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엘.앱.애.이터' 를 아시나요?혈우병 롱액팅치료제 트로이카에 대해 알아본다
김태일 기자  |  saltdoll@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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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9.16  23: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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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앱.애.이터? 발음되는대로 하면 엘레베이터. 어딜 타고 올라가냐고? 바로 현재 우리나라에 공급되고 있는 혈우병A 반감기연장(롱액팅) 치료제 세 제품의 앞글자를 딴 단어이다.

'엘'록테이트
'앱'스틸라
'애'디노베이트

혈우병은 혈액 속 응고인자 단백질 중 일부가 결핍되어 출혈시 지혈이 늦게 되는 희귀질환(인구 1만 명 중 1명)으로 8번 응고인자 결핍을 혈우병A, 9번 응고인자 결핍을 혈우병B로 구분한다. 출혈시 지혈을 위해(온-디멘드 요법), 혹은 평상시 응고인자 수준을 유지시키기 위해(유지요법) 부족한 응고인자를 농축제제 형태로 정맥투여하는 것이 표준 치료로 자리잡아 왔다.

8인자는 9인자에 비해 생물학적으로 고유의 체내 유지시간이 짧아 약품 지속기간을 표현하는 '반감기'(투여 후 체내 활성도가 절반으로 떨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가 8시간 전후인 '표준반감기제제'들이 80년대부터 널리 사용되어 왔다. 그러다 2010년대 들어 약효를 늘인 '반감기 연장제제'가 개발되어 세계적으로 기존 표준반감기제제를 대체하고 있다.

9인자는 기존 대비 2~3배의 반감기 연장제제가 개발된 반면, 아직까지 8인자는 기술적 한계로 1.4~1.6배 정도 반감기가 길어진 약제들이 상용화되어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약효 연장만으로도 혈우병 환자의 생활 패턴에 따라 주 3회 유지요법 주사를 주 2회로 줄이는 등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 반감기 연장제제들은 적지 않은 환자와 가족, 그리고 의료진의 환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와 경제수준이 비슷한 유럽 국가들에서 반감기 연장제제가 전체 혈우병 약제의 20~40%(2019 WFH 연간보고서) 수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1% 미만으로 데이터에 표현조차 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약품 공급 구조의 특이성, 약품 변경에 대한 보수적인 입장, 관련 정보 미비 같은 원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약품에 대한 선택은 철저히 혈우병 전문의와 상담을 거친 후 결정해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환자와 가족들이 알고 있어야 할 반감기 연장제제들의 기본적인 구분과 특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엘앱애이터'를 타고 알아본다.

① '엘'록테이트, 노벨상 수상기술로 반감기 연장

먼저 사노피젠자임사에서 공급하는 엘록테이트는, 유전자재조합 8인자에 인체 내 존재하는 단백질인 면역글로불린의 Fc(fragment crystallizable) 영역을 융합해, 정맥투여시 체내의 FcRN(neonatal Fc receptor)이라고 불리는 수용체와 결합, 리소좀에 의해 분해되지 않고 다시 혈액 내로 되돌려지는 원리로 체내에 보다 오래 머무를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는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Fc융합기술을 혈우병 치료제에 적용한 획기적인 시도로 주목받았으며, 유럽과 오세아니아 국가를 중심으로 많은 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는 2017년 UCB제약에 의해 식약처 허가를 얻었으나, 이후 몇차례 공급주체가 변경되고 최종적으로 사노피젠자임에 의해 국내 정식 런칭이 이루어진 것은 지난해 6월이다. 현재 일부 대학병원과 서울의 김효철김소연내과의원, 구로연세재활의학과의원에서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노피는 엘록테이트와 더불어 9인자 반감기연장제제인 '알프로릭스'도 공급하고 있어 현재 국내에 혈우병A, B 롱액팅제제 모두를 넣고 있는 유일한 업체이기도 하다.

② '앱'스틸라, 국내기술로 세계에서 인정받다

한국에서 가장 뉴페이스라고 볼 수 있는 앱스틸라는 사실 '낯선 이에게서 느껴지는 익숙한 내 사람의 향기'가 느껴질 지 모르는 치료제이다. 2000년대 초반 세계적으로 롱액팅 연구가 시작될 무렵, 국내기업 SK케미칼이 개발한 반감기연장 원천기술 'NBP601'이 글로벌 바이오 기업인 CSL에 기술수출되어 완성된 제제가 바로 앱스틸라이기 때문이다.

