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자수첩
혈우병 치료제 대표적인 국내기업 ‘녹십자’‘녹십자 맨’의 ‘끈질긴’ 혈우병 사랑
유성연 기자  |  tjddus@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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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06  01: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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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은철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

“‘그린진 에프’는 녹십자의 우수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된 제품으로, 미국 수출을 대비해 미국의 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인 cGMP 승인을 위한 준비도 함께하고 있다. 전세계 혈우병 환자들에게 보다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품질을 갖춘 제품을 공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허은철 녹십자 사장 2012. 3.

지난 해 1월.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허은철(44세) 사장이 2012년 3월 언론을 통해 언급한 말이다. 그는 혈우병 환자들과 깊은 인연을 맺은 故 허영섭 회장의 차남이다. 10여년간 일선에서 경영수업을 마치고 마침내 녹십자 사장으로 지난해 취임했다.

허 사장은 서울대 식품공학과, 서울대 생물화학공학과정을 마치고 미국 코넬대학교 식품공학과(Ph.D.)를 졸업했다. 졸업 후 지난 2004년 목암생명공학연구소 기획관리실장으로 입사해 11년 만에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에 임명된 것.

# 우리나라 유일의 혈우병 치료제 생산 업체 ‘녹십자’

녹십자는 수많은 외국산 혈우병 치료제들의 홍수 속에서도 굳건히 국내환자들을 위한 관심은 아끼지 않고 있다. 혈우병 8인자 환자 치료제인 그린노모 그린진F를 제조 공급하고 있고, 박스앨타의 치료제 ‘에드베이트’의 국내 판권도 갖고 있다.

故 허영섭 회장은 혈우병환자들과의 잦은 스킨쉽을 통해 환자들이 필요한 부분을 경청하고 폭넓게 포용하는 리더쉽을 발휘하면서 지난 1990년 혈우병환자들과 함께 한국혈우재단을 설립했다. 이어 녹십자는 지금까지 매년 30억 원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해 혈우사회에 공헌해 오면서 혈우병 환자의 치료개선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지난 2009년 11월 15일 故 허영섭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혈우병환자와 환자가족들은 애통함을 전하기도 했다. 나아가 일부 환자들은 매년 기일에 맞춰 고인의 뜻을 되새기며 돌아보는 이례적인 시간을 갖기도 한다. 故 허영섭 회장의 뒤를 이어 여러 명의 대표이사 사장이 임명됐으나 혈우사회의 관심은 이러다할만한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고인의 차남 허은철 사장이 CEO로 임명되자, 환자들 사이에서는 큰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 혈우사회 속 ‘녹십자’는 단순 기업이 아닌 ‘구성원’

▲ 윤정구 전 녹십자 전무이사

혈우병 환자들에 대한 故 허영섭 회장의 각별한 관심은 그 직원들에게서도 잘 나타났다. 혈우사회 속 녹십자 직원들은, 한 회사의 직원이기에 앞서 이미 혈우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 된 것. 혈우병 환자들은 대표적으로 윤정구 전 녹십자 전무이사를 손에 꼽는다. 윤 전 이사는 한국혈우재단 설립시 故 허영섭 회장의 뜻을 받아, 실무자로써 시행착오 없이 이행해 가며 환자들과의 끈끈한 관계를 맺었다. 공식적인 자리뿐 아니라, 환자들끼리 모이는 사적 자리까지 마다하지 않고 함께 했다. 한 혈우병 환자의 증언에 따르면 “윤 과장님은 우리 환우들과 문예부 모임을 같이 만들어서 작문하는 것도 손봐주고 시 낭송도 같이 했다”고 말했다. 그 환우들 마음 속에 윤정구 전무는 ‘시인 윤정구’로 남아 있다. 이어 윤 전무는 2006년 한국혈우재단 상근이사로 취임하면서 혈우병 환자들과 더욱 깊은 관계를 갖게 됐다.

