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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살아갈, 사람이 사는 집”내일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생각해보면서
박천욱 대표  |  china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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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22  07: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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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혈우사회가 몸살을 시작한 느낌이다. 몸살을 잘 견뎌내 회복하게 되면 다시 건강한 몸으로 사회생활을 하게 된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쉽게 기억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몸살을 앓는 기간 동안은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다. 지금 혈우사회의 몸살은 더욱 건강한 혈우사회를 만드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빠른 회복을 통해 아름다운 ‘내일’이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다만 몸살 앓는 기간이 짧기를 바란다. 우리 혈우사회는 하루하루가 매우 중요한 의미가 될 수 있다. 내일을 위해 오늘 해야 할 몫이 많다. 이런 의미에서 내일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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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부끄럽지 않은 생일을 맞이하고 싶다. 그런데 스스로 쓴 ‘내년’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철렁인다.“

그 한 구절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내년, 다음, 언젠가, 이런 모호한 시간을 지칭하는 단어들을 너무나 의례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그게 누군가에게는 어떤 수천 개의 단어보다 가슴 아플 수 있는 단어라는 것을 나는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새삼 깨닫고야 만다. 너무나 당연히 다가올 ‘내일’이라는 단어 속에 담긴 미래의 시간.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간절하지만 ‘당연’하게 바랄 수 없다는 것.

▲ 사람이 사는 집 (때로는 뜨겁게 때로는 아프게 이 남자가 사는 법) 김성환 저/ 나무의마음/ 2014.08.25.

정신없이 살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금요일이고, 주말이고, 또 월요일이 오게 된다. 반복되는 나날이 지겹다고 생각하기만 했다는 생각에, “나는 정말 내 인생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면서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가?”라는 숙연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오늘 이야기할 ‘사람이 사는 집(김성환 저자, 나무의 마음 출판)’은 그렇게 무료하게 하루를 떠나보내고 당연하게 내일을 바라는 사람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이 이야기는 희귀암을 앓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는 아주 평범하게 회사 생활을 하고 아내와 하루를 마무리하는 인생을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급성 맹장염으로 수술을 하던 중 의사로부터 자신이 희귀암에 걸려 앞으로 7일 정도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의 병명은 GIST(위장관기질종양), 그의 위에는 생전 생각지도 못했던 커다란 암 덩이가 있었고, 보통 점막 등에 생기는 일반 암과 달리 근육층에 발생하는 질환이다. 10만 명 중에 1~2명꼴로 발생하는 아주 희귀한 질환이라는 설명과 함께 말이다. 희귀한 암이라니, 태어나서 한 번도 자신이 특별한 취급을 받을 만하다거나, 희귀하다는 단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10만 명 중 1명이 걸리는 아주 희박한 확률이 찾아온 것이다. 이제 그의 인생에는 ‘내일’이 단 일곱 번 밖에 남지 않았다.

