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혈우병치료에 있어 개선된 치료제들이 속속 개발되면서 혈우병 치료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국제혈우사회는 8인자, 9인자 치료제의 차세대 치료제로 반감기가 길어진 ‘롱액팅’에 주목하고 있으며 항체치료제, 유전자치료(Gene Therapy) 등의 연구개발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치료제의 혁신과 발맞춰 아시아 지역의 혈우병사회도 최신 지견을 공유하고 우수한 의료재원을 확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화이자제약 주최의 '2016 아시아 혈우병전문가 미팅'(Asia Hemophilia Expert Meeting : AHEM)이 4월23일부터 24일까지 서울에서 열렸다.

헤모필리아라이프에서는 이 행사에 연자로 초청된 영국 해머스미스 병원 혈우병센터 책임의사인 '마이크 라판'(Mike Laffan) 교수를 본행사에 앞서 만나 국제 혈우병치료의 발전상을 들어보고 본 일정에서 강연 예정인 '항체분야'의 연구성과에 대해 인터뷰를 가졌다.

헤모필리아라이프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는 마이크 라판 교수(우)

-----아래는 '마이크 라판'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인터뷰 일시: 2016년 4월 22일(금) 오후 3:00 ~ 4:00
◇ 인터뷰 장소: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3층
◇ 인터뷰이: 마이크 라판(Mike Laffan), 영국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 혈액학과 지혈∙혈전학 교수

1. 한국은 첫 방문인가. 한국의 첫 인상도 궁금하다.
- 첫 방문이다. 한국에 도착한지 12시간밖에 되진 않았지만 공항이 굉장히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다. 서울은 활력 넘치고 대도시 느낌이 물씬 난다.

2. ‘2016 AHEM’을 통해 주요하게 다룰 내용은 무엇인가.
- 혈우병 환자의 항체(inhibitor) 관리이다. 또한, 한정된 자원(resource)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내용과 최근 새롭게 등장한 혈우병 치료제와 치료법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다룰 예정이다.

3. ‘한정된 자원’은 재정적인 부분인지, 혹은 한정된 치료제를 말하는 것인지.
- 재정적 자원과 치료제를 모두 포함한다. 재정과 치료제가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데 재원이 충분해야 인력에 대한 급여를 지불하거나 치료제를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만약 치료제를 구입하는 데 모든 재정을 쏟아 붓고 질환에 대한 인식 증진, 교육에 투자를 소홀히 한다면 이는 재정적 낭비에 불과하다.

4. 혈우병 치료제는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가.
- 영국 혈우병 치료제 발전을 간단히 살표보자면, 1980년대에는 환자의 상당수가 혈장유래제제를 사용했고 HIV, C형간염 등에 감염되었다. 이로써, 보다 안전성을 확보한 유전자재조합제제 치료제가 등장한 것이다. 혈우병 치료제는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고, 프라이온(prion)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인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감염을 막기 위해 1~3세대에 걸쳐 안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5. 1990년대 초까지 한국에서도 약 20명의 혈우병 환자들이 HIV 감염된 사례가 있었고 C형간염은 지금까지도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프라이온에 의한 감염 사례가 있었나.
- 제8응고인자, 제9응고인자 등으로 인한 감염 사례는 없다. 다만, 수혈을 받는 과정에서 4명의 환자가 CJD에 감염된 적은 있다. 영국 국민건강보험(NHS)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맹장제거 수술을 한 환자들 중 1,000명 중 1명꼴로 CJD에 감염되는데 크게 병세가 악화되진 않았다. 결론적으로, 감염 문제로 인해 혈장유래제제 치료제는 영국에서 점차 권고되지 않고 있다.

