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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병으로 나의 정체성을 찾다…그래! ‘나는 아빠다’3년간 페이스 북으로 투병기 남긴 가족이야기
박천욱 대표  |  china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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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5  02: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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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사회가 다시 건강을 찾기 위해 애절한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조금 더뎌 보이기도 하고, 베어낸 상처가 너무 커서 잘 아물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겠지만, 결국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 생각해 본다.

오늘의 혈우사회를 생각해보며 책 한권을 함께 나눠보고자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상황 속에서도 온 가족이 함께 힘을 모아 3년간의 힘든 고통을 이겨낸 가족의 투병기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 이성규씨는 만약 아이의 병이 아니었다면 가족이라는 소중한 공동체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아빠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찾은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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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빠다 다시 행복해진 아빠와 딸의 이야기/ 이성규 저/ 한국표준협회미디어/ 2018.12.12

2016년, 한 가족에게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이 내려졌다. 벌써 963일, 그러니까 3년여 전이었다. 특종을 잡아 저널리스트로서 이름을 날리자는 포부를 가지고 열심히 일하던 이성규씨는 그저 아이에게 으레 있을 수 있는 가벼운 증상인 줄로만 알았던 막내 딸,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오물오물 몇 마디 말을 하면서 뛰어놀기 바쁠 3살배기 딸에게 그렇게 무서운 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성규씨는 가장이며 남편이며, 8살 초등학생과 이제 막 3살이 된 예쁜 딸을 가진 아빠다. 그리고 그는 특종을 꿈꾸는 기자였다. 갑작스러운 아이의 진단, 그때 부모의 심정이란 감히 내가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절망과 아득함이었을 것이다.

그는 당장 기자 생활을 그만뒀다. 아내 역시 회사를 그만두고 막내 딸인 인영이의 곁을 지키기로 했다. 아빠는 잘 나가는 기자로, 또 엄마는 은행 직원으로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었지만 그 모든 부모들이 그러하듯 자식의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선 직장의 승진이나 특종 같은 것은 무의미했을 것이다.

이제 겨우 8살이 된 첫째, 인영이의 언니마저도 동생을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일은 스스로 알아서 턱턱 해야 하는 것을 너무 일찍 깨닫게 됐다. 1000일에 가까운 그 시간은 그렇게 한 가족의 생활 패턴을 완전히 바꿔 버렸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의학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백혈병은 그 어떤 병보다 무섭게 느껴지는 병이었다. 이론적으로는 혈액이나 골수에 종양세포가 자라나는 병이다. 경과에 따라 만성과 급성으로 분류하게 된다. 이 병은 림프구계 백혈구가 악성 세포로 변하여 골수에서 증식하고 말초 혈액으로 퍼지는데 간, 비장, 림프계, 대뇌, 소뇌, 척수 등을 침범하게 된다.

백혈병 중에서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있다. 다만 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는 소아 발병환자의 경우 항암치료를 받고 완치될 확률도 높다고는 한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확률상의 개념일 뿐이다. 골수를 채취하고, 성인도 견디기 힘들다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런 투병을 계속한다는 것은 병에 걸린 당사자에게도 그 가족에게도 여러모로 엄청난 고난을 의미하는 일이었다.

정말 다행히도, 인영이의 경우는 3년여 간의 투병을 거친 후 건강을 되찾아 지금은 완치되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성규씨는 인영이의 3년 간의 시간을 페이스북에 일기처럼 하루하루 적어 나가기 시작했고, 그것이 어느새 사람들에게 감동과 응원을 하게 만들어 많은 도움의 천사를 보내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기록이 책으로 발간되었을 때, 그 자체로 인영이의 인생에서 잊지 못할,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중요한 3년의 시간이 되었다.

하나하나, 그 일기를 읽어 내려가며 나는 인영이의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손을 꼭 잡는 간절함으로 기도했다. 3살 이제 막 자기 힘으로 걸어 다니며 말하고 뛰어놀며 만나는 모든 새롭고 재미있는 세상을 기억하기 시작하는 나이가 아닌가.

많은 이들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인영이의 건강한 삶을 간절히 원했다. 이성규씨를 비롯한 인영이의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인영이가 앞으로 만나게 될 눈부시고 행복한 인생의 모든 순간들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작은 3살 아이의 투병기가 너무나 오랫동안 가슴에 기억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며 책을 읽어 내려갔다.

“너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설 때 네가 다시 건강해진 것이 아빠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아빠다.”

‘아빠’, 문득 나의 아버지를 떠올려본다. 어릴 적, 나는 유독 아버지를 잘 따르는 아이였다. 어릴 적, 아빠라고 부르면서 뒤를 쫒아 다니면 도망가는 척 장난을 치시고, 그러면 나는 아빠가 어디 멀리 가는 줄 알고 엉엉 울어버리곤 하는 아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좋은 추억을 가진 나조차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면 막연하게 왜 어머니의 사랑만이 더 깊고 강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을까? 이 글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머니의 사랑만큼이나 아버지의 사랑 역시 자신의 인생의 모든 것을 맞바꿀 수 있을 정도로 깊은 것인데 말이다. 모성은 타고나는 것이며, 부성을 그저 학습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지난 선입견을 나는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딸의 결혼식에 손을 잡고 들어서는 꿈, 아마 세상 모든 아빠라면 가장 오지 않았으면 하는 순간이면서 동시에 가장 꿈꾸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저 문장 하나에 담긴 아빠의 마음을 생각해보았다. 너무나 따뜻하고 뭉클해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몸이 작다고 해서 생명도 작은 건 아니예요. 생명의 무게는 모두 같다고 하잖아요.”

3년이라는 긴 시간만큼, 이 책은 인영이와 온 가족이 병원에서 지내다시피 하면서 만난 좋은 인연들이 곳곳에 묻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병원이라는 생과 사를 오가는 특수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별별 사건들도 함께 실려 있었다. 인영이처럼 급성 림프구 백혈병으로 잘 치료를 받다가 고도진정 골수검사를 받던 중 의료 사고로 사망한 재윤이의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이 이야기를 진작 알지 못했던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아이들. 그 아이들은 어른들이 제때 고치지 못한 제도나 혹은 누군가의 이기심, 실수로 등으로 인해서 어른이 될 기회를 잃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것은 같은 어른인 나에게도 무거운 책임처럼 다가왔다. 억울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비난하는 장면에서는 내게 씁쓸함이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고사리 같은 손을 움켜쥐며 검사와 치료를 이겨내는 인영이와 많은 작은 생명들에게서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몸은 작지만 생명의 무게는 모두 같은 것처럼, 그들의 생명은 어떤 어른의 것보다 크고 순수하고 소중한 것이었다. 우리 어른들은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이성규씨가 인영이의 투병기를 기록한 것은 진단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그리고 2016년 첫 일기로부터 마지막 일기는 2018년 9월. 투병기는 멈췄다. 그리고 인영이는 이제 더 이상 고통스러운 골수검사와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되는 병원 밖으로 나왔다. 이 이야기는 지금까지 해피엔딩으로 이어지고 있다.

긴 3년의 시간, 수많은 동료들이 치료비를 보태고 이름조차 밝히지 않는 많은 분들이 응원 메시지와 함께 인영이의 회복에 도움이 될법한 것을 보내주었다고 한다. 나는 이런 따뜻한 마음과 간절한 바람이 인영이에게 기적 같은 기회를 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완치 판정을 받게 될 때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인영이가 더 이상 병원에 오지 않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뛰어노는 학생이 되고, 어른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일기를 읽어 내려갔다.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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