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사회의 제도 개선, 무엇이 시급한가? Ⅱ

우리사회는 신체적 장애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장애인복지법’을 적용해 사회적 보살핌을 제공하고 있다. ‘특별한 혜택’이라기보다는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써 차등대우를 받지 않도록 출발선을 조정해 주고 사회활동에 편의를 제공하므로써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존중이다.

‘장애인’이라고 하면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에 더욱 소외가 되기도 하지만, 실질적 혜택을 부여하면서 신체적 조건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최소한의 규정을 만들어 놓고 있다.

장애의 범주를 살펴보면, 국가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로 나뉠 수 있다. 또한 신체적 장애는 외부 기능적 장애와 내부 기능적 장애로 나눌 수 있는데, 내부 장애라는 것은 내부의 기관이 정상적인 기능 활동을 하지 못해서 일상생활이 현저히 제한되는 것을 말한다.

이에 2000년초 장애범주를 재정립하면서 ‘내부장애’라는 범주가 포함되었고, 현재 내부장애인협회 등 다수의 단체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논의 당시 ‘내부장애’ 범주에 혈우병 등 혈액질환자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으나 혈우사회에서 찬반의견이 분분하면서 혈우병의 내부장애 범주 포함은 유보된바 있다.

반대측 의견은 ‘혈우병은 장애인이다’라는 사회적 부정인식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면서 ‘적절한 치료를 통해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찬성측 의견은 실리적 접근은 우선적으로 강조했다. 장애범주에 포함되면 혈우환우들에게 사회적 혜택이 늘어나면서 삶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었다.

아울러 공무원들에게도 일정부분 설득력이 있었던 것은 이미 많은 환우들이 신체적 제한(지체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혈우병을 내부장애 포함시킨다고 해서 예산이 크게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 혈액질환자가 내부 장애인으로 포함되야 할 근거는?

미국 사회보장국(SSA)의 기준에 따르면 혈액질환의 경우, 종류와 장애의 판단 기준이 정립되어 있다. 이에 대해 김동욱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백혈병의 종류와 치료과정을 언급하면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안을 마련하고 추가 인정 범위를 발굴하여 지속적인 건의와 관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또 그는 “장애인에 대한 혜택 범위에 대해서도 연구를 하고, 정부나 학계, 국민의 협조적인 분위기도 조성하여 혈액질환 환우들이 내부장애 범주에 포함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열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은 “내부장애(혈액장애)의 범주 확대 및 장애인 복지와 의료지원책의 마련방안이 필요하다”면서 “혈액장애의 경우 가장 문제가 고가의 의료비”라고 지적했다. 또한 “현 우리나라의 의료비 지원의 경우 생활보호 대상자에 한정해서 시혜 대상을 정해 놓고 있어, 결과적으로는 가정이 파탄이 난 후에라야 의료비를 지원 받게 되어 있다”고 일침했다.

◇ 혈우병, 개선된 ‘치료제’보다 개선된 ‘제도장치’ 마련해야

‘장애’는 예방이 중요하다. 따라서 혈우병의 경우 체계적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 혈우병의 경우 ‘치료제’에 많은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이를테면 치료제의 보험급여 인정기준에 따라 횟수제한, 용량제한 등을 말한다. 나아가 치료제의 급여삭감 등 혈우사회에 현존하고 있는 크고 작은 이슈들이 ‘치료제’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나 치료제라는 1차적인 처치방법에 의존하지 말고 시각을 넓혀야 한다. 사회전반적인 규범과 정책 그리고 법령 등을 살펴야 한다.

피치 못 할 혈우병으로 1차 장애를 겪고 있다고 해도 향후 2, 3차 장애요인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관련법 제정이나 개정(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살펴봐야 한다.

먼저 가시권내에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혈우병의 내부장애’ 포함이다. 논란이 있고 의견이 분분하다면 ‘선택의 자유’가 있음을 환기해야 한다. 말하자면 현재 신체적 기능제한이 있다고 해도 스스로 지체장애인으로 등록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혈우병을 갖고 있더라도 원한다면 혈우환우라 할지라도 내부 장애인으로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전제할 것은 ‘장애인으로의 등록이 필요하다’는 환우를 대상으로 최소한의 사회적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고자하는 취지이다. 혈우병으로 현저하게 사회 활동의 제한을 받고 있으면서도 ‘사회제도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선택의 자유’가 될 수 있으나, 사회제도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따라서, 혈우사회의 건전한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라면 1차적인 ‘치료제’에 국한하지 말고 2차, 3차적인 사회적 제도 장치, 법령의 제·개정에 대해 활동해야 한다.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