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새벽, 당선을 확정지은 전현희 당선자가 지지자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혈우병 전사'로 잘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당선자가 전통적 새누리당 텃밭인 서울 강남(을)에서 여당 후보를 누르고 20대 국회의원으로 선택받았다.

강남에서는 14대 총선 때 민주당 홍사덕 후보가 당선된 후 야당 인사들이 한 번도 당선되지 못해 이번 전현희 당선인의 승리는 24년만의 쾌거이자 뿌리깊은 지역주의 구도와 '강남 보수화'에 의미있는 균열이 가해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현희 당선인은 2003년 초임 변호사로서 '혈우병 환자들의 집단에이즈 감염사건'의 변호를 홀홀단신으로 맡아 10년 넘게 끈질기게 싸워 대법원의 승소취지 파기환송 이후 2013년 고등법원 조정을 이끌어낸 혈우병 사회의 '잔다르크'로 불리우는 인물이다.

전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 앞서 펴낸 자서전에서도 18대 국회때부터 자신을 정치로 이끈 계기가 이 혈우병 소송이며, 약자들을 대변해 사회 정의를 바로세우고자 소신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선거에서 전현희 당선인은 51.5%의 표를 얻어 44.6%를 얻은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를 꺾었다. 개표 전까지는 전 의원의 승리가 불투명한 분위기였으나 출구조사에서 0.1% 뒤지며 초박빙 승부로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막상 개표를 진행해 나가면서는 초반의 열세를 뒤집어 9시 경부터 놀라운 역전 드라마를 써 나갔고 14일 새벽 0시30분 경에 이르러 당선을 확정지었다.

▲ 14일 오전, 김종인 대표가 전현희 당선인을 업으며 축하를 전하고 있다.

전현희 당선인은 당선이 확실해진 후 강남구 수서동 선거 사무실에서 “강남을 지역구민들의 성원에 감사드린다. 엄마의 마음으로 사교육비 절감 등 공약을 꼭 지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고“하늘나라에 있는 남편도 기뻐해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 당선자의 남편은 2014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故 김현범 거창지원장이다.

전 당선인은 14일 SNS를 통해 "선거기간 동안 보내주신 사랑과 격려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의 승리는 저 전현희의 승리가 아니라 강남을 유권자와 국민의 승리다. 기쁨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현희 당선자의 승리는 야권 내에서도 믿기지 않는 훌륭한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현충원을 참배하기 전 당선자를 만나자 등에 업어주며 자랑스러움을 표하기도 했다.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