”일곱 번의 내일이 10년이 되는 기적“

작년 연말 쯤.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올해 가기 전에 한 번 봐야지?”라는 의례적인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각자 회사 송년회에, 가족 행사에 할 일이 많다보니 “그럼 신년회를 하자. 다음에 시간 잡아봐.”라고 말하고는 이듬해로 넘겼다. 그리고 어찌저찌 약속을 잡아 신년회를 정작 하게 된 것은 얼마전인 2월 초였다. “내일 이야기하자.” “이번 주는 이미 너무 바빠.” 등 각자 삶이 있다 보니 그런 대화로 서로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건 언제나 있는 일이다보니 그나마 상반기에라도 보게 된 것이 다행이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사소한 약속 하나 잡을 때도, 무언가 할 일이 있을 때도, 7일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촉박하다. 무언가 하나 계획해서하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음 주 주말에 하자.”라는 게 제 나름대로는 최대한 빠르게 일정을 잡았다는 느낌이 드니 말이다. 그런데 하물며 나의 삶이 7일이 남았다니, 정신없이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목요일, 금요일이고 주말도 순식간에 지나가는 느낌인데 그 모든 것이 이제 한 번씩 밖에 남지 않았다고 의사가 말한다면 저는 그 한 번씩의 하루에 어떤 일을 하려고 할까?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직후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나는 이런 질문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암 판정을 받고 그 후로 10년, 김성환 씨에게는 7번의 내일이 아닌 10년의 내일이 찾아왔다. 간혹 TV프로그램에서 특종 사례로 나올법한, 말기암을 식이요법으로 이겨낸 환자 이야기처럼, 또 하나의 기적 같은 일이 그에게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루하루 희망을 갖고 사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암 판정을 받은 후부터 지금까지 10년 간,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무엇으로 자신의 오늘을 채워왔는지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는 “기적 같은 일상을 선물 받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루하루 희망을 갖고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이전처럼 직장생활을 했다. 몇 번의 대수술과 항암제의 후유증으로 사지에 마비가 오기 시작해 제대로 걷거나 움직이기 힘들어진 이후에는 강원도 횡성 작은 마을에 정착하게 된다. 그곳에서도 MBA과정을 공부하고, 사회적 기업에 강연을 다니기도 하며, 늘 바쁜 일상으로 자신의 하루를 채워가고 있다.

그가 이렇게 암 투병 중에도 일반인처럼 생활할 수 있는 것은 GIST라는 질환이 가진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다. GIST는 일반 암과 달리 1~4기로 병기가 나뉘어지지 않고, 고위험군, 중위험군, 저위험군으로 나뉘어 지속적인 관찰과 항암치료가 잘 이뤄진다면 완치는 불가능에 가깝지만 어느 정도 관리는 가능한 질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성환 씨 이외에도 GIST를 앓고 있는 중에 마라톤 경주에 참여하거나 다른 활동을 꾸준하게 하는 환자들이 많이 있다.

물론 모든 환자들이 그렇게 열심히 사는 것은 아니다. 항암치료와 수술을 반복적으로 받으며 실 날 같은 희망에 의지하며 살아야 하는 관찰성 질병은 어떤 의미에서는 당사자와 가족에게 그 어떤 급작스러운 중증 질환보다 더 긴 절망과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치료가 되지 않지만 계속 그 희망이라는 것에 기대서 하루하루를 매일 내 삶의 마지막 날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의 심정은, 마치 고층 빌딩 꼭대기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심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 희망을 바라는 사람, 믿는 사람, 놓아버리는 사람, 희망이라는 것은 어쩌면 어떤 기적 같은 일보다 사람에게 힘든 말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한 빵집, 우리가 함께 살아갈, 사람이 사는 집”

이 이야기는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병 중인 환자의 일기이니만큼 그다지 행복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읽는 내내 저는 마음이 따뜻했다. 마치 아주 사이좋은 내외가 함께 사는 강원도 횡성의 작은 가정에서 이야기를 보는듯한 따뜻한 기분으로 읽게 되었다.

▲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그는 투병 생활을 시작하면서 회복을 위해 대도시의 삶을 떠나 강원도 횡성으로 이사했고, 아내는 도시의 집과 횡성 집을 왔다 갔다 하며 그를 보살피고 있다. 언제나 아내가 오는 날에는 오랫동안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재미는 없으나 두 사람에게는 웃음꽃이 피는 장난스러운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그는 빵을 예쁘게 만드는 아내에게, 언젠가는 빵집을 차려주겠노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사실 나도 딸아이와 함께 집에서 과자를 구워본 적이 있다. 간간히 시간내어 제과제빵 과정을 마쳤는데 언젠가는 나도 고소한 향을 맡으며 빵굽는 꿈을 꿔보기도 했다. 마치 김성환씨 부부처럼 말이다. 횡성에 그 빵집이 세워질 그 날까지, 아주 오래도록 김성환씨와 아내에게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그 날이면 나도 그 빵집을 가보고 싶다.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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