앱스틸라는 8인자의 B도메인 영역을 절단한 후 중쇄(heavy chain)과 경쇄(light chain)을 단단하게 결합한 유일한 '싱글체인' 구조의 약제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에 따라 지혈작용에서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폰빌레브란트인자와의 결합력을 높여 체내에서 안정적으로 작용하는 시간이 향상돼, 출혈 관리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는 이점을 살렸다. 현재 미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의 주요 해외 시장에서 처방되고 있다.

국내에는 2020년 1월 식약처 허가를 마치고 올해 7월부터 공급을 시작한 그야말로 '헴린이'(헤모시장+어린이)라고 할 수 있겠다. CSL베링코리아와 SK플라즈마의 협업으로 국내에 공급되는 앱스틸라는 현재 대구의 종합병원들을 중심으로 처방이 시작되었고 점차 의료진과 환자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그레이존' 안에 숨겨져 제대로 연구가 되지 않았던 폰빌레브란트인자의 역할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영향력을 가질지도 관심있게 지켜봐야 하겠다. CSL은 9인자 롱액팅제제인 '아이델비온'도 허가를 마치고 조만간 런칭할 계획에 있다.

③ '애'디노베이트, 선점의 힘은 작지 않다

마지막으로 기술할 다케다사의 애디노베이트는 이름에서부터 낯설지 않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였던 표준반감기제제 '애드베이트'의 개선작이기 때문이다. 애드베이트의 전장(full-length) 유전자재조합 8인자를 페길화(PEGylation) 처리함으로써 응고인자와 LRP-1 수용체의 결합을 막아 지속시간을 늘렸다. 페길화 기술은 다른 의약품 약효지속에도 오랫동안 쓰여 검증을 거쳤다고 볼 수 있으나, 혈우병 치료제처럼 장기간 정기적으로 쓰이는 경우에 대한 연구도 계속되어야 한다는 의견 또한 존재한다.

2018년 1월 식약처 허가 이후 가장 먼저 국내에 사용되었고 현재 가장 많은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롱액팅 8인자제제이다. 기존 애드베이트 사용 환자들이 자연스럽게 애디노베이트로 스위칭할 수 있었으나 롱액팅에 대한 혈우사회의 관심도에 비해 급격한 전환 양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재 다수의 종합병원에서 처방되고 있으며 국내 약품 공급구조의 축이라 할 수 있는 혈우재단의원에서 처방하고 있는 유일한 반감기 연장제제가 바로 애디노베이트이다.

◆ 반감기 연장제제의 쓰임에 맞는 최적의 역할 찾아야

그럼 롱액팅 치료제만으로 최적의 혈우병 케어가 다 되는가? 이렇게 물으면 당연히 답은 'No'다. 롱액팅 제제만을 놓고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식약처 허가기준의 절반에 밖에 미치지 못하는 보험급여 기준도 개선되어야 하고, 우리나라 치료제 처방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혈우재단의원의 문턱도 기울어지지 않게 잘 다져야 한다.

표준반감기제제는 그것대로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 유지요법을 하는 중에도 출혈이 종종 있어서 온-디멘드 요법이 수시로 필요하거나 활동량의 변화폭이 큰 환자의 경우, '맞춤식 치료'라는 관점에서 표준반감기제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올인원 시린지'(준비시간 약 30초?)를 적용해 투약 편의성과 휴대성을 높인 '진타'같은 제제는 활동폭이 큰 환자들에게 더욱 활용도가 높다. 또 롱액팅 이후 단계로서 개발되고 있고 일부 사용되고 있는 비응고인자 유지요법제제(피투시란, 헴리브라 등)들도 이제는 혈우병 케어에 있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선택지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다양한 옵션과 개별 환자에게 최적화 될 수 있는 치료법들은 먼 나라 얘기로 미뤄두고 '지금 이대로'만을 고집하는 정체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넓게 보는 만큼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꼭 '엘.앱.애.이터'가 아니어도 좋으니 혈우사회 구성원들의 몸과 마음을 저 높은 곳으로 실어 올려 줄 수 있는 발판 찾기를 게을리하지 말자.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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