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혈우병B 유전자 치료제 '헴제닉스'의 상용 투여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이 나온 가운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중증 혈우병A 성인을 위한 일회성 유전자 치료제로 록타비안(Roctavian, valoctocogene roxaparvovec-rvox)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록타비안은 이제 미국에서 혈우병A 치료제로 FDA의 승인을 받은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가 되었다.

해당 유전자 치료제의 개발사인 바이오마린(BioMarin Pharmaceutical)의 회장 겸 CEO인 장 자크 비에나메(Jean-Jacques Bienaimé)는 회사 보도자료를 통해 “록타비안의 오늘 승인은 생명을 위협하는 유전적 조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법에 대한 바이오마린의 입증된 실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중증 혈우병A 성인에게 일회성 단일 용량 치료 옵션을 제공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을 지원해 준 출혈질환 커뮤니티와 임상시험에 참여한 모든 환자, 의료진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FDA의 생물의약품 평가 및 연구센터 책임자인 피터 막스 박사(Peter Marks MD, PhD)는 또 다른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승인은 이 출혈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데 있어 중요한 발전을 나타내며, 유전자 요법으로 치료하면 지속적인 일상 요법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의 FDA 결정은 바이오마린이 신청서를 제출한지 약 3.5년만의 승인이며, FDA가 우선 검토를 승인한지 약 3년 후에 승인된 것이다. FDA는 2020년 3상 GENEr8-1 임상시험(NCT03370913)의 2년치 후속 데이터를 요청했으며, 6개월차에 첫번째 추가자료를 제출했다. 바이오마린이 2022년에 신청서를 다시 제출한 후, FDA는 진행중인 임상시험에서 3년간의 결과를 포함하도록 요청했었다. FDA는 지난 신청의 결과를 분석할 시간을 갖기 위해 3월 말로 예정된 검토 기한을 3개월 연기한 바 있다.

바이오마린의 이 유전자 치료법은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5에 대한 검출 가능한 항체 또는 표준 대체 요법에 대한 항체가 없는 중증 혈우병A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EU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록타비안의 전체 승인은 적응증에서 임상적 이점을 확인하는 추가 데이터를 요하기에 아직 승인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 중이다.

FDA 라벨에 명시된 바와 같이 록타비안은 혈우병 및 기타 출혈질환 치료 경험이 있는 의사의 감독 하에 주입 펌프를 사용하여 단일 정맥 주입을 통해 투여하게 된다. 치료의 권장 용량은 체중 1kg당 6x10^13 백터게놈이다.

록타비안을 투여 받기 전, 환자는 AAV5에 대한 기존 항체의 존재를 평가하기 위한 일련의 선별 검사를 완료해야 하며, 혈우병A에 대한 혈액응고단백질 8인자(FVIII)에 대한 중화 항체 역시 평가해야 한다. 록타비안은 이러한 스크리닝 테스트에서 양성 결과를 받은 환자에게는 투여되지 않는다.

ARUP Laboratories에서 개발한 FDA 승인 진단 테스트인 AAV DetectCDx는 유전자 요법을 덜 효과적이거나 비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는 항-AAV5 항체를 가진 환자를 식별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특정 테스트는 록타비안의 동반 진단 테스트로 사용되어 의료전문가가 유전자 치료를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자를 식별하고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치료를 시작하기 전, 환자는 간 기능 검사, 초음파 및 기타 간 섬유증 검사 평가를 포함하여 간 건강을 평가하기 위한 일련의 검사를 완료해야 한다. 간 기능 또는 영상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환자는 간 전문의와 상담하여 록타비안 치료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좋다. 록타비안은 간에 직접적으로 유전자 물질이 전달이 되기 때문에 활동성 또는 조절되지 않는 만성 간염, 간섬유증 또는 간경변증이 있는 환자에게도 투여해서는 안된다. 록타비안의 라벨에는 주입과 관련된 반응과 간 독성, 혈액 응고 현상, 가장 흔한 유형으로 간암인 간세포 암종의 이론적 위험을 포함한 일련의 경고 및 주의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바이오마린은 미국에서 중증 혈우병A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성인 6,500명 중 약 2,500여명 정도가 록타비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마린은 이러한 모든 적격자가 록타비안에 접근할 수 있도록 미국의 민간 및 공공 보험사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가 록타비안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경우, 환자가 투약 후 처음 4년 동안 언제든지 치료에 대한 반응을 중단하면 회사는 지불자(환자 또는 보험사, 국가)에게 치료 비용을 일할 계산하여 상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바이오마린은 미국의 주요 혈우병 치료 센터와 긴밀히 협력하여 모든 기관이 적격한 환자에게 치료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바이오마린의 부사장 겸 CCO인 제프 아자르(Jeff Ajer)는 “우리 팀은 록타비안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이 최초의 의약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수개월 동안 노력해 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증 혈우병A 환자에게 최대한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보험사, 혈우병 치료센터 및 혈우병 커뮤니티와의 긴밀한 파트너십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록타비안은 AAV5라고 하는 인체에게 무해하고 변형된 아데노연관바이러스(Adeno-Associated Virus)를 전달물질로 사용, 8인자를 암호화하여 작동하는 복제본을 간 세포에 전달한다. 간은 신체의 혈액응고인자의 주요 생산지이므로 이 요법은 FVIII 수치를 회복시켜 출혈 빈도를 감소시키고 잠재적으로 일상적인 FVIII의 대체 요법의 필요성을 제거할 것으로 예상되는 치료법이다.

