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은 기존의 전 국민 의료보험을 규정하는 ‘오바마케어(Obamacare)’를 폐지하고 ‘트럼프케어(Trumpcare, AHCA(American Health Care Act of 2017)’법으로 대체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으나, 공화당 내부의 이탈표로 18일(현지시간) 사실상 무산됐다.

미국 혈우사회도 ‘오바마케어’법을 대체하는 ‘트럼프케어’법안은 “치료권이 손상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다.

◇ ‘오바마케어’ Vs ‘트럼프케어’

‘오바마케어’의 공식명칭은 ‘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PPACA, 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이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 의료보험’이라는 제도가 있지만 미국은 모든 이들이 필수적으로 의료보험을 들어야 하는 규정이 없었다. 때문에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게 달랐다. 따라서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Sicko, 2007)’처럼 보험에 들지 않은 이들은 병원에서 간단한 처치만 받아도 상당한 의료비를 지불해야 했다.

그래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임직 시절에 가난한 중상층 이하의 사람들을 위해서 민영보험에만 의존하는 기존 의료보험 시스템을 대폭 손질하고, 전 국민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를 골자로 한 ‘오바마케어’법을 완성시켰다. 이로써 미국 내 3200만명 가량의 저소득층 무보험자들을 건강보험에 가입시키고 중산층에 보조금을 지급해 의료비 부담을 낮추게 하는 정책이 마련됐다.

‘오바마케어’의 주요골자는 ▲전 국민의 의료보험 가입 의무화 ▲무료 보험의 적용 대상 확대 ▲정부가 지정한 (저소득자용) 보험 상품에 정부 보조금 제공 ▲보험사의 가입자 차별 금지 ▲이를 거부하는 개인 및 기업에게 무거운 벌금 부과 및 징수 등이다. 다시 말하면 각자의 판단으로 의료보험을 가입유무를 맡겨왔으나, 저소득층은 의료보험의 가입을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모든 국민을 나라에서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시키고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에게는 국가가 지원을 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오바마케어(Obamacare)’를 폐지하고 대체법안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막대한 예산소모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오바마케어’를 대체하는 법으로 소위 ‘트럼프케어’법을 제시했다. 주요골자는 ▲‘오바마케어’의 핵심적인 내용이었던 “건강보험 가입을 법적 의무화하고 미이행 시 개인과 고용주에 모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전국민 의무 가입' 규정”이라는 부분을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보험료 지원 기준을 현행 소득 기준에서 연령 기준으로 변경하되, 지원 대상은 연간 소득 7만5천 달러(가구당 15만 달러) 이하로 한정하는 내용과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지원) 소요 재정의 연방정부 지원액에 지원 한도를 설정하고 ▲의료저축계정(HSA)에 대한 면세 한도를 1인당 3천400 달러에서 6천600 달러로 인상하고 ▲인출액 중 의료비에 사용하지 않은 금액에 대한 세율을 20%에서 10%로 반감 ▲또한 고령자에 대한 보험료 할증 한도도 현행 3배에서 5배로 상향 조정 ▲외래·응급·인원 등 10개 항목에 대한 필수 의료보장 규제 권한을 2020년부터 연방정부에서 주정부로 이양 ▲그리고 미국 가족계획연맹(낙태·피임 지원 단체)의 낙태 시술에 대한 연방예산 지원 규정을 삭제 ▲저소득층(연방빈곤선 100~250%)의 본인부담(deductible) 비용을 조세 환급으로 지원하는 현행 조항도 2020년부터 폐지 ▲전 국민 건강보험 의무 가입을 사실상 없애는 대신 보건소 예산으로 올해 4억2천200만 달러를 추가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당초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장하는 ‘오바마케어’ 폐지의 이유는 막대한 예산 때문이었는데, 대체법으로 제시한 내용에 부가적으로 손질한 지원정책 등으로 살펴보면 사실 이 대체법안도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된다. 따라서 같은 당 소속 의원들도 “‘트럼프케어’도 여전히 보조금을 지나치게 많이 지급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중도파 의원들은 “현행 ‘오바마케어’를 폐지할 경우 저소득층 백인들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18일(현지시간) 상원을 통과하지 못하고 좌초됐다.

앞서, 지난 3월 24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추진했던 ‘미국보건법(AHCA·트럼프케어)’이 하원 표결에서 장벽에 부딪히며 계류됐다가 추가적인 법안 손질과 로비 등으로 하원을 겨우 통과하기는 했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같은 소속당인 공화당의 내부 반발로 상원통과가 무산된 것이다.

◇ 트럼프 미 대통령, 트위터를 통해 불쾌감 드러내

‘트럼프케어’법이 상원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과반을 획득해야한다. 현재 100명의 상원의원 중, 트럼프 미 대통령과 같은 소속의 공화당의원은 52명이다. 이들만 잘 따라준다면 민주당의 도움 없이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공화당 소속 랜드 폴(켄터키)과 수전 콜린스(메인) 상원의원 그리고 마이크 리(유타)와 제리 모런(캔자스) 상원의원이 ‘트럼프케어’법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면서 과반획득은 물 건너갔다.

