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FH 올란도 대회 참가자 기념촬영

혈우병에 관한 최신동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세계혈우연맹 학술대회가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미국 올란도에서 펼쳐졌다. 벌써 32회를 맞이하면서 대회 규모는 역대 최대급이었고 우리나라 대표단도 최대의 규모로 학회에 다녀왔다.

한국코헴회 대표단 17명을 비롯해 한국혈우재단 및 혈우병 전문의와 한국의 각 제약사를 포함하면 60여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운 아시아권도 아닌 지구반대편 지역에서 열린 대회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실로 역대급이 아닐 수 없다.

혈우병 관련 최신 동향도 다양하게 발표됐다. 100여개가 넘는 강연(세션)과 수백편의 포스터발표를 비롯해 최신 치료소식까지 숨 쉴 틈 없이 쏟아졌다.

◇올란도 대회 베스트 이슈들

이번 학회에서 손꼽을 만한 이슈는 치료제 부문에서 반감기가 길어진 치료제의 정착화를 손꼽을 만하다. 국내에는 아직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롱액팅’ 치료는 이제 기본적인 정착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주 3회 정도의 예방요법이 주 1-2회로 줄어들고 앞으로는 2-4주에 한두 번 정도만 팩터를 보충해주면 출혈빈도수가 현저하게 떨어지게 된다는 거다. 여기에 더하여 정맥주사가 아닌 피하주사로 투여할 수 있도록 편리성을 높여나가고 있다.

완치소식도 적지 않게 들리고 있다. 유전자치료가 몇 군데서 진행되고 있으며 만족할만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아직은 이른 감이 있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향후 5년에서 10년 사이에 실용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약물(치료제) 이슈 중에서 8인자 9인자를 보충하는 방법이 아닌 ‘응고방해’ 요소를 억제하는 약품이 관심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혈우병의 특성에 따라 결핍된 응고 인자를 투여해서 몸 속에 지혈을 시키는 메카니즘으로 치료가 됐지만, 새로운 방법은 최종 응고 단계에서 체내 응고억제 요소를 없애는 새로운 방법이다. 이같은 시도가 성공을 거두게 되면 8인자, 9인자, 항체 등과 같은 부분적인 팩터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출혈 시 바로 최종단계에서 응고시키는 작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결핍응고인자 보충 방법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치료법이다.

이같은 치료법을 제시한 얼라일럼(alnylam)은 이번 대회에 빅 스폰서로 관심을 끌었다. 세틀라이트 심포지엄을 비롯해서 부스를 통한 홍보까지 전면전을 펼치며 약물 ‘통합치료’법을 제시했다. 향후 얼마나 빨리 선보일지는 가늠할 수는 없지만 학회장의 분위기로 미뤄 보건데 예상보다 빨리 출시가 될 수도 있다.

약물이외의 또 다른 이슈로는 여성치료에 대한 이슈가 그 어떤 대회보다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보인자 및 본빌레브란트 모임이 활성화되고 있다. 여성전문 세션이 크게 늘었고, 여성 출혈질환이 큰 관심을 나타내면서 국제 혈우사회 속에 보인자분과가 활발한 활동을 모색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나아가 보인자의 경우에도 혈우병의 특성처럼 출혈질환을 겪고 있는 경우가 있고 이를 위한 치료도 국제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환기됐다. 이같은 점을 고려해 볼 때 국내에서의 보인자 관련 치료에 보다 많은 관심이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NHF(미국 혈우재단)에서 국민들과 함께하는 ‘혈우사회’ 캠페인도 눈에 띤다. 첫날 오프닝세레모니로 진행됐던 ‘레드타이’ 캠페인은 국민들에게 혈우병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높이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의식을 개선하는 활동이다. 전시장에서도 붉은색 넥타이와 핀 브로치를 나눠주면서 참여를 권장하기도 했고 참가했던 코헴 회원들도 상당수 동참했다.

◇환자단체의 성과, NHF와 공동사업 진행키로

많은 회원들이 참여했던 이번 올란도 대회에서 손꼽을 만한 ‘성과’ 중에 한 가지는 코헴회와 NHF(미국혈우재단)의 미팅을 들 수 있다. 대회 3일째 날인 26일, 코헴회와 NHF 주요임원 및 교육담당자와 오찬회동을 갖고 상호 단체의 활동사항을 공유했다.

NHF에서는 대표적 프로그램인 ‘혈우병 연례모임’, ‘혈우병 걷기대회’, ‘청년리더양성’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코헴회에서는 국가의 희귀난치성의료비지원 사업과 코헴여름캠프 등을 소개했다. 이같은 국내 프로그램은 NHF관계자에게 큰 관심을 끌었고 NHF에서는 이후 일정을 취소하면서까지 코헴회와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특히 NHF의 청년리더양성 프로그램 ‘NYLI(National Youth Leadership Institute)’ 프로그램의 세부적인 내용과 노하우를 공유해 양 단체가 한국판 'K-NYLI'라는 이름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먼저 박정서 코헴회장이 내년까지 함께 구상하고 실행할 것을 제안했고, 이어 NHF측 던 로텔리니 부회장은 “자신들도 이번 미팅이 단발로 그치지 않기 위해 공동사업을 제안하려고 했다”며 제안을 흔쾌히 수용했다.

◇헤모라이프 객원기자단의 활발한 활동, 기대 이상의 ‘성과’

혈우사회의 또다른 성과로 ‘헤모필리아 라이프’ 기자단 활동이 크게 두각을 나타냈다. 알랜 웨일 WFH총재의 인터뷰를 비롯해서 유명 강연자들을 취재하면서 혈우병전문 언론의 기능을 힘껏 발휘했다. 각 제약사의 글로벌 책임자들과의 인터뷰 및 국내 의료진들의 현장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학회장내에서의 새로운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객원기자단은 저녁 마감미팅을 통해 하루일과를 점검하면서 익일 취재일정을 서로 나누기도 했다. 아울러 현장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미니다큐를 제작해 곧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혈우병 전문 의료진 대거 참석, 차기 대회 준비

한국혈우재단 황태주 이사장을 비롯해 유기영 원장, 유철우 한국혈전지혈학회 이사장 등 손꼽히는 국내 혈우병 전문 의료진이 대거 참석했다. 혈우병연구회 소속 의료진과 한국혈우병치료병원의사협회인 ‘코다(KOHDA)’ 소속의 의료진들도 참석했다. 이번 학회에 발표된 포스터만해도 10여가지가 넘었고 일부 국내 전문의는 포스터 설명회까지 열었다. 다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구두발표가 미흡했다’는 점이다. 국내 상당수 의료진들이 포스터 발표는 했지만 세션으로 선택된 구두발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같은 분석은 의사들 내에서도 자체 환기되었고 차기 대회에서는 구두발표를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환우회에서도 구두발표를 준비해 보겠다는 의견까지 나오면서 차기대회에 대한 준비를 발 빠르게 해나가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올란도 대회는 각자의 역할에 맞게 탄탄한 준비를 해왔기에 NHF와의 교류사업 등의 성과가 있었고 차기대회에서 구두발표의 필요성까지 개진되는 등 긍정적인 발전이 예고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국내제약사인 녹십자는 WFH의 인도적지원 프로그램으로 3년간 6,000,000 IU의 치료제를 무상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혈우사회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대회 참석자들은 하루에 2~3시간정도밖에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서 학회일정을 소화해냈다. 국제 혈우사회와 국내 혈우사회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정보를 찾아다니며 마치 스폰지처럼 흡수하면서 다니는 환우들의 모습 속에는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헤모필리아라이프 김승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