록타비안의 승인은 혈우병에 대한 모든 유전자 요법 중 가장 크고 가장 긴 3상 임상시험인 GENEr8-1의 데이터에 의해 승인되었다. GENEr8-1은 출혈을 예방하기 위해 표준 예방 대체 요법을 받고 있는 중증 혈우병A 남성 134명을 대상으로 록타비안을 테스트하였다. 이 중 112명은 록타비안을 투여 받기 전 표준 예방 요법을 받는 동안 최소 6개월간의 전향적 연간 출혈율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GENEr8-1의 임상시험에 참가한 모든 환자는 최소 3년 동안 추적 관찰되었다.

이 연구의 주요 결과는 투여 후 최소 1년 동안 출혈율과 대체 요법의 필요성을 상당히 감소시켰음을 보여주었다. 2년 후, 환자의 84%가 출혈이 없었고 95%는 예방 요법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3년차 데이터에 따르면 대부분의 참가자는 임상적으로 관련된 출혈이 없었으며, 92%는 더이상 예방적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FVIII의 활성화도는 정상 대비 중앙값 8.4%, 평균 18.8%로 높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시험에서 최근 3년간의 데이터는 록타비안이 FVIII의 사용을 95% 이상 줄였으며 출혈로 인한 치료도 80% 이상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FDA 라벨에 보고된 바와 같이 효능 분석은 록타비안을 투여 받기 전 최소 6개월 동안 출혈율을 평가한 112명의 환자에 초점을 맞추었다. 3년의 추적 기간 후에 연간 출혈율이 연간 평균 5.4회에서 2.6회로 5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출혈 및 관절출혈의 비율 역시 상당히 감소한 것도 발견되었다. 자연출혈율은 연간 평균 2.3회에서 0.5회로 떨어졌고 관절출혈율은 연간 평균 3.1회에서 0.6회로 떨어졌다.

바이오마린에 따르면 대부분의 임상시험 참가자는 추가 예방 치료에 의존하지 않고 3년 이상 동안 록타비안에 계속 반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장기 확장 연구에서 최대 15년 동안 임상시험 참가자들에게서 치료의 장기 효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며, 실제 환경에서 록타비안으로 치료받은 환자에게서 15년 이상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GENEr8-1의 안전성 데이터에 따르면 록타비안은 일반적으로 내약성이 우수하며 간 기능의 경미한 변화, 메스꺼움, 피로, 두통, 주입과 관련된 반응, 구토 및 복통을 포함한 일반적인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연구에서 록타비안과 관련된 혈액응고 사건이나 암세포 발현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미시간 대학의 소아과 및 병리학과 교수이자 GENEr8-1 조사자인 스티븐 파이프 박사(Steven Pipe, MD)는 “중증 혈우병A에 대한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인 록타비안의 승인은 단 한 번의 주입으로 수년간의 출혈 조절을 기반으로 성인을 치료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록타비안은 GENEr8-3(NCT04323098)이라고 하는 공개라벨 3b상 임상시험의 일환으로 중증 혈우병A를 앓고 있는 남성의 항염증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함께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2개의 1/2상 임상시험에서 록타비안의 바이러스 운반체에 대한 항체가 있는 환자군(NCT03520712) 또는 FVIII에 대한 항체가 있는 중증 환자군(NCT04684940)에 대한 요법을 평가하고 있다.

[헤모라이프 황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