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은 잠시일뿐, 이제 용기를 내보자. 더 나은 내일이 있잖은 가?

최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샤이보수’라는 말이 꽤 많이 회자되곤 했다. 사전적 의미로 샤이(shy)는 “수줍음을 많이 탄다”는 뜻이다. 이 말이 정치권으로 들어오면서 “드러나지 않은 집단”으로 해석되었고, 각종 여론조사 등에서 ‘자신의 지지층을 감추고 있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된다.

그러고 보니 혈우사회에도 꽤 많은 샤이 집단이 있는 것 같다. 한국혈우재단(이사장 황태주)에 등록된 환자수가 2300명을 넘어섰는데도 정기모임이나 공식행사에 참여하는 환자 수는 전체 환자 수에 크게 밑돌고 있다. 그렇다면 왜? ‘샤이’ 혈우병 환자들이 있는 것일까?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평소에 건강관리를 스스로 잘하고 있는 환자들을 샤이 집단으로 포함시킬 수도 있으나, 대다수의 ‘샤이 혈우병’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 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전자 일 경우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혈우사회의 구성원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이에 한국코헴회(회장 박정서)는 가가호호 방문을 해서라도 환우들의 전수조사를 실시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그러나 사실상 현실적으로는 전수조사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체계적인 집단조사를 진행할 필요도 있다.

▲숨는 건 스스로에게 큰 죄를 범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 ‘샤이 혈우병’ 환자 방치는, 혈우사회 악 영향

산간도서 지역 등 낙후된 환경 속에서 치료를 포기하거나 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의 수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환우들을 적절한 치료 범주 내로 적극적으로 끌어내지 못하게 되면 전반적인 국내 혈우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단적인 예로, 일각에서는 환자의 ‘치료제 일부 자부담’ 이야기도 나온다. 평소에 몸 관리를 잘하고 의료진과의 소통이 많은 환자의 경우, 대체적으로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환우들은 다양한 환우 행사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는데, 이처럼 건강한 환우들만을 바라본 외부 시각들은 “치료제의 일부 자부담으로 더욱 밝은 혈우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수는, 전체 환자 중 절반, 아니 절반의 절반도 안 된다는 의견이 있다. 이 주장의 배경은, 현재 치료제의 급여적용제한으로 월 12회(소아) 10회(성인)의 기준을 적용할 때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이 기준을 적용해서 치료제를 처방받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상 밖으로, 10~12회 치료제량을 꾸준히 처방받는 환자의 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활발히 활동하는 환자들을 기준으로 자부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샤이 혈우병’ 환자들에게 더욱 치료의 범주에서 벗어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곱지 않은 시선. 그것은, 더 나은 미래를 막는 가장 큰 허들이 될수도 있다.

환자단체의 활발한 활동으로 혈우병환자의 밝은 내일을 지향하는 각종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서, ‘역경 속에서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한 송이 꽃’으로 보지는 못할망정 환우들에게 “이제 어지간히 좀 살만한가 봐?”라는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성숙한 사회의 어른이라고 말하기엔 창피할 것이다.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이다. 복지부동하면서 예산타령만 하던 공무원은 민원이 발생하면 비슷한 이야기를 꺼내든다. 예를 들면 “예산이 없어서”, “더 어려운 환자들도 있는데”라면서 하향평준화를 시키기에 급급하다. 반면 “모범이 되는 혈우사회”라면서, 모자란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방법을 환자들과 함께 의논하는 공무원들도 상당수이다.

▲당신을 위해 마련된 자리…와서 그냥 앉으면 되는데…?

◇ 샤이 환자들 이제는 나와라!

사회가 변화하고 있고, 혈우사회도 과거에 비해 많이 성장했다. 혈우병을 더 이상 감추며 숨길 이유가 없다. 인공관절 수술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기도 하고, 꾸준한 예방요법으로 더나은 삶의 질을 이끌어 갈수 있다. 코헴회의 자치활동을 통해서 즐거움을 함께 나누기도 하고, 혈우재단의 심리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신감을 높이기도 한다.

140여 개 국가의 혈우병단체와 서로의견을 나누면서 선진화된 의료상식도 높이고, 개발도상국과 후진국가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지회모임을 통해 친목을 나누기도 하고, 연령별(청년, 장년)프로그램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역할별(보인자, 부모 등)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를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의논하기도 하면서 성숙한 혈우사회를 만들어간다.

양질의 혈우병 치료제를 통해 재활을 시도할 수 있다. 특히 한국혈우재단은 치료제의 처방뿐 아니라 폭넓은 과목별 진료까지 재단의원 내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를테면 정형외과(유명철 명예교수, 인공관절), 재활의학과(김돈규 교수, 관절치료), 심리치료(박원숙 교수, 심신치유), 소화기내과(이현웅 교수, 간 기능검사) 등 정기적으로 진료가 가능하다. 아울러 야간진료, 주사교육, 독감백신접종까지 다양한 의료 써비스까지 제공받을 수 있다.

이제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고리들이 혈우사회 전반에 여러 개가 있다. 잡으면 되고 사용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한데, 그것은 바로 자신의 손을 뻗는 다는 거다.

그리고는 즐기면 된다.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