6. 영국은 국가입찰제를 통해 혈우병 치료제가 선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입찰 과정 및 치료제 선정에 있어 환자의 의견이 반영 되는지.
- 영국은 Hemophilia Society 등의 환자 단체가 국가입찰제 계약 과정에 참여하며 이 과정에서 환자의 의견이 반영되고 있다. 입찰에 있어 회사의 자격 제한은 없으며, 희망 회사들이 신청하면 입찰부터 최종계약까지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7. 입찰을 통해 최종 선정되는 치료제는 연 또는 격년 단위로 바뀌는가.
- 그렇다. 현재까지 3차례 입찰을 했으며 입찰 때마다 치료제 전환이 많이 이뤄졌다. 지난 번의 경우 환자 절반 이상이 기존 치료제에서 다른 치료제로 전환했다. 입찰에 대한 구체적인 사전 규정은 없지만 입찰 이후 유효 계약기간을 결정하며 보통 2년이고 추가로 2년 연장 가능하다. 1년 혹은 5년 주기로 계약 기간을 조정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 혈우병A 치료제로는 화이자제약 ‘진타 솔로퓨즈’가 국가 지정으로 도입되어 사용되고 있다.

8. 치료제를 전환할 때 환자들의 항체발생률이 높아지지는 않았나.
- 지난 번 입찰 이후(2012년), 치료제를 전환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항체발생률과 관련해 모니터링을 진행했는데, 유의한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치료제를 전환하지 않은 환자들에게서 항체가 발생해 해당 결과는 논문으로 게재(2013년)된 바 있다.

9. 혈우병 환자에 있어 항체 발생의 주된 원인은 무엇인가.
- 광범위한 질문인데, 환자마다 항체 발생의 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항체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유전적 변이로부터 기인한다. 만약 ‘혈장유래제제를 사용하는 환자마다 항체발생률이 다른가?’라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더 어렵다. 혈장유래제제 외에도 기타 인자들에 대한 통제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 혈우병A 환자의 경우, 중요 수술 시에 응고인자에 대한 노출 여부 등 전체적인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10. 추정치이지만, 한국은 혈우병 환자의 약 5% 안쪽에서 고항체를 갖고 있다. 영국은 어떠한가.
- 영국은 국가 차원의 질병 통계 시스템이 잘 갖춰진 편이다. 혈우병 환자들의 치료기록도 잘 보존되고 있다. 고항체의 기준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1) 항체가 발생하지 않은 환자 대비 항체가 발생한 환자의 비율 비교, 2) 역가(titre)가 높은 고항체 환자의 비율을 보는 방법이다. 후자의 기준이라면 영국 내 고항체 환자의 비율은 한국보다 약 2배 정도 높다.

11. 혈우병A, B 환자 간의 항체발생률 차이가 있는지.
- 그렇다. 혈우병B 환자에게서 훨씬 낮은 항체발생률이 나타난다. 하지만, 혈우병B 환자에게 항체가 발생된다면 더 위험한 상황이라 볼 수 있다. (기자: 혈우병B 환자에게 항체발생률이 낮은 이유는 치료제에 대한 노출이 적기 때문인가?) 제9응고인자가 제8응고인자에 비해 면역원성(immunogenicity)이 더 작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유전적인 이유가 아닌 응고인자에 대한 항체생성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혈우병을 앓게 된 혈우병 환자의 대부분은 제8 응고인자가 부족한 경우다. 때문에 제9응고인자보다 더 큰 면역원성을 가진 제8응고인자가 부족한 혈우병A 환자는 혈우병 B 환자에 비해 항체 발생률이 더 높다.

12. 혈우병은 보통 한 세대 지나서 발생된다. 환자 본인이 항체가 있다면 외손자도 항체를 가질 가능성이 높은가.
- 항체 유전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결과는 없다. 물론 가족 내에서 항체 유전의 가능성이 높으며, 외손자까지는 모르겠지만 형제 중 1명이 항체를 갖고 있다면 다른 형제도 항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은 일반 환자들보다 6배 정도 높다.

