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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칼부림 사건 피해자가 혈우병 환자?'묻지마 폭력', 피해자 병력 아닌 재발방지책에 착목해야
김태일 기자  |  saltdoll@hemophil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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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8.04  18: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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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1명 사망, 3명 부상의 피해를 낳은 '신림동 칼부림 사건' 현장에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다.

신림동, 서현역 백화점, 대전 고등학교...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흉기난동'과 '살인예고'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연일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신림역 칼부림 사건'으로 사망에 이른 22세 청년 피해자가 혈우병 환자라는 일부 언론보도가 있어 혈우사회 내에 작은 파문이 일고 있다.

앞선 7월 21일 오후 2시경 지하철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피의자 조선이 휘두른 칼에 피해자 남성 김 씨가 13차례 찔려 사망하고 그 외 3명의 남성이 상해를 입는 비극이 일어났다. 일부 언론에서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하며 "지혈이 되지 않는 혈우병을 극복했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동생까지 챙겨 왔던 김 씨는 늘 어려운 상황을 긍정적으로 극복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는 김 씨의 사촌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가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칼부림 사건의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요청한 청원글 중 "19년도에 고인은 피가 지혈되지 않는 질환으로 크게 아팠다"는 내용을 통해 작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 김씨의 사촌형임을 자처한 이가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요청하며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린 청원글 일부

보도 이후 혈우병 사회 내 커뮤니티에서는 이 보도가 사실인지 여부와 사망한 환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몇몇 구성원들은 청원글과 기사에 나온 정보를 바탕으로 사망한 김씨가 혈우병 환자가 맞는지 알아보았으나 확인이 어려웠다.

하지만 비극적으로 사망한 한 청년의 개인적인 병력을 찾아내고 언급하는 것은 사회적 가십거리를 하나 더 늘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고인과 가족의 인권 차원에서도 옳지 않다. '피가 지혈되지 않는 질환'을 '혈우병'으로 단순 치환한 해당 기자의 성급함도 문제가 있다. 지혈이 지연되는 질환에는 원인과 기전에 따라 혈소판 기능이상이나 여러 응고인자 결핍 등(심지어 백혈병의 증상 중에도 지혈 지연이 있다)이 있는데 '대표적'이라는 이유만으로 혈우병을 특정해 쓴 것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보도였다.

혈우병 환자단체 '한국코헴회'에서도 기사를 쓴 기자에게 지난주 메일을 보내 피해자가 혈우병 환자였다는 보도가 무엇에 근거한 것인지 밝혀달라는 질의를 했으나 아직까지 회신이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점차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 '묻지마 폭력' 현상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철저한 원인 분석과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지, 피해자의 개인정보나 어떤 질환을 앓고 있었나 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 질환에 대한 불명확한 보도는 자칫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질환 환자들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형성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고인이 된 피해자의 명복을 빌며, 모든 종류의 폭력이 종식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 [사진=연합뉴스]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 사망한 김씨의 명복을 비는 꽃과 메모들이 줄지어 놓여 있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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