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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거인 왜소증’, 불편하지만 불가능은 아니다미우나 고우나 ’작은 나‘를 데리고 살아가야만 한다
박천욱 대표  |  china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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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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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은 호기심을 참지 못한다. 특히나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호기심은 더더욱.”

내 취미 중에 한 가지는 미국 드라마를 보는 것이다. 특히 겨울처럼 추운 날씨에 집 밖으로 나가기 싫을 때에는 몇 시즌 이어지는 미드 시리즈를 정해놓고 몇 날 며칠을 보는 것을 즐기곤 했다. 워낙 시리즈가 길고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 허구의 세계인 웨스테로스 대륙의 7개의 국가와 하위 몇 개의 국가들로 구성된 연맹 국가인 칠 왕국의 통치권, 철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그려낸 HBO드라마. 금년 4월부터 시즌 8이 방영될 예정이다. / ‘피터 딘클리지(Peter Dinklage) 사진 중 맨 우측

최근에 내가 기다리고 있는 미드는 ‘왕좌의 게임’이다. 그 안에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인물 한 사람이 나온다. 바로 난쟁이 왜소증으로 태어나 운명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피터 딘클리지(Peter Dinklage)’라는 배우가 나와 ‘티리온 라니스터’라는 인물을 연기한다. 그는 선천적 왜소증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기에 138cm의 키로 살아가고 있다. 29살이 되도록 배우라는 직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그저 평범한 기술자 직업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는 우연한 기회에 배우가 될 수 있었다. 특히 ‘왕좌의 게임’이라는 작품에서는 자신과 똑같은 운명을 가진, 난쟁이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람들의 멸시와 편견을 받고 살아왔으며, 그 모든 것을 방대한 지식과 전술로 이겨내는 인물을 연기했다. 그리고 자신의 혼과 인생을 그대로 담아내는 듯한 연기를 통해 ‘골든 글로브’상을 수상하는 영예에 오르며 세계적 배우로 거듭나게 됐다.

“여러분께 남은 앞으로의 인생을 지금 당장 마주하세요. 인생에 결정적인 순간이 오기만을 기다리지 마세요. 그런 순간은 오지 않거든요. 그냥 뛰어드세요.”

그가 자신의 작품 속 인물을 통해 말한 모든 대사들은 그 자신의 인생을 대변하는 명대사가 되었다. 그리고 외면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 하나로 사람들의 편견을 받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그는 29년 동안 사회적 편견이 벗겨지는 시기만을 기다렸다. 자신이 가진 작은 키와 장애로 인해, 이유없는 비난 받는 사회적 통념. 그것을 깨고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결정적 시기는 오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마침내 해냈다.

지금에야 최고의 배우라는 찬사를 듣지만, 어느 누가 138cm의 키 밖에 안 되는 사람에게, 특히나 미남 배우도 아닌데 결정적 기회를 주겠는가? 잔인하게도 이 현실은 아주 일반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에게도 그런 기회가 자주 오지 않는다.

나는 그의 수상 소감을 들으며, 이전까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난쟁이들의 삶, 왜소증을 가진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왜소증,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약간은 큰 두상, 아이처럼 작은 키를 가진 사람들. 그러고 보니 이런 이들을 지금보다 과거에 자주 본 것 같다. 시골 장터에서나 공연 같은 곳에서 말이다. 물론 대체적으로 희화화 되어 웃음꺼리로 치부되는 경우였던 것 같다. 그곳에서는 단지 눈요기에 지나지 않은 그런 사람이었다. ‘원래부터 키 작은 병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약간의 호기심의 시선 그 이상 그 이하 어느 쪽도 아니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새삼 ‘피터 딘클리지’라는 배우를 통해 왜소증이라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이후에야 나는 비로써 그들을 호기심으로 바라보기만 했던 과거의 내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쳐다봐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들은 나보다 키가 작은 것일 뿐 어떤 것도 다들 것이 없는 일반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중학교 3학년의 나는 새로 발급받은 장애인등록증을 보고 한참 동안 생각했다. 내 작은 키는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성질이라고, 이제 남들처럼 키가 더 크길 기대하지 말고, 미우나 고우나 ’작은 나‘를 데리고 살아가야만 한다고”