13. 항체 발생을 미리 예측해서 대응할 수는 없나.
- 어렵다. 소아 환자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출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응고인자제제를 사용하는데 이는 곧 항체발생의 위험으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제8응고인자 및 면역반응 간의 상관 관계를 파악하고 제8응고인자 사용으로 인한 면역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한 임상 연구들도 진행이 됐지만 성공적인 결과를 얻진 못했다. 하지만 관련 연구들은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추가적으로 제8응고인자가 아닌 다른 제제를 사용해 혈액응고를 돕는 새로운 치료제들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14. 혈액응고를 돕는 새로운 치료제는 무엇이며 어떤 기전인가.
- 두 가지의 새로운 치료제가 있는데, 우선 혈액응고를 조절(rebalancing)하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다시 말해, 항트롬빈의 수치를 낮춰 혈액 응고 기전을 조정하는 치료제다. 두 번째는 특수 합성된 항체로 제8응고인자와 유사한 속성을 가진 항체에 대한 연구이다.

15. 저항체, 고항체 혈우병 환자들 간 치료방법은 어떻게 다른지.
- 항체 역가가 낮은 저항체 혈우병A 환자들의 경우, 응고인자를 계속 주입해도 항체 역가가 쉽게 올라가지 않기때문에 응고인자의 혈중 농도를 높이는 것이 치료 목적이며, 결과적으로 역가가 낮은 항체가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고항체 혈우병A 환자들은 제8 응고인자를 계속 주입하면 항체 역가가 계속 증가하므로 응고인자 사용이 거의 불가하다. 이때는 우회제제요법(bypassing agent)인 aPPCs 제제 훼이바(FEIBA)를 투여하거나 제7응고인자 치료제를 대안으로 사용한다. (** aPCCs: activated prothrombin complex concentrate)

16. 국내에서도 면역관용유도(Immune Tolerance Induction, ITI)요법을 통해 고항체 환자들이 항체를 제거하는 치료를 한다. 영국은 어떠한가.
- 영국에서는 대부분 소아 환자들을 대상으로 ITI를 시행하고 있다. 소아 환자들의 항체 역가가 높아지게 될 때 ITI를 하기도 한다.

17. 소아 환자는 수술 및 급성출혈 때문에 다량의 응고인자를 투여하다 보니 항체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인이 되어서 항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나.
- 항체발생률은 치료제 사용 후 50일 내 가파르게 증가한다. 이후, 누적 증가속도는 서서히 감소하지만 항체발생률이 0으로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또한, 항체 발생은 인종 별로도 차이가 있는데 아프리카 인종이 타 인종보다 조금 더 높은 항체발생률을 보인다.

18. 한국 혈우병 환자들은 치료제 전환 시 항체 발생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이에 대해 건네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 치료제 전환에는 반드시 합당한 사유가 필요하다. 다른 해외국가 데이터에 따르면, 혈장유래제제에서 유전자재조합제제로 치료제를 전환했을 때 안전성이 더 커졌다는 사실이다. 또한, 치료제의 가격이나 가용성(availability) 등에 대해서도 환자들이 고려해봐야 한다. 아일랜드, 캐나다, 영국 등에서 치료제를 전환한 환자들 내에서 항체 발생률이 높아지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논문으로 발표된 바 있다.

19. 그렇다면 영국의 치료제 전환은 주로 어떠한 과정으로 이루어졌는지.
- 환자가 직접 치료제 전환을 요구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다만, 영국은 90년대~2000년대 초까지 혈장유래제제에서 유전자재조합제제로 치료제를 전환할 때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환자들이 직접 정부에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앞서 언급한 Hemophilia Society 등의 혈우병 단체가 정부에 주도적으로 치료제의 안전성 보장을 요구했던 것이 치료제를 전환시킬 수 있었던 큰 이유다.

