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부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약제) 일부개정고시안」중 반감기연장 혈우병A 응고인자 부분 변경안 (클릭하여 확대)

우리나라 혈우병A 환자 치료의 '맹점'과도 같았던 응고인자 치료제 처방용량 문제가 8월부터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약제) 일부개정고시안」 행정예고를 공지해, 유전자재조합 방식의 혈우병A 응고인자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가 약품별 허가용량까지 인정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국내에 도입된 혈우병A 유전자재조합 응고인자제제의 급여 인정기준은 일단, 1회 투여시 20~25 IU/kg이며 중등도(moderate) 이상 출혈의 경우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서 최대 30 IU/kg까지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기준을 초과해 투여하기 위해서는 '입원진료가 필요하나 외래진료를 받는 경우, 임상증상 및 검사 결과 등에 따라 용량 증대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는 의사소견서 첨부 시 인정함'이라는 조항을 달아 약품별 허가용량(약품마다 상이하나 최대 70 IU/kg)까지 급여가 인정되어 왔다. 하지만 문구의 모호함 등으로 인해 사실상 30 IU/kg 이상 처방되는 경우는 없다시피 했다.

이번에 예고된 고시에 따르면, 30 IU/kg 이상 처방 용량을 증대할 수 있는 경우를 △입원진료가 필요하나 외래진료를 받는 경우 △증상 및 검사 결과 등에 따라 투여가 필요한 경우 △약물동태학 검사 결과에 기반하여 투여 후 48시간(반감기연장제제는 72시간) 경과 시점에 최저 응고인자 활성도가 1% 미만인 경우로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기존의 조항에 약물동태학 검사(Pharmacokinetics Test = PK검사) 결과 '약효가 빨리 떨어지는 환자'에 대해서는 용량 증대가 인정된다는 조항이 추가된 것이다.

혈우병A는 혈액 속 8번 응고인자가 부족하여 출혈 시 지혈이 늦게 진행되는 희귀질환으로, 부족한 응고인자를 약제로 정맥투여해 체내 응고인자 활성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주는 보충요법이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잡아왔다.

혈우병A의 중증도 분류에서 중증 혈우병은 8인자 수치가 1% 미만인 환자로, 이러한 경우 외상 없이도 자연적으로 반복 출혈이 발생해 관절이나 장기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오랜 기간 세계혈우연맹이 공표한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출혈이 없어도 정기적 응고인자제제를 투여하는 유지요법을 통해 최소 1% 이상 응고인자 수치를 유지하는 것을 권고해왔고, 2020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에서는 환자의 특성에 따라 더 높은 최소 수치를 유지하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건강보험 급여기준은 글로벌 혈우사회와 국내 식약처가 인정한 허가기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20~30 IU/kg만을 인정함으로써 출혈 시에도 최대한의 지혈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고 상시적인 유지요법 시에도 투여한 지 2~3일이 지나면 최소 응고인자 수치 1%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의 응고인자제제가 임상시험 단계에서 약 50 IU/kg을 투여해 효과를 검증하고 그 수준의 허가용량을 득해 보급되는 것에 비추었을 때 한국 환자들은 실제 삶에서 반쪽짜리 치료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 표준반감기제제인 '애드베이트'와 반감기연장제제인 '애디노베이트'의 투여 후 시간별 체내 활성도 수치 변화 그래프. 우리나라 급여 인정기준의 두 배에 달하는 40~50 IU/kg를 투여한 임상시험 결과이다.

때문에 의료 학회와 환자단체에서는 치료제 급여 인정기준을 현실화 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피하로 투여되는 비응고인자 치료제의 신규 보급에 영향을 받아 응고인자제제 제조사들의 약가 자진인하도 수반되면서 처방용량 급여 확대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번에 처방용량 확대의 대상이 되는 치료제는, 표준반감기제제로 한국다케다제약의 '애드베이트', GC녹십자의 '그린진에프', 한국화이자제약의 '진타'가 있고, 반감기연장제제에는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엘록테이트', 한국다케다제약의 '애디노베이트', SK케미칼의 '앱스틸라'가 포함되었다. 혈우병B 치료제 및 혈장 유래 응고인자제제, 항체환자용 제제는 이번 대상에 들어가지 않았다.

허가용량은 약품별, 증상별로 상이하나 대체로 50% 이상까지 식약처에서 허가하고 있어 의사의 임상적 판단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PK검사는 혈우병 전문 병의원에서 가능하다.

이번 혈우병A 유전자재조합 응고인자제제의 급여기준 확대 고시는 7월 27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8월1일 확정 고시될 예정에 있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