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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 이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부족한 것‘절망독서’…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박천욱 대표  |  china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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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9  03: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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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했을 때는 그 기분에 다가와주는 음악이나 이야기와의 만남이 우리를 구해줍니다. 우선은 마주하고 있는 기분에 푹 빠질 것, 빠질 때는 일단 바닥까지 가라앉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극복을 위해 정말로 중요한 일입니다.”

“이런 제목을 왜 지은거지?”라는 궁금증은 겨우 40페이지 남짓 읽었을 때, 의외로 금방 해결할 수 있었다. 저자인 가시라기 히로키는 자신이 왜 이 책을 두고 ‘절망독서’라는 말을 썼는지, 자신의 인생에서 ‘절망’이라는 단어와 ‘독서’라는 단어가 어떻게 연관성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친절하게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 『 절망독서 』-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가시라기 히로키 저자/ 이지수 역자/ 다산초당 출판 2017.06.12

자그마치 13년, 희귀병으로 인해 언제 어떻게 될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인생을 살아야하는 20살의 청년은 책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아직도 책을 읽고 있으며, 간혹 책을 쓰며, 다른 사람들에게 읽으라고 권유하는 이유, 이런 것이 진정으로 절망을 벗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의 모든 말에는 ‘절망’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이 책 이외에 그가 저술한 다른 책을 보아도 그러했다. 그가 절망 속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을 당했을수록 절망에 관련된 책을 읽으라고 말하는 이유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삶에서 아무리 완벽한 계획표를 세워 두었다 하더라도 우리 인생은 변수와 오차라는 것이 있어 절대 목표와 계획대로 살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계획을 다 이루지 못하고 고쳐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절망이 느껴질 때,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휩싸여서 무조건 절망을 벗어나지 말라고 말한다. 그래야만 절망을 벗어나 다른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그는 왜 절망이라는 단어에 그렇게 머물러 있는 것일까? 의외로 그가 이렇게 ‘절망’의 가치를 깨닫게 된 계기는 아주 평범했다. 그는 13년이라는 오랜 기간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투병 생활을 했고 30세가 지나서까지 사회생활이나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힘들었다. 그러던 그는 병실 안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생산적인 것 같은 활동’은 독서였고, 그렇게 그 곁에는 13년간이나 온갖 책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책 선물 중에서 자신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책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 책들의 거의 ‘희망’과 ‘밝은 세상’에 대해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득, ‘내가 그 동안 병문안을 갈 때 뭘 가져갔지?’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꽃이나 간식꺼리를 사가기도 했다. 그런데 환자가 금식이었거나, 꽃 선물이 금지된 병원일 경우에는 고민하다가 나 역시 책 선물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책 선물은 대체로 누구나 좋아할법한 무난한 소재의 자기개발서나 화사한 표지의 시집 혹은 소설이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힘든 환자에게 건 낼만 한 것이 마땅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책을 선물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저자의 의하면 나는 병으로 인해 절망과 슬픔을 느끼고 있는 환자에게 가장 하지 말아야 하는 희망을 선물한, ‘아주 성의 없는 선물을 했던 손님이었다’라는 생각이 불연 듯 들었다. 게다가 저자가 그렇게 절망한 사람에게 말할 필요가 없다는 ‘힘내’라는 무의미한 말도 곁들여서 하곤 했다.

생각지도 못한 나의 과거에 대한 후회, ‘아차!’하는 생각,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다니, 이 저자는 굉장히 특이한 사람이구나.’라는 호기심, 그리고 궁금증으로 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어느 순간부터 희귀병을 앓고 있는 동정해야 하는 어느 한 작가가 아니라, 절망과 삶에 대해 통달한 한 명의 철학가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절망, 나는 그 단어가 내 인생에 오지 않기를 바라기는 했으나, 그 단어가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줄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내 인생에 갑작스럽게 절망이 다가온다면 그 안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시련을 겪어본 사람은 안다. 어설픈 위로가 얼마나 폭력처럼 느껴지는지.”

그런데 말이다, 그렇다고 저자는 ‘절망 속에 있는 사람에게 쉽게 희망적인 책을 선물하지 마세요. 그건 잘못된 겁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그는 긴 투병 생활 동안 수많은 책을 받았고, 그 속에는 대부분이 별로 도움이 되는 책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책 선물로 인해 자신이 책을 많이 읽으면서 지금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단지, 그는 절망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이왕이면 절망에 관한 책을 읽고, 정말 깊게 빠져들어 보는 것이 오히려 당신이 절망 밖으로 나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13년, 참 많은 시간 동안, 수백 차례가 넘는 절망과 고통의 시간 속에서 때로는 극단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런 저자의 삶을 가늠할 수 있었기에 이 책을 통해 전하는 조언들이 전혀 위선이라거나, 거짓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진심어린 위로같이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내 자신이 아픈 시기를 보내기도 했고 다른 사람이 아픈 시기를 보내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다. 왜 그것을 늘 비극적인 일로만 생각하고 그렇기에 늘 벗어나야 하고 완치되어야 하고 극복해야 하고 이왕이면 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식으로만 생각했을까? 정작 당사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자신의 인생에 닥친 불행을 얼마나 받아들였는지에 대해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어떤 식으로든 너무 성급하게 희망을 주고, 밝은 생각을 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만 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불행과 절망은 그 종류와 시기가 다를 뿐, 모두가 인생에서 한두 번 쯤은 겪는 ‘지나가는 일’ 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불행, 절망, 고통, 시련, 이런 모든 것들이 와서는 안 되고, 왔다면 빨리 가버려야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나 역시 슬프거나 힘든 상황에 올수록 즐겁고 행복한 생각을 하며 늘 긍정적인 생각만을 유지하도록 해야 옳은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 또한 내 인생의 일부인데 말이다.

그리고 그런 나의 어설픈 생각이 가미된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어서 나아야 해.’, ‘어서 극복해야 해.’, ‘지금 나는 고통과 절망에 머물러있고 어서 이걸 이겨낼 강한 정신력을 찾아야 해.’라는 생각을 가지게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그처럼 투병생활을 겪지 않은 사람에게도 이 책은 그렇기에 너무나 읽어봄직한, 의미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인생에 벌어지는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것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자연스럽게 깨닫고 느끼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현명하고 건강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그리고 어느 누구보다 긴 시간 동안, 힘든 시기를 겪었음에도 다른 사람의 절망을 돌아보고 책을 통해 위로를 건 낼 줄 알았던 저자의 마음의 깊이에 놀라움이 일었다. 받아들이고, 머무르고, 인정하는 것,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부족한 것은 그것이었던 것이다.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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