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에 대한 임상시험은 의학 지식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필수적인 사항이다. 그러나 십 수년 동안 혈우병과 관련된 임상시험은 남성만이 질환에 노출되고 여성은 보인자라는 이유로 남성만 등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질환이 있는 여성은 잠재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거부당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기회의 박탈은 여성 혈우병의 유병률과 중증도에 대한 인식 부족 및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그 결과 여성들은 월경과 출산 중에 독특한 출혈 합병증에 직면함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B형 혈우병과 폰빌레브란트병(vWD)의 이중진단을 받은 상태이다. 그러다 보니 임상시험 참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수년 전 혈우병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vWD를 치료하기 위한 약물에 대해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없었다. 이러한 임상시험에는 종종 결과의 타당성과 참가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특정 질환이 있는 사람 혹은 제외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실망감에도 불구하고 혈액전문의는 허가를 받지 않은 아미노카프로산이라는 약물을 실험해볼 수 있도록 허락했다. 이 약물을 쓰고 난 이후, 나는 월경 출혈이 크게 개선된 것을 즉시 알아챌 수 있었다. 이후 이 약은 Amicar라는 상품명으로 출시되어 출혈 질환이 있는 여성의 표준 치료제가 되었다.

여성은 남성과 다른 출혈 경향을 보이는데, 예를 들자면 가임기 여성은 매달 출혈을 경험하게 되며 출혈 질환이 있는 여성에게 이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임상시험에 혈우병이 있는 여성을 포함하면 연구원들은 혈우병이 여성의 신체에 미치는 특정 영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참가자에게 개발중인 최신 치료법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고 자신의 의료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는 여성의 고유한 요구 사항을 충족하고 보다 포괄적이고 공평한 시스템에 기여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의료계와 연구자들은 임상시험에서 데이터를 수집하여 전문치료를 보다 맞춤화된 치료를 포함하여 혈우병 여성의 요구를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느리지만 중요한 변화를 이루었다. 이 패러다임의 변화는 여성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여성이 자신의 상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임상시험에서 혈우병 여성을 포함시키는 것은 우리가 직면한 역사적 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이다. 장벽을 허물고 모두를 위한 더 나은 건강을 추구하는 데 아무도 뒤처지지 않도록 할 때이다.

[헤모라이프 황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