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후 애널리스트

헤지펀드 매니저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회장의 자리까지 오른 백만장자이자, 최근 ‘원칙(Principles)'이라는 저서로 더욱 유명해진 자본주의의 총아가 있다. 바로 레이 달리오(Ray Dalio)다. 그는 작년 말 L.A.의 한 강연에서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여러 가지를 들었지만 분명한 점은 최근 다시 불거진 이 논의는 5년 전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 같이 단순히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의 역전과 같은 기존의 주장과 다른 방향에서 다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물론 그 시작은 왜곡된 부의 분배(Skwed distribution)를 돌아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FRB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3년까지 인플레이션 조정 달러 기준, 하위 60% 가정의 순자산은 20% 이상 감소한 반면 상위 10% 소득자의 재산은 75% 증가했다. Urban Institute의 카렌 스미스(Karen Smith) 연구원이 작성한 정보에 따르면 1965년 소득 계층 상위 10%는 하위 10%의 7배, 중간 값에서는 2배의 소득을 벌었으나 2016년에는 이 비율이 하위 소득자의 13배, 중간 값에서는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몇 세대 만에 처음으로 역전된 부모-자녀 세대의 소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부모보다 더 많은 돈을 번 자녀의 비율은 1970년 70%에서 오늘날 50%로 떨어졌으며, 편중된 소득 분배가 부의 불균형을 점점 더 악화시키고 있다.

지속 불가능한 형태로 나아가고 있는 이런 경제 시스템에 대하여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institutionalinvestor.com)의 크리스 셸링(Chris Shelling)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우리는 ‘너무 많은’ 자본주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 적은 혜택을 받고 있는, 자본주의의 ‘실종’ 시대를 살고 있다고.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기업 이윤의 극대화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자본주의와 이윤의 극대화, 그리고 기업 이윤의 극대화가 같은 의미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본주의의 역사를 살펴보면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다. 17세기 중반 잉태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는 봉건제의 계급 의무에서 출발하여 자본과 임대 그리고 급여의 개념으로 치환된다. 하지만 로마 카톨릭의 도전한 종교 개혁과 고대 그리스 철학에 반발한 과학 혁명을 통해 18세기 중엽에 이르러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게 된다. 다양한 규제가 철폐되면서 처음으로 시민 계급이 생산 수단을 소유할 권리가 균등하게 확대된 것이다.

자본주의는 ‘자유’였다. 개개인이 자본과 생산 수단을 소유하고 경제적 자원을 관리하거나 처분할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명료한 의미. 중요한 점은 바로 개인이 자신의 욕구와 욕구를 추구할 권리를 갖는 것이 이윤의 극대화와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개개인에게 부여된 자유로운 방법을 통해 원하는 것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는 중앙집권식 통제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은 바로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동일한 의미였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자본주의를 누리고 있지 못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은 생산 수단을 소유할 수 있는 동등하고 경쟁적인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현대의 기업은 1600년대의 봉건 제국과 1900년대 초 독점기업들이 중앙 정부로부터 받은 특권의 연장선상에 있다. 적어도 기업은 개인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업은 쉽게 측정할 수 있는 회계기준 상의 이윤을 내세우고 있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말처럼 측정되는 것은 관리의 대상이 된다. 불행하게도 기업의 이익은 개인의 이익과 자본주의를 대변하는 기준이 되어 버렸다. 더 나아가 기업들은 개인이 갖지 못한 이점을 부여받는다. 유한 책임, 지적 재산 소유권에 대한 폭넓은 혜택, 세금 절감(그리고 협상) 마지막으로 입법자 및 규제 당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통한 시장 참여 규칙에 대한 어드밴티지가 그것이다.

