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세브란스 연세암병원에서 열린 혈우병 건강강좌에서 연세의대 생리학교실 김동욱 교수가 <iPS셀과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혈우병치료>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이날 60여명의 혈우병 환우와 가족들 등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됐다.

혈우병 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강의가 진행됐다.

유도세포와 유전자가위로 혈우병의 완치에 도전하는 연세의대 생리학교실 김동욱 교수는, “혈우병 환자는 특정 세포의 DNA가 뒤집혀 있기 때문에 발생된 병”이라며 “잘못된 세포를 젊은 줄기세포로 유도해서 잘못된 부분을 유전자가위로 정교하게 잘라 정상세포 유전자로 만들게 되면, 문제가 됐던 세포가 다시 정상적으로 자라나면서 혈우병이 완치 된다”고 말했다.

▲ 8회 건강강좌를 개최한 세브란스 소아혈액종양과 유철주 교수

김 교수는, 8일 세브란스병원 소아혈액종양과(연세암병원 소아청소년암센터장 유철주)에서 마련한 <혈우병 환자와 가족을 위한 건강강좌>에서 '혈우병 환자 유래의 IPS(유도줄기세포)와 유전자 가위에 대한 연구'에 대해, 혈우병환우들과 그 가족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전자치료’로 혈우병이 완치되는 과정을 정리해보자면,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해 외부에서 정상세포로 교정한 뒤 다시 환자에게 넣어주면 된다. 이러한 결과는 김 교수팀의 동물실험에서 괄목한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기술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첫 번째는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만드는 IPS셀 기술이며, 두 번째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교정하는 과정이다. 이 두 가지의 중요기술은 김동욱 교수팀과 혈우병환자들에게 익히 알려진 김진수 교수팀이 세계에서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 혈우병, 최적의 ‘완치대상’ 질환

일반적으로 세포는 점차 늙어서 수명을 다하는 것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세포는 다시 젊어질 수 있다”는 관련학회의 연구보고가 나옴에 따라, 해당 연구결과를 갖고 중증 A형 혈우병환자의 치료(완치)에 초점을 맞췄다. 혈우병은 다른 희귀질환에 비해 명확한 원인과 이론이 정립돼 있기 때문에 연구의 접근이 비교적 수월했던 것이다.

김 교수는, 환자의 소변에서 상피세포를 체취해서 잘못된 DNA를 고친 후 다시 환자의 몸에 넣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면역 문제도 없다고 했다. 특히 IPS 기술은 바이러스를 이용해 체내에 주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바이러스로부터의 안전성도 확보됐다. 일각에서는 8인자의 정상DNA를 아데노바이러스 등을 이용해 인체에 주입하는 연구가 지속되고 있으나, 아무리 무해한 바이러스라고 해도 그 볼륨(부피)과 기타 부작용 등에 대한 안전성 등이 부담 되어 왔다.

아울러, 김 교수의 체세포 획득방법은 환자의 소변을 통해 발췌하는 것이기 때문에 혈액체취 등의 번거로움과 환자의 불편함도 피할 수 있다.

김 교수팀의 연구 성과는 ‘늙은세포’를 ‘어린세포’로 만드는 중요한 기술이다. 어린세포(줄기세포)는 환자에게 필요한 목적 세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혈우병 유전자 치료과정 중 처음 단계의 중요과정을 진행하는 것이다.

◇ 이식된 정상세포가 얼마나 살아 있을까?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됐지만 앞으로는 인체 임상시험 등 남아있는 과제가 적지 않다. IPS셀을 이용해 정상DNA로 만들어진 세포가 과연 환자의 몸속에서 얼마동안 생존할 것인가? 그 생존기간이 몇시간 내지 몇일 밖에 안된다면, 반복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혈우병환자들이 응고인자를 투여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된다.

그러나 환자의 수명만큼 정상DNA로 생존하게 된다면 비로서 ‘혈우병 완치’를 말할 수 있다. 적어도 교정된 세포가 수개월간만 생존해 있게 된다고 해도 환자들의 삶의 질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환자의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임상을 통해 안전성, 장기간 생존력, 이식장소 최적화, 치료화과 지속성을 살펴봐야 한다. 또한 혈우병 유전자 변이형에 따라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방법도 연구해봐야 할 부분이다. 김 교수는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강의에 참석한 한 환우는 “흥미로운 시간이었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환자로써 무거운 책임감도 느끼게 되었던 시간이기도 했다”면서 “혈우병이 완치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임상에 대해서는 아직 선 듯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혈우사회에서 반감기가 길어진 ‘롱액팅’ 치료제가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덧붙였다.

이에, 대해 또 다른 환우는 “롱액팅 치료제는 혈우병 완치의 개념이 아니라 임시방편 정도가 아닌가”라며 “유전자 치료는 진정한 ‘완치’의 개념이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환자들이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김승근 혈우사회 전문가는 “IPS셀과 유전자가위로 혈우병을 완치하기 위해서는 아직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성급한 기대는 다소 이르다“면서도 “그러나, 과학의 발전은 빠른 속도로 거듭되고 있기 때문에 환우들이 큰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오는 21일부터 22일까지 NHF(미국혈우재단)주최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혈우병 유전자 최신기술’ 워크숍에 발표자로 참석한다. 이날 워크숍은 20명의 혈우병 관련 정예 기술진들이 모인가운데 진행되는 워크숍으로 ‘세포를 이용한 치료’에 대해 발표한다.

[헤모필리아라이프 유성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