▲ 트럼프 미 대통령이 상원 의회에 비판적인 트윗을 보냈다. ⓒ트럼프 트위터

이에 대해 트럼프 미 대통령은 즉각, 불쾌감을 나타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모든 민주당 의원들과 몇몇 공화당 의원들에게 실망했다. 공화당 의원 대부분은 충성심이 강하고 훌륭하며 정말 열심히 했다. 우리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내가 그 동안 항상 말해 온 것처럼, 오바마케어를 붕괴시킨 뒤 그때 다시 모여서 훌륭한 건강보험계획을 만들자. 계속 주목하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아울러 그는 “공화당 의원들은 일단 오바마케어를 폐기하고 백지상태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새 법안을 논의하라” “민주당이 완전히 방해만 하고 투표도 하지 않는 만큼, 현재 겨우 다수당을 유지 중인 공화당 상ㆍ하원 모두 내년 선거에서 더 많은 승리를 거둬야 한다” “상원은 현행 60표 대신 51표 다수결 결정으로 가야만 한다” “심지어 (법안) 완전 폐기의 경우에도 60표가 필요하다. 8명의 민주당 의원이 상원을 통제한다. 미쳤다(Crazy)!”고도 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날선 비판은 민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겨냥한 것이다. 현행법에서는 전체 상원 의원 100명 중 60명의 찬성이 있어야 필리버스터를 막을 수 있는데, 공화당 상원 의석수는 52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속 당 4명의 의원이 이탈한 상태에서는 법안이 상정조차 어렵다. 따라서 트럼프 미 대통령의 ‘1호 법안’인 ‘트럼프케어’는 좌초된 것.

◇ 미국혈우사회, “‘오바마케어’의 대체 법안은 혈우사회를 손상시킬 것” 강한 반대 입장 표명

혈우병과 출혈질환을 갖고 있는 미국의 환자단체와 혈우병 지원 단체들은 연합전선을 맺고 ‘오바마케어’ 대체 법안은 혈우병 공동체를 손상시킬 것이라며 ‘트럼프케어’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 왔다.

미국혈우재단(NFH), 미국혈우연맹(HFA) 등 혈우병 관련 단체들은 ‘트럼프케어’법을 미 상원의원들이 거부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들은 “‘트럼프케어’법으로 ‘오바마케어’법을 대체하게 되면 혈우병 및 기타 출혈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값 비싼 약과 전문적인 치료를 받기 어려워 진다”는 취지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혈우사회가 입법거부를 주장하는 주요 이유는 ▲2018 년까지 1,500만명의 미국인이 건강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것 ▲미국인들이 의료세액 공제를 받지 못하게 되고 ▲공공지원의 폐지조항으로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구에 의료부재가 발생될 것 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들은 “(‘트럼프케어’법이 통과되면) 건강보험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조차 현재 보험 적용 범위보다 적은 혜택을 받게 된다”며 ‘오바마케어’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혈우병 환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는 다른 보험(추가적인 사보험)까지도 위협을 받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미국혈우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오바마케어'법을 유지해야하고 대체법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미국혈우재단(National Hemophilia Foundation)의 발 비아스(Val Bias) 대표는 “상원은 혈우병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정책 조항을 유지해야한다"며 "(수정 법안은) 환자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급성 또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다른 환자들까지도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혈우환우들 중 약 30%가 저소득층으로 우리나라의 의료보호제도와 유사한 ‘메디케이드 (Medicaid-미국 국민 의료보조 제도로써 65세 미만의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위한 의료제도’를 통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수정법안은 메디케이드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미국 혈우사회에서는 “우리 지역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혈우환우들을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혈우연맹(HFA) 조 퍼글리스(Joe Pugliese) 의장은 “우리는 혈우병을 치료하는 대표조직으로서, 우리 출혈질환자들이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보험혜택을 받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우리는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도록 하고 싶지 않다”며 “취약한 환자를 보호하는 정책에 대해 의회와 계속 협력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혈우사회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끄는 국가의 건강보험 정책에 따라 혈우환우들의 치료권이 좌우될만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동안 혈우사회는 의료 환경을 개선해오면서 환자들의 건강상 위협은 낮아지고, 사회인으로의 활동력은 크게 향상됐다. 혈우병이라는 질환은 꾸준한 관리를 통해 장애를 막을 수 있지만, 반면 단 몇 번의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지금까지 잘 관리되었던 ‘공든 탑’은 일시에 무너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미국 혈우사회는 트럼프발 ‘의료개혁 의지’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고 있지 않다.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

△NHF임원들은 영상을 통해 상원의원들에게 대체법안을 폐기하라는 입장을 회원들이 직접 전달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자신의 지역구 의원을 찾는 방법, 연락하는 방법, 항의하는 방법 등을 영상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 ⓒNH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