기업 경영 전략과 국가 경쟁력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의 ‘5 Forces 모델’이 주장하는 모든 것을 골자로 하면 결국 산업이 반경쟁적(독점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새로운 경쟁자를 없애고 기존의 경쟁자 수를 줄이며, 기존 고객에 대한 가격을 고수하기 위하여 공급 업체를 압박하는 것을 제안한다. 금융 시장에 대입하면 더욱 쉽게 알 수 있다. 1900년대 초반 비교적 명확한 규칙으로 구성되었던 금융 시장 규제는 이제는 서로 상충되기까지 하는 복잡한 문제로 발전되어 다양한 보고 요구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인프라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는 반직관적으로 말해 규제 부담을 준수하는 것이 곧 금융 회사의 핵심 경쟁 우위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Blackstone과 같이 5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관리하기 위한 400여명의 변호사 비용을 상쇄하는 능력은 소규모 은행과 자산 운용사가 가질 수 없다. 그 결과 오늘 날 예금 사업을 위해 경쟁하는 은행의 수는 반세기 전의 1/4에 불과하다. 남은 승자들에게는 권력이 집중되었다. 1990년대 초반 상위 5개 은행의 시장 점유율은 10%에 불과했지만, 20년이 흐른 지금 모든 은행 자산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허핀달-허쉬만 지수(HHI)는 시장 내에서 특정 주체가 갖는 집중도를 파악해 시장의 경쟁도를 평가하는 지수다. 값이 클수록 산업의 집중도가 높은 것인데 지난 수십 년 동안 대부분의 미국 산업에서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크게 증가했다. 포드와 GM,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리고 도요타 및 혼다는 미국 자동차 판매의 68%를 차지했다. CNN, MSNBC, FOX News는 케이블 뉴스 광고 수익 시장의 80%를 담당하고 잇고, 국제 신용 등급의 95%는 스탠다드&푸어스와 무디스 그리고 피치 이 3개 회사에서만 평가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구글은 약 93%의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죠.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미국의 연방통상위원회(FTC)와 법무부의 독점금지국(Antitrust Division)은 HSR법(Hart-Scott-Rodino Act)과 같은 법률을 통해 미국 내 일정 크기 이상의 모든 합병을 검토하고 반경쟁적 합병을 막기로 되어 있다. 하지만 많은 시장 참여자들은 이러한 규제 기관들이 상위 2군데의 경쟁 업체가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또는 상위 3개 업체가 75% 이상을 지배하지 않고서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더군다나 법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실시되고 있는 반독점 수사는 급감하고 있다. 심지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arvard Business School)의 연구에 따르면 FTC와 법무부를 감독하는 정치인들에게 기부를 하는 기업들에게 유리한 합병 검토가 얼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는 실패한 것일까 아니면 전용(轉用)된 것인가. 기업은 경쟁 업체가 점점 줄어들고 진입 장벽이 높아짐에 따라 고객과 공급 업체에게 더 큰 힘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기업은 대규모의 자본을 투자하는 대신에 단순히 가격을 올리고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으로 이익을 쉽게 개선하고 있다. 미국 전미경제연구소(National Research of Economic Research)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이후 기업의 설비투자는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산업 집중, 즉 독점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시사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기업의 가격 인상이 급증했음을 입증하고 있다. 1950~1980년 사이 평균 상품 가격은 한계 비용보다 약 18% 높은 수준으로 이 기간 동안은 폭넓은 안정기를 구가할 수 있었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한계 비용보다 무려 67%까지 폭등했다. 이렇게 방해받지 않은 산업 집중과 시장 지배력의 상승은 기업 이윤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주주 이익 환원에 관점에서 주식 보유자들에게는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개인 자산의 대부분은 주식 소유에서가 아닌 소득에서 나온다.

이제 다시 정의로 돌아가보자. 자본주의는 개인이 자본을 소유하고 생산 수단을 통제할 권리가 있는 시스템이다.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의 소유와 생산 수단(즉, 생존 수단)에 대한 통제이다. 산업의 40%를 관리하는 10개의 기업이 80%를 관리하는 3개의 기업으로 이동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더 많은 합병과 규제, 그리고 진입 장벽을 지원하는 것보다 나은 방향을 찾아야 한다. 크리스 셸링은 정부가 자본주의를 보호하면서 개인의 생산 수단을 좀 더 활력있게 통제할 수 있는 두 가지 수단을 제시한다.

첫째, 비경쟁적인 시장 점유율을 동력으로 과점 체제를 구축한 사업체에 대한 해체이다.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 휴즈(Chris Hughes)조차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규제를 낳는다는 모순에도 불구하고)산업 집중에 대한 현실적인 측정과 보다 잘 만들어진 법안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둘째, 정부가 개인의 법적 권리를 정상화하여 최소한 현재의 기업과 등등한 지위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즉, 과점을 해소하는 것과 동시에 입법자들은 기업가 정신과 혁신을 가로막는 엄격하고 관료주의적인 규제들을 제거해야 한다. 또한 기업에게 비용 우위를 제공하는 세제 혜택을 폐지하고, 사라진 기업의 책임을 회복하며 지적 재사권에 대한 폭넓은 권리를 개개인에게도 부여해야 한다. 혁신을 이루는 것은 결국 개개인의 손에 달렸기 때문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오늘은 최근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국한하여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자본주의의 폐해와 극복을 개인과 개인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풀어보았다. 크리스 셸링의 과격한 수단 제시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미뤄졌던 명확한 진단, 올바른 문제 제기는 분명 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열쇠가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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