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서의 가치 있는 삶을 살고, 나아가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기본적 과정을 우리는 교육이라는 수단을 통해 얻게 된다. 이에 따라 우리는 초등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몇 단계에 거쳐 삶의 많은 부분을 교육에 할애한다. 삶의 변화는 교육을 통해서 이뤄지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의 바람직한 기준과 원칙이 세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어나면서부터 혈우병이라는 질환 때문에 기본 교육만을 이수하고 고등교육의 선택을 포기한 채, 질환과의 싸움에 매달려온 혈우병 환자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본인의 선택에 의해서 대학진학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질환의 특수성 때문에 국가의 의무교육을 끝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물론 최근 혈우병 환자들은 치료환경의 개선에 따라 일반 학생들 수준이상으로 교육의 열의를 보이고 있으나 30-40대 이상의 혈우병 환자들은 대학 진학보다는 삶의 현장으로 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사회는 냉정했다. 현장에서의 실무능력보다는 ‘고졸’과 ‘대졸’이라는 학력 차로 급여가 달라지고 평가의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이 사회에서 개인적 ‘삶의 질 향상’을 높이고자 하는 데는 ‘학력’이라는 판단 잣대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최근 취업포털에서 조사된 ‘학력에 따른 연봉 차이’에 따르면 대졸 초봉이 고졸초봉보다 741만원이나 높게 나타났다.
혈우재단과 경희사이버대학이 산학협약식을 가졌다. 사진은 한국혈우재단 황태주 이사장(좌)과 경희사이버대학교 안병진 부총장(우)
◇ 한국혈우재단, 경희사이버대학교와 ‘산학협동 협약’ 맺어
한국혈우재단 황태주 이사장은 지난 달 말, 경희사이버대학과 산학협동 협약을 맺고 혈우병환자들에게 대학 무상교육의 장을 열었다.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되면 학사학위를 받게 되고 법적으로 ‘대학졸업’을 인정받게 된다.
사이버대학은 가정에서 컴퓨터로 강의를 듣는 이른바 ‘원격교육’이다. 외국에서는 ‘온라인대학’이라고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국내의 사이버대학은 지난 2001년 ‘평생교육법’ 제22조에 따라 최초로 교육기관이 설립됐고 이후 2008년에 접어들면서 ‘평생교육법’이라는 한계를 벗고 ‘고등교육법’에 적용받아 정식교육기관이 되면서 사회적 입지가 높아졌다. 나아가 지난 2010년부터는 석사학위를 이수할 수 있는 사이버대학원도 설립·운영되면서 이제는 정규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 됐다.
△학교소개 영상 ⓒ경희사이버대학교 홈페이지
국내에서 학사학위를 이수할 수 있는 사이버대학으로는 경희사이버대학교, 국제디지털대학교, 대구사이버대학교, 부산디지털대학교,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사이버대학교, 세종사이버대학교, 원광디지털대학교, 고려사이버대학교, 한국사이버대학교, 화신사이버대학교,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서울디지털대학교,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열린사이버대학교, 영남사이버대학교, 한양사이버대학교가 있다.
이들 대학은 특수교육 장학제도를 통해 교육비를 감면 또는 면제해주는 제도가 있는데 이를 테면 △각종 장애 또는 지체로 인하여 특별한 교육적 요구가 있는 자 △장애인 복지 법에 의거하여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는 자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보훈대상자 중 상이등급자로 등록되어 있는 자 등이 대상이 된다.
특히 이번에 한국혈우재단과 경희사이버대학교 맺은 ‘산학협동 협약’은 혈우병환자들에게 입학금 뿐 아니라 4년동안 전학기의 교육비가 면제된다. 비용 때문에 진학을 포기했던 혈우병환자들 또는 대학진학의 시기를 놓쳤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사이버 대학 생활이 모두 원격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선택에 따라 오프라인 모임 등 일반 정규 대학과 같은 스킨십도 가능하다. 또한 전형내용에 따르면 학사편입도 가능하기 때문에 학사학위가 있는 환자들에게는 전공을 달리해서 2학년 또는 3학년에 편입할 수도 있다. 혈우병 환자들에게 새로운 옵션이 마련된 셈.
◇ 사이버 대학은 일반인들에게도 ‘큰 관심’
얼마 전, TV에서 40~50대의 중년들이 ‘새로운 인생을 위해 도전’하는 프로그램이 소개된바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디어 창업을 하게 된 계기로 경희사이버대 진학을 선택한 IT·디자인융합학부 미디어모바일전공 학생 △타이어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며 마케팅과 리더십 부분의 부족함을 공부를 통해 채우고 있는 마케팅·지속경영리더십학과 학생 등을 성공적인 사이버대학생활을 소개했다.
△방송에 소개된 경희사이버대학 학생들
자영업을 하면서 사이버대학 과정을 이수하기도 했고, 창업을 목표로 사이버대학에 진학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일반인들에게도 사이버대학은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꼽히고 있다.
어떤 사람이 1년 걸려서 어떤 목표를 성취했다고 하자, 그러면 우리 환우들이 2년 걸려서 그 목표를 달성한다면, 아니 더 오래걸렸다고 한들 결과적으로는 동등한 위치에 오른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무엇인가에 기회가 있다면 ‘일단 도전해 보자’라는 마음가짐이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