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혈우사회에 임상 붐이 일면서 자의든 타의든 회복률(recovery rate) 검사에 나선 혈우병 환우들이 상당수 있었다.

“응고인자 수치가 얼마나 나왔어?”

임상대상자를 확인하기 위해 사흘(96시간)이상 응고인자를 투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혈액검사를 한다. 그 결과 1%미만일 경우 임상대상자가 된다.

다시 말해서 이론상으로 예방요법을 꾸준히 해왔던 혈우병 환자들도 사흘이 지나면 응고인자 활성도가 1%미만으로 떨어지게 되고 자연출혈 등의 위험성에 노출된다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일주일에 2-3번씩 적정량의 응고인자를 투여하면서 체내 응고인자 활성도를 유지시키는 게 예방요법의 취지이다.

응고인자 활성도가 유지된다는 것은 자연출혈을 예방할 뿐 아니라 간단한 타박상도 지혈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더구나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예방요법을 꾸준히 해왔던 환우들은 그렇지 않은 환우에 비해 생존율이 높다.

몇 번을 반복해서 강조한들 지나치지 않은 예방요법. 그러나 상당수 환우들은 예방요법을 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반복되는 정맥주사의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의사의 처방대로 주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데 이런 것을 순응도가 낮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순응도를 높이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스스로 관리를 하는 환우들은 알람(주사일지 앱, 또는 달력의 수기)을 통해 주사일정을 정하고 규칙적으로 투여한다. 또한 쉽게 주사할 수 있는 ‘디바이스(약품을 섞기 위한 도구)’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현실적인 것은 주변에서의 ‘독려와 확인’이 매우 중요한 요인 중 한 가지가 되기도 한다. SNS 그룹을 통해 ‘예방일정 알람 톡’을 교환하는 것도 방편이 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방문간호사가 예방일정을 안내하기도 한다. 어떤 환우는 아내가 알람톡 역할자가 되기도 하며 어떤 환우는 어머니가 알람톡 역할자를 수행하기도 한다.

조사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사례를 이야기 들었다. 한 혈우환우는 여자 친구로부터 ‘예방요법 확인’을 검사받는 다고 했는데, 만약 예방투여를 못하게 되면 일정기간 만나주지 않거나 주어진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벌칙을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듯 예방요법은 혈우환우들의 삶을 질적으로 변화시킨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행위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고단위 용량을 투여했더라고 고작 사흘이면 응고인자 활성도는 1%미만으로 떨어지고 예상치 못한 자연출혈이 발생될 위험성에 노출된다.

위험한 상황에 놓고 방치한다는 건, 자기 자신에 대한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다. 예방요법을 하지 않는 환우들은 대체적으로 규칙적인 활동이 없는 경우가 많다. 특정집단에 포함되어 있으면서 규칙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환우들이라면 자신을 위해서, 나아가 타인과 해당 집단을 위해서라도 예방요법을 꾸준하게 이어가야 한다.

환우를 만나면 한번 물어보자.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 어느 정도 되는지,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에 대한 책임감이 얼마나 큰지.

“예방요법을 잘 하고 있어?”

이 질문에 ‘Yes’라고 답하는 환우라면, 책임감 있는 멋진 친구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