

이런 가운데, 환우들의 각자 신체와 특성에 맞춰 운동치료를 계획하고 처방하며 지도 관리하는 ‘운동처방’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져볼만하다.

운동처방은 의사의 진료기록을 검토하고 환우들과의 면담을 통해 환우에게 적합한 운동을 선택하게 되는데, 처방에 앞서 혈압, 체성분 검사 등 기초체력을 검사하는 과정을 거친다. 물론 심전도, 대사량측정 등 운동능력도 검사하게 되며, 개별 면담결과, 진료기록 그리고 검사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운동치료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환우에게 피해야 할 운동과 권장되는 운동방법 그리고 운동횟수 등 상당히 디테일하게 설명하게 된다. 특히 처방만하고 그치는 게 아니라 운동처방에 따른 실시 유무 등을 점검하고 평가까지 지속관리를 하게 된다.

최근 혈우환우들이 치료제에만 의존하려는 경향이 높아진다면 사전치료 개념의 휘트니스를 계획해 보고 자신에게 맞는 운동처방을 받아 보면 어떨까?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