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WFH학술대회에서 인스피레이션이라는 회사가 주목을 받았다. 그 이유는 “새로운 유전자재조합제제 IB1001(임상모델명)을 생산했다”며 “시판을 위한 임상을 곧 끝내고 출시하게 될 것”이라고 떠들썩하게 홍보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홍보 부스도 비교적 크게 만들어 놓고 학회장 내에서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무선망을 개설해 무료로 지원했다.

국제 혈우사회에서 8인자 유전자 재조합제제는 애드베이트 코지네이트 그린진F 진타 등 다양한 제품이 있지만 9인자 유전자 치료제는 화이자의 베네픽스가 유일하기 때문에 ‘베네픽스의 경쟁파트너가 등장한다’는 소식은 큰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 회사는 “독자적인 제조공정으로 저 비용으로 생산이 가능하다”면서 “생산되는 응고인자 양도 많다”고 주장했다.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3상 임상실험은 시판을 위한 마지막 임상단계였기 때문에 며칠 후면 곧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임상 환자 86명 중 20%이상에서 CHO단백질 항체가 발생됐고 결국 FDA에 의해 임상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이로써 전문가들은 “예상치 못한 항체가 발생됐기 때문에 여과공정을 추가해야 할 것”이라며 “약품가격도 인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사는 이번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 지난 해 10월 EMA(European Medicines Agency)를 통과한바 있으며 금년 4월에는 미국 FDA 승인절차까지 마친 후 임상이 진행된 것이다.

회사는 즉각 CHO항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원인을 규명하고 추가 공정의 필요여부를 살피는 데까지 ‘6개월에서 1년 정도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원인 파악이 있은 후, 필요하다면 FDA나 EMA에서 더욱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을 내 놓았다.

일반적으로, 항체발생은 단백질 변형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제품도 CHO단백질이 변형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차후 개선된 임상 프로토콜에서는 제조 공정 중에 필터레이션 공정이 추가 되어야 할 것이고, 결국 이 회사가 말했던 ‘저가의 제품’은 쉽지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지난 7월부터 원인 규명에 들어간 회사 측 관계자는 오는 12월 이전에 분석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IB1001’의 임상중단에 따라 다시한번 베네픽스가 고품질 치료제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다행스럽게도 국내에는 이미 제 9인자 유전자재조합제제인 화이자의 베네픽스가 들어와 있고 이 치료제로 대부분의 9인자 환우들은 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