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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의 소송을 마치며법원 조정으로 HCV 소송 끝낸 혈우환우의 소회
혈우환자 W  |  hemo@hemophil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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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5.10  17: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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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7년이 걸렸다고 한다. 사실 처음 소송을 제기한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기사를 찾아보고서야 그만큼의 세월이 지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변호사 수임료를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아두었던 뭉칫돈을 떨리는 손으로 송금하던 학생 시절의 나는 이제 ‘아재’ 직장인이 되어버렸다. 2004년 시작된 소송은 2013년 1심 패소, 2017년 2심 일부 승소, 그리고 2019년 대법원의 원고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까지 거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다. (아직 일부 환우분들의 힘겨운 파기환송심이 진행중이다.)

17년의 세월 동안 늘상 소송에 신경쓰며 살았다면 거짓말이다. 사소한 법원의 문서 송달 하나하나까지 챙기던 몇몇의 환우분들의 노고에 부끄럽게도 내가 이 소송에 신경을 곤두세웠던 때는 17년 통틀어 다섯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만한 정도이다. 최근에 와서야 전 분야에 걸친 집단소송제 도입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을 만큼, 예나 지금이나 한국의 기업들은 본인들의 제조물에 대한 책임을 ‘제한적으로’ 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승소’나 ‘보상’ 또는 ‘합의’에 대한 진정한 기대가 없었을는지도 모르겠다.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내적 갈등이 없지 않았다. 세지도 못할 만큼 오랜 세월 묵혀둔 내 인생의 숙제 하나를 어서 해치워버리고 싶었던 심정이 ‘사과’를 받고 싶었던 내 오랜 바람을 앞섰던 것인가 돌아보게 된다. 최종적인 판결문을 통해 역사의 기록을 남기고자 아직도 소송에 임하고 계신 환우분들과 새로운 소송을 시작한 환우분들의 선택에 존경심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록 나는 ‘합의’를 선택하였지만, 합의나 소송의 종료가 혈우병 환자의 HCV 집단 감염 문제의 ‘해결’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를 포함하여 아직 많은 환우들이 (정도는 다를지언정) 바이러스 및 그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과 싸우고 있고, 현재의 상태가 간경변으로 진행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C형 간염이 간경변으로 진행되기까지 평균 30년 정도가 걸린다고 하니, 우리의 걱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최종적으로 승소의 범위에 포함되지 못한 환우들의 HCV 관련 건강 상태 역시 혈우사회가 함께 고민하여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국가와 대기업에 맞서며 17년의 세월을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견뎌낸 우리 혈우 환우들의 의지와 열정이라면, 우리가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포스트 소송 이슈들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로운 방안을 함께 찾아나갈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혈우환자 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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