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외국환우이야기
"혈우병이라는 핑계를 대며 지내고 싶지는 않다"항상 꿈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 (모치즈키 유키씨-미용사)
조은주 기자  |  cap38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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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8.22  19: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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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용사로 일하고 있는 일본 혈우환우 모치즈키 유키씨

◀ 간호사인 어머니에게 자가 주사 교육을 받고 중학생 시절부터 자가 주사를 시작하다.

제가 혈우병이라는 것을 의식하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시절인 것 같습니다. 물론 혈우병에 대해 자세한 것을 이해할 수 있을 수는 없었지만 뛰면 안 된다, 야구도 축구도 농구도 해서는 안 된다고 하니 어째서 그래야 하는 걸까? 궁금했습니다. 그나마 해도 괜찮다고 허락된 것이 수영 정도였고, 어린 마음에 그런 제한을 받아야하는 삶이 슬펐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척 중에 혈우병 환자는 없습니다.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혈우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누나 둘도 전혀 문제가 없었거든요. 어머니에게 왜 나만 이런 병에 걸린 것이냐고 물어 보았죠.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아마 그때는 제가 너무 어려서 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기보충요법(예방요법)은 철이 들 무렵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간호사였던 적도 있고 해서 주사는 아주 잘 놓아주셨죠. 그래서 저같은 경우는 계속 어머니에게 의지하는 부분이 있었고 자가 주사를 상당히 늦게 시작했죠. 여름 캠프에 가서 주사법을 배우고 돌아와서도 집에서는 스스로 하지 않았으니까요.

중학생 정도 되면서 병에 대한 이해도 생기게 되었고 어느 정도의 일을 하면 통증이 오는지, 어느 정도 붓게 되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에 스스로 주사를 놓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동창들이 제 병에 대해 알게 되었고, 수학여행 때는 같은 방 친구들 앞에서 주사를 놓기도 했습니다.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름 이해를 잘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주사 안 맞아도 돼?" 라고 말해주는 아이도 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친구들이 배려를 많이 해주었던 좋은 분위기였습니다.

무척이나 스포츠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 때 가장 편할 것 같은 탁구부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전혀 편하지 않았고,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연습은 고되고, 점점 몸도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장요근 출혈이 심해서 좀처럼 낫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도 지역대회에서 상위권의 성적을 냈고,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 혈우병도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 잘 할 수 있어~!!!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학생때 질병에 대한 의식이 상당히 희박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운동에 제한을 받는다든가, 발목 관절이 아프다든가, 그런 것은 있었지만, 응고인자 제제를 사용하면 혈우병이 아닌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질병에 대해 크게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 같은 반에 심장병을 앓고 있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 질병도 상당히 중증으로, 일상 생활에서의 제한은 저에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그 친구는 대학 2학년 때 더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사망을 했습니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혈우병은 얼마든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질병이고 잘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으로 생활 할 수 있었 던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공부는 싫어했지만 잘하는 일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죠.

◀ 미용사는 천직. 이해심 많은 동료들과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어렸을 때는 조경 일을 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같은 직업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그 일을 반대하셨고, 사무직 일을 찾아보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혈우병도 있고 해서 방사선 기사나 간호사로 병원에서 근무하는 것에 대한 동경을 갖고 계셨습니다.

최종적으로 선택하게 된 직업은 미용사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이발소에 데려가지 않고 머리를 항상 부모님께서 직접 잘라 주셨습니다. 제 머리를 제가 직접 잘라 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미용사가 되는 계기가 되었죠.

아주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 저에게 잘 맞기도 하고 손님들과 이야기 하면서 일하는 것이 무척이나 즐겁습니다. 서서 하는 일이 다리에 무리가 가서 힘들지 않냐고 걱정들을 하시는데 실제로는 앉아서 하는 일이 더 많습니다. 머리를 자를 때도 머리를 감길 때도 앉아서 하니까요.

미용실 동료들에게는 제가 혈우병이라는 사실을 결코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손님들한테도 이야기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떤 사고가 발생해서 제가 움직일 수 없을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주위 사람들이기 때문에 질병에 대해서 미리 정확하게 이야기해 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문제가 생긴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평소 조심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가위로 손가락을 베이지 않도록 하는 정도랄까요? 하지만 만약 손가락을 베인다고 해도, 가게에 응고인자제제를 비치해두고 있기 때문에 바로 주사를 놓을 수도 있고, 주사를 맞으면 출혈이 바로 진정되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습니다. 제 병을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며 함께 근무하고 있는 미용실의 모든 스텝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것은 출혈시 보충요법. 앞으로는 정기보충요법도 고려 중