▲ 불편하지만 불가능은 아니다/ 이지영 | 출판사 문학동네/ “땅꼬마, E.T, 외계인, 난쟁이.” 어린 시절, 그녀의 별명은 이랬다. 뼈와 뼈 사이의 연골에 문제가 있는 ‘가성연골무형성증’이라는 희귀질환으로 인해 키는 더 자라지 않았다. 한눈에 도드라지는 핸디캡을 갖고도 60전 61기의 도전 끝에 삼성에 입사할 수 있었던 그녀

배우 ‘피터 딘클리지’ 이후에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또 다른 작은 거인을 만났다. 현재 삼성테크윈 인사팀 직원이자 유명 강연자, 우연히 영상을 보다가 보게 된 그녀의 강연을 듣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내 내가 그녀를 몰랐을 뿐, 이미 자서전 형식의 책까지 출간한 꽤 유명한 인사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키는 110cm. 왜소증을 가진 이들의 발병 원인은 다양하다. 갑상선기능저하증, 뇌하수체기능저하, 부신 및 성선의 기능장애, 영양장애, 대사장애, 염색체이상, 다운증후군, 터너 증후군, 뼈 형성 장애 등등, 그중에서 그녀가 작은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된 이유는 ‘가성연골무형성증’이라는 희귀질환으로 인한 것이었다.

‘가성연골무형성증’ 이름조차 어려운 이 질환은 삼지창 모양의 손, 특징적인 얼굴, 짧은 팔과 다리, 뒤뚱거리듯 걷는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모습이다. 대체로 어릴 적에는 흉요추 후만이 흔히 관찰되지만, 기립 보행이 시작되며 이는 대부분 소멸된다. 이후 나이가 들면서 고관절 굴곡 구축 증상이 나타나고 내반슬과 경골 만곡 등의 하지 변형이 나타나기도 한다.

물론 선천적인 질병이기에 산전 진단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예방이나 치료로 이어질 수는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사지와 척추의 발달 이상 이외에 지능이나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기 때문에 삶을 영위해가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이 책 <불편하지만 불가능은 아니다>를 통해 말하는 것은 살아가는 데 생기는 문제나 어려움은 자신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는 어려움이 아니었다. 바로 그런 자신을 정상적이게 바라봐주지 않고, 늘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결여된 사람처럼 취급하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그런 시선이 학교에 다닐 때에는 친구들의 놀림이었다. 친구들의 허리춤 정도밖에 오지 않는 키 때문에 늘 옷을 수선해서 입어야 했고,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조차 어렵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리고 길을 나서는 그 순간부터 그 모든 어려움에 마주하는 건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세상 모든 눈길’이었다.

“그 몸으로 일할 수 있겠어요?”

이런 시선이 너무나 답답하고 힘들어서 부모님을 졸라 호주 유학을 떠났던 때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 그녀가 받아들이는 현실은 그녀도 처음부터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이 책은 자신이 역경과 운명을 이겨낸 일화를 말하기 위한 자기개발서가 아니다. 단지 자신이 어떻게 당당하게 삶을 받아들일 수 있었는지 모든 민낯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삶은 불편하다. 운전을 할 때에도 발이 엑셀과 브레이크에 닿지 않기 때문에 손으로만 운전할 수 있도록 개조하고,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공부해야 했다고 한다. 그처럼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 않은가. 성인이 된 이후에는 수많은 회사들의 취직 거절을 통해 자신이 세상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그녀는 계속 느껴야 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 ‘불편하지만 불가능은 아니다’처럼 그녀는 국내 최고의 일류 기업 면접장에서 자신의 능력과 신체적 약점을 언급하는 면접관에게 그렇게 말했다.

▲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가 있었을까. 엄청난 고스펙으로 무장하고, 어떤 면으로나 단점 따위는 없다는 듯이 뽐내야 하는 면접장에서, 자신이 절대 숨길 수 없는 단점을 대놓고 언급하며 그녀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에게, 그녀는 너무나 당당하게 용기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나는 너무나 큰 놀라움, 그리고 존경심을 가지고 그녀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문득, 길을 걸어가다 길거리에 있는 공중전화 박스를, 은행에 있는 ATM기계를 바라보았다. 아무 의심 없이 사용하던 모든 것들이 그들이 보았을 때는 마치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온 난쟁이가 된 것처럼 불편하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었다는 것을 나는 문득 떠올렸다. 그리고 이렇게 작은 것에서부터 불편한 세상에서 살지만 늘 불가능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지영씨의 강한 마음가짐에 존경하는 마음을 가슴에 간직해본다. 그리고 혈우병도 불가능이 아니라 단지 불편함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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