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극장가에 최대 이슈는 ‘밀정’ 이라는 영화일 것이다. 아 영화는 개봉 전부터 많은 이슈가 되어왔고, 전작이라 할 수 있는 ‘암살’의 흥행을 잇는 대작으로 많은 영화 애호가들에게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밀정은 기대에 부흥하듯 ‘예매율 1위’를 달리며 200만을 넘어서고 있지만, 이 상황이 추석연휴 이후까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에 둔 영화였기에 많은 역사 프로그램을 통한 홍보가 이루어 졌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나서 든 느낌은 ‘뭔가 아쉽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영화의 흐름도 긴장감을 주지 못하고, 어떤 의미나 감동도 전해주지 못했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이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감독의 의지를 모르겠다는 점이다. 격투 신에서는 서부 영화의 한 장면인 듯한 느낌이 나오고 독립운동가의 고문장면 또한 어떤 감동이나 아픔이 전해지지 않는다. 단지 내용을 설명하기에 바쁘다는 느낌?

차라리 이 영화의 아쉬운 부분을 관객들이 찾아보며 우리 독립 운동가들의 활약과 아픔, 그리고 ‘황옥’이라는 인물에 대한 탐구를 유발하기 위한 것이 감독의 의도 일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시작은 김장옥(박희순 역)의 검거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김장옥은 김상옥이라는 의열단 실존 인물로 종로 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한 의사이다.) 이때 등장하는 인물이 이정출(송강호 역)이라는 일본 경찰청 경부이다. 일본 경부라면 지금에 5급 정도 되는 위치의 중간 간부라고 할 수 있는 자리이다.

이 이정출이라는 인물도 황옥이라는 실존했던 인물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며 의열단과 일본군과의 사이에서 ‘밀정’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우리 역사에서는 이 인물이 과연 어느 쪽의 밀정이었는지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김지운 감독은 영화에서 자신의 생각을 친절히 던져줬다. 이 영화가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지난 이와 유사한 암살이라는 영화를 통해 우리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관심들이 모아지는 등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들이 알려지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영화 밀정에서도 김우진(공유 역)이라는 훌륭한 독립운동가가 등장하나 그의 존재감은 영화에서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연계순(한지민 역)의 존재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 주목받는 것은 송강호, 공유 두 주인공이 아닌 우정출연의 이병헌(정채산 역)과 감독이 만들어낸 인물인 엄태구(하시모토 역)가 더 기억에 남는다.

이병헌이 열연했던 ‘정채산’이라는 인물은 의열단의 단장인 ‘김원봉’이라는 인물인데 당시 일본군들이 무척이나 두려워했던 존재로 알려져 있다. 김원봉의 현상금은 백범 김구보다 높았기에 일본에게 김원봉은 얼마나 위험한 존재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우정출연과 조연이 더 빛나는 영화는 물론 이병헌 개인의 능력과 감독의 의도가 있었을 수는 있으나, 영화의 주인공을 가려버리는 작용을 하게 된다. 김장옥 역할에 좀 더 선이 있는 배우가 출연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역사적인 사실을 다루는 영화는 픽션과 논픽션의 사이에서 감독의 많은 생각이 들어가게 될 것이다. 특히 다큐멘터리가 아닌 상업영화로써는…….

그러나 덕혜옹주나 밀정처럼 근대사를 다루는 영화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근대사 교육이 적은 지금의 세대들에게 잘못된 정보의 전달은 그들의 뇌리 속에 자리 잡아 평생을 함께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패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실패가 쌓이고 우리는 그 실패들을 디딛고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정채산이 독립운동가들에게 암시하던 말이다. 어쩌면 이 말은 우리 혈우환우 가족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같다. 혈우환우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읽다보면 실패를 기회삼아 성공으로, 그들만의 면역력을 키워가듯, ‘서로에게 영양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당시 실패가 있었기에 더 높은 곳으로 가는 긴 시간을 견뎌냈듯, 우리 혈우가족들도 서로에게 알토란 같은 영양제 역할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헤모필리아 라이프 박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