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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무비필> '돈', 영원한 매수종목은 없다.혈우사회는 언제까지 희귀질환을 견인할 수 있을까
김태일 기자  |  saltdoll@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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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3  23: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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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포스터. '부당거래' 조감독 출신의 박누리 감독의 입봉작

주식하는 개미(소액개인투자자)들의 끝나지 않을 고민은 '왜 내가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르지?'일 거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내 손끝만 바라보고 있는 작전세력이 있나?' 싶을 정도다. 얼마 되지도 않는 내 돈 빼먹기 위해서 마치 영화 '트루먼쇼' 처럼 나를 감시하고 내 주변 삶을 조작하는 사람들이 있다고까지 느껴지는 것이다. 사실 그런 지경까지 갔다면 이미 건전한 의미의 주식투자는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게 맞겠다.

근데 말은 똑바로 하자. 개별기업의 자본에만 국한되지 않고 기업의 가치를 신뢰하는 국민자본의 힘으로 산업을 성장시키고 고르게 이윤을 분배하기 위한 '건전한 의미의 주식투자'를 바라보고 계좌를 개설하는 현대인이 얼마나 될 것인가. 매일 미디어에선 상한가를 치는 듣도보도 못한 종목이 유혹의 손길을 뻗는데, 몇시간 단타로 월급의 몇배를 벌었다는 건너건너 거래처 직원의 소문을 듣고 있는데, 25일 들어왔다 나가는 쥐꼬리만한 급여만 기다리고 있는 내가 한심하고 약지 못한 것처럼 느껴져 주식개좌를 트고 시도 때도 없이 그래프를 확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 영화 [돈]은 바로 그런 탐욕과 기회에 대한 이야기다. 단지 프레임을 우리들 '개미'가 아닌 그 치열한 놀음판 한 가운데서 직업으로서 그래프를 들여다보는 '주식브로커'로 옮겨놓은 것 뿐, 살면서 한 번 찾아올까 말한 부당한 기회 앞에서 우리의 탐욕이 어디까지 나를 [돌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말이다. (감독은, 검색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제목을 [돈]이라고 정한 건 중의적 의미가 좋아서라고 했다.)

▲ 지방대 출신 조일현의 첫 출근. 감독은 직원당 3~6개의 모니터를 쓰고 숫자로 가득 찬 증권사 내부를 실감나게 재현하기 위해 신경써 세트를 제작했다고 말한다.

부자가 되고싶은 사회초년생 조일현(류준열 분)은 꿈에 그리던 국내 최대 증권회사에 주식브로커로 들어갔지만, 순진한 노력과 공부만으로 실적을 쌓는 건 요원했다. 그의 머리 위 실적패널에는 늘 '0'이 따라붙었고 실수로 수천만원대 손실을 회사에 안기기까지 한다.

유혹은 늘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 찾아오는 법. 증권가 다크포스가 빚어낸 작전세력의 기획자 '번호표'(유지태 분)라는 인물이 은밀한 작업을 제안해온다. 처음엔 엄청난 양의 스프레드(선물에서 결제월이 다른 매도와 매수주문을 하나로 결합한 주문) 매수부터 시작해 공매도(특정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까지, 작전을 성공할수록 조일현에겐 어마어마한 수수료는 물론 뒤로는 그 수십배에 달하는 작전 배당금까지 챙길 수 있게 된다. 비정상적이지만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시작해 나중엔 명백한 불법거래에다 사람까지 죽어나가는 작전의 한가운데에 서게 되는 것이다. 돈도 돈이지만 빅딜을 이뤄낼 때마다 회사에서는 영웅 대접해 줘, 업계에서는 밥이라도 한 번 같이 먹고싶어하는 사람들(과 술 한 번 먹고싶어하는 여성들)이 줄을 서니, 작전으로 망가져 나가는 사람과 세계는 눈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나라면 어떨까?' '치명적인 기회가 접근했을 때 도덕적 잣대를 유지할 수 있을까?' '탐욕이 불법의 선을 넘어 누군가의 삶을 짓밟는 것이어도?' 영화관을 나서며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다. 고백하자면, 넘어갈지 말지는 나중 가서 생각해보더라도 그런 유혹 한 번 당해보고 싶다는 생각 자주 한다. 그 경계에서 어슬렁거리다 차라리 유혹할 필요 조차 없는 사람으로 떨어져나가면 다행이지만 치명적인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모두가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냐 말이다. 기회의 가난을 탓하기 전에 우리 자신의 마음을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 "제발 일한 만큼만 벌어라" 라는 영화 속 금융감독원 '사냥개' 한지철(조우진 분)의 대사가 귀에 콕 박히는 이유다.

▲ 번호표와 작업을 해나가면서 명품을 걸치고 여친을 바꾸고 헤어스타일도 바뀐 조일현. 영화 후반부 대의명분을 실현함으로서 그간의 부정이 용서될 수 있는 것처럼 그린 건 아쉽다.

혈우병 사회 내에서도 주식투자는 꽤 흥미로운 수다거리가 된다. 몸 쓰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그래프만 잘 연구하면 연봉 못지 않는 수익 올릴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어디라고 없겠는가. 그런데 그런 말 있잖은가, 개미인 나한테까지 올 정도의 정보면 이미 브로커들의 수첩에선 두 줄 긋고 지워진 정보라는 거.

어찌보면 혈우사회는 우리 사회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받아 성장한 '매수종목'이다. 그 투자가 헛되지 않고 희귀질환 분야의 대장주로서 동반상승을 견인하기 위해선 헛된 정치적 망상을 걷어내고 구성원과 치료환경이 가진 가치에 집중해야 할 때이지 않을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공매도세력의 먹잇감이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 조연들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그려져 보는 재미를 더했다. 헌데 영화관 보다 맥주 마시며, 주식용어 검색해가며 케이블로 볼 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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