현재는 정기보충요법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출혈시 보충요법을 주로 하고 있죠. 어릴 때는 정기적으로 어머니께서 주사를 놔주셨지만, 제가 자가 주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무슨 일이 생길 때나 맞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았죠. 물론 정기적으로 제대로 주사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별일 없으면 한달 정도 주사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단, 제 경우 옛날부터 왼쪽 발목 관절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아서 많이 걷거나 피곤하면 통증이 심해집니다. 그 때는 반드시 주사를 맞고 있는데 앞으로는 정기적으로 주사하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응고인자제제의 종류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의사선생님께 다른 제제를 추천받을 수도 있겠지만, 제제를 바꾸면 인히비터가 생기기 쉽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불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던 제제로 치료를 할 생각입니다.

◀ 처음에는 마음에 내키지 않던 환우회. 부모가 되면서 심경에 변화가 왔다.

환우회 행사나 여름 캠프에 갈 기회가 지금까지는 별로 없었습니다. 권유를 받기는 했지만, 일의 특성상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쉬는 것이 어려워 좀처럼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한 행사에서는 약에 대한 정보나 일상생활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환우회에는 같은 고민을 가진 분들이 있을 것이고, 아이도 주사 방법이나 학교에서 제한하는 운동에 대한 고민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것들이 모두에게 참고가 된다면 기꺼이 협조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혈우병 환우들도 얼마든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옛날에는 그다지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습니다. 간혹 권유를 받더라도 괜찮다고 거절하는 경우가 더 많았죠. 하지만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점점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보고, 제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죠.

고등학생 때였나? 제가 다니던 병원의 주치의 선생님께 혈우병 환자 한 명이 청첩장을 가져온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멋진 형이었는데, 그 사람을 보면서 나도 결혼할 수 있겠구나…..하고 희망을 가졌던 기억이 납니다. 혈우병을 가진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한 사람의 모습을 보면 느끼는 것도 있을 테고, 그러한 좋은 본보기를 보면서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정보를 얻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소중히 여기자.

인터넷 상에 나와있는 혈우병에 대한 정보 중, 검증되지 않은 것들도 많이 있죠.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몸소 체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스포츠의 경우도 하면 안 된다고 제한을 하지만 안 되는 범위가 있을 것이고, 그건 본인 밖에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무엇이든 시도해 보고 느끼고, 그렇게 하면 되는 거죠. 일단 해보고 안 되면 그 다음부터 자제하고 조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보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무조건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스스로 체험하면서 여러 가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납득이 가지 않으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알아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 성인이 되자 병원 창구에서 갑자기 본인부담금을 요구하는 것에 깜짝 놀라, 혈우병 의료비보조제도에 대해 꼼꼼하게 조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집을 짓고 싶어서 혈우병이라도 생명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지도 알아봤습니다. 아무리 평범하게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혈우병이라는 질병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있고, 경제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남에게 의지해서는 안 되고 스스로 행동하고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결혼할 때의 갈등, 아이를 가질 때의 갈등

아내와 결혼하기로 결정했을 때 여러가지 갈등이 있었죠. 처음에는 두 사람 사이에 무거운 기류가 흐르기도 했지만, 아내는 혈우병에 대해서 그야말로 제가 모르는 것까지 세세하게 잘 알아봐 주었고, 결국에는 저를 이해하고 저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결심해 주었습니다. 저를 이해하고 받아주신 장인어른께도 감사드립니다.

지금 아들이 한 명 있는데 아이가 한 명 더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만약 딸 아이가 태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아서 좀처럼 결론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아들 하나에 딸 하나, 이렇게 낳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어떤 결론도 내릴 수가 없습니다. 만약 여자아이가 태어난다면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을 테고, 그 아이의 장래에 대해 충분히 고민을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랍니다.

◀ 이해심 많은 동료에게 의지하는 나날들. 앞으로도 꿈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

저도 미래에 대해 몹시 비관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모든 혈우병 환자분들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다만, 제 경우는 병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많았던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병원 의사선생님, 간호사, 그리고 같은 혈우병 환자와 사랑하는 가족들,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과 손님 등등… 저를 이해해 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무척이나 행복합니다.

저와 같은 혈우병 환자분들께 하고싶은 말은, 꿈을 가지고 살아 달라는 것입니다. 혈우병이든 아니든, 한 인간으로서 꿈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병을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며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치료법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피하주사 제제와 유전자 치료에 대한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그것이 실현된다면 주사에 대한 수고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인들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혈우병이 아닌 보통의 사람 이상으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꿈은……..제 가게를 갖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그 꿈이 실현되면 좋겠습니다.

[헤모라이프 조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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