20. 혈우병 환자의 항체 발생 위험률을 최소화하기 위한 치료 전략이 있다면.
- 정기적으로 응고인자를 투여하는 유지요법을 권고하고 싶다. 수술 중에는 응고인자를 투여하는 것을 가급적 피했으면 하지만 다른 대안이 많지 않아 아쉽다. 또한, 임상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전략 중 하나는 첫 응고인자 투여 후 50회 투여까지는 치료제를 전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1. 항체발생률을 감소시키기 위해선 유지요법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는데 근거가 무엇인가.
- 관찰 데이터 또는 경험에 근거한 의견이다. 혈우병은 희귀질환이기 때문에 무작위 비교시험(RTC)을 시행하기 굉장히 어려울뿐더러 추가로 수반되는 합병증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22. 가까운 시일 내 기대할만한 혈우병 치료법의 변화가 있다면.
- 제8응고인자가 아닌 non-factor 혈우병A 치료제, 항트롬빈(antithrombin) 및 항체 치료제들이 개발될 것이다. 또한, 반감기가 길어진 혈우병A, B 치료제를 비롯 유전자 치료도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23. 영국 혈우병 환자의 포괄적 치료(comprehensive care)에 대해 소개하자면.
- 영국의 경우, 정부에 재정적 지원 등을 요청하면 환자 치료에 대해 어떠한 니즈가 있는지 다양한 논의가 이뤄진다. 이 때 정부가 핵심적으로 고려하는 점은 적절한 케어가 환자들에게 제공되는지 여부다. 영국 정부는 혈우병 치료에 투자했을 때 이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치료 결과가 나올지 관련 데이터를 원했고 그 결과 혈우병 전문치료센터가 설립됐다. 현재 영국에서는 혈우병 전문치료센터를 통해 물리치료 등의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이 환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혈우병 치료 시스템이 점차 발전될수록 환자들은 의료진 개입의 필요성을 덜 느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지요법을 시행하는 환자의 집으로 치료제가 배달이 되기 때문에 환자가 병원에 내원할 일도 줄어든다.

24. 치료제 배송 받을 때마다 환자는 대면 진료, 혹은 의사에게 연락을 해야 하나.
- 아니다. 대면 진료는 1년에 2차례로 권고되고 있다. 환자의 치료가 잘 진행이 되고 있다면 6개월에 한 번씩 내원해 항체 레벨을 확인, 가장 높거나 또는 가장 낮은 혈액응고인자 수치를 체크해 약물의 투여량을 결정하는 치료범위(therapeutic window)를 확인한다. 또한, 관절 상태를 확인한다.

25. 방금 말 한 게 회복률 검사(recovery test)인데 이를 통해 환자마다 개별화된 처방(투여 용량 및 주기)이 이뤄진다는 것인가.
- 그렇다. 회복률 검사뿐만 아니라 트로프(trough) 값도 함께 체크한다. 가장 높고, 가장 낮은 트로프 값을 각각 비교해 환자 별로 치료제 투여 용량과 간격 등을 조정한다.

26. 마지막으로 한국의 혈우병 환자와 혈우병 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혈우병은 희귀질환인 만큼 각국의 치료 경험을 공유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텐데 국가 간의 많은 협력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마이크 라판(Mike Laffan) 교수 (현) 영국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 혈액학과 지혈∙혈전학 (Haemostasis& Thrombosis) 학력 :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현재 영국 해머스미스병원 혈우병센터 책임자 겸 로열프리병원 혈액학 담당 • 1992 ~ 현재 영국 임페리얼컬리지 런던 혈액학과 지혈∙혈전학 교수 주요연구분야 • 폰빌레브란트인자(vWF)의 구조 및 기능적 관계 • 글리코실레이션(당화)의 역할 및 트롬빈(thrombin) 제너레이션의 규칙 공저활동 •『혈소판 및 출혈질환에 대한 전장게놈(a whole genome) 접근』 (2016) •『혈전, 지혈의 핵심커리큘럼 프로젝트를 둘러싼 국제사회 : 혈전, 지혈의 의학적 핵심역량』 (2016) •『폰빌레브란트(vWF)인자 오-글리코실레이션(o-glycosylation)의 특수분석』 (2016) •『Practical Haematology』 (2012) 11번째 개정판 참여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