▲ 송종호 한국혈우재단 상근이사

윤정구 전무가 혈우재단 상근이사로 자리를 옮기자, 녹십자에서는 송종호 전 이사가 환자들과의 대면 활동에 적극 나섰다. 환자들이 보내는 따가운 비판과 설익은 비난도, 송 이사는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윤 전무의 공백은 송 전 이사가 감당하기에 조금 벅찬 위치일수도 있었지만 ‘옆집 아저씨’같은 느낌으로 꾸준히 환자들과의 관계를 형성해 나갔다. 어디엔가 조금은 어설픈듯하지만 그 자체가 그만의 매력이었는지도 모른다. 환자들 기억 속에 송 이사는 친근하면서도 무엇이든 다 들어주는 ‘착한 아저씨’같은 이미지가 남아있다.

윤정구 전무가 혈우재단 상근이사를 사임하고 그 후임으로 송종호 상근이사가 혈우재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면서 녹십자는 환자들과의 대화창구가 공백이 되었고 환자들과의 대화창구는 재단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재단은 ‘재단의 역할’이 있기에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무엇이든 다 들어 줄 것 같았던 ‘착한 아저씨’ 송 이사마저도 재단의 상근이사 입장에서, 환자들의 요구를 전폭 수용할 수는 없었을 것. 따라서 상황에 따라 단호하게 ‘NO’를 외쳐야했기 때문에 환자들은 그에게 더욱 큰 박탈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 혈우병 환우들의 여름캠프. 환자들이 매년 주최하는 여름캠프는 환우, 환우가족, 제약사 직원 등 구분없이 함께 웃고 함께 즐기는 가족행사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다 ⓒKOHEM홈페이지

환자들과의 대화창구가 공백이 되어버린 녹십자. 일부 환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녹십자의 대화 창구로 조인준 과장을 언급하고 있다. 윤정구 전무는 ‘세심하고 까칠한 누나’같은 이미지였다면, 송종호 이사는 ‘착한 아저씨’ 이미지였다. 이어 조인준 과장은 ‘든든한 형’같은 이미지라고 환자들은 말한다. 어떻게 보면 머슴(?)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순대국에 쇠주 한잔 하고픈 친구’ 같다고.

이렇듯 환자들이 언급하고 있는 ‘녹십자 맨’을 살펴보면, 작은 공통점 같은 게 있다. 그것은 전형적인 ‘한국인 느낌이 있다’는 거다. 속과 겉이 다르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해 주기 때문에 가끔은 실수도 하고. 그런 인간미가 있다는 것. 무엇보다도 ‘꾸준하다’는 것에 큰 점수를 줬다. 외국회사 직원들은 빈번하게 회사를 옮겨 다니는 특징이 있고, 글로벌 본사의 정책에 따라 국내지사의 정책까지도 좌지우지 되지만, 국내기업은 한결같이 꾸준하다는 것이다.

▲ 혈우병 8인자 치료제 그린진F(좌)와 에드베이트

# 혈우병 치료제의 향상과 도전

녹십자의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F’는 미FDA에서 시판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5일 본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린진F는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라면서 “임상이 끝난 후엔 결과를 보고 미국과 유럽에 동시에 허가를 진행하는 등 전략적인 방법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국제 마케팅 전략에 대해서도 “ASD와의 재계약뿐만 아니라 다른 유통기업과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그린진에프의 3차원 입체구조. 세계최초로 규명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허은철 사장도 언급했다시피 녹십자는 ‘그린진F’에 거는 기대가 크다. 녹십자의 3세대 유전자재조합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는 미국, 독일에 이어 우리나라가 3번째로 생산해 낸 것이다. 특히 Factor VIII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밝혀낸 것은 ‘세계 최초’이다.

혈우병 전문지 <헤모필리아 라이프> 자체조사에 따르면, ‘그린진F’는 현재 환자 단체인 한국코헴회 임원을 비롯해서, 전국에서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이 약품으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 규모는, 녹십자가 판매하고 있는 외국산 치료제 ‘애드베이트’에 이어 동일분야에서 2위의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녹십자는 수입제품과 자사생산품까지 혈우병 8인자 부분에서 1위 2위의 모든 제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폭넓게 환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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