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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남편’의 간병 일기‘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글을 통해 본 혈우사회
박천욱 대표  |  china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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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15  06:4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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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며, 우리 혈우병 사회에서 환우의 부모님을 떠올려봤다. 그리고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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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식 씨, 이 글의 저자이자 안정숙 씨를 사랑하는 남편의 별명은 ‘3시간 남편’이다. 지난 6년간 아내 곁에서 3시간 이상을 떨어지지 않고 긴 시간 동안 간병을 한 사람이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병원의 모든 사람들이 그런 그의 헌신적인 노력을 부러워서, 혹은 대단하다는 감탄으로 별명 지어 놀리듯 불렀는지도 모르겠다.

세 아이의 아빠. 그는 풍족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하고 싶다는 것을 시켜줄 만큼은 해주면서 남들 사는 것처럼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아내에게 다가온 척수염이라는 병마, 그리고 다발성경화증 증세로 인해 하루가 다르게 무뎌지고 마비되어가는 몸은 그의 가족을 이전까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인생으로 이끌어갔다.

▲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 저자 김재식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2013.12.19

병으로 인해 사지는 마비되어가고 한쪽 눈과 폐 한쪽 역시 기능을 잃었다. 날이 갈수록 감당할 수 없는 병원비와 입원비, 치료제는 임상 약 밖에는 쓸 수 없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아내, 그녀를 잃을 수 있다는 절망감이 그의 어깨를 눌렀다.

저자 김재식 씨는 자신이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독립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리고 집을 팔고 그렇게 아내가 있는 병원 침상 1미터 옆으로 자신의 삶의 중심을 옮겨야만 했다.

그 모든 것이 6년 전, 평범했던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일이었다. TV 드라마에나 나오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희귀병, 난치병이라는 것이 자신의 아내와 가족에게 다가올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오다 보니 이미 6년이 지났노라고, 담담하게 자신의 간병 일기를 써 내려가는 김재식 씨의 일기.

그 일기에는 아내를 향한 사랑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 같은 간절함 그리고 자신이 아내 곁에 머무를 수 있는 오늘 하루를 향한 소중한 애정이 가득 담겨져 있다.

“언제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문자메시지로 하게 되었을까? 언제부터 가족끼리 함께 밥 먹는 일이 날짜를 정해 시간을 맞춰야 하는 일이 되어 버렸을까? 언제부터 부부라는 존재가 얼굴 마주보는 일없이 대출금이나 갚는 사이가 되어 버린 것일까? 언제부터 우리는 서로를 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된 것일까?”

그래서 그들의 사랑을 아름답다고 말해야 할지, 안타깝다고 말해야 할지, 잠시 고민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말이다. 자신의 온 인생을 노력해 얻은 직업을 놓아버리고, 간병인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면서 아내의 곁을 지켰던 6년, 그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양궁에 재능을 보이던 아이는 양궁을 포기했다. 부모님께 응석을 부리고 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자기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의 가족에게 벌어진 지난 6 년간의 이야기는 그렇게 행복한 이야기도, 남들의 부러움의 살만한 이야기도 아니었다.

가족이지만 그것은 이름일 뿐, 집 한 칸도 없이, 함께 지낼 곳 하나 없이, 그저 엄마의 병실에 모여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누군가가 보았다면, 아주 오랜만에 만난 ‘지인 사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만큼 서로 일상적인 이야기도 몰랐단 사이인 것처럼 이야기했을 테니 말이다. 그런 것을 보면 한 가족에게 병마가 닥쳤다는 것은, 어쩌면 병 자체보다 그 병으로 인해 겪어야 하는 앞으로의 일이 더 잔인한 시간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보통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그런 말을 하곤 한다. ‘가족이니까 당연한 거 아니야?’ ‘남편이고 아내니까 당연히 책임져야지’라는 식의 책임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말들. 물론, 세상에서 사람들이 서로 맺는 어떠한 관계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강력한 혈연적 관계 중 하나다. 아마 아무리 오랜 시간을 함께 지냈다 하더라도 함께 살아온 가족만큼 가깝다고 말할 관계는 세상에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가족이기 때문에 병을 간호하고, 옆을 지키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 헌신하고 희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까?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기억난다. 반면 혈우병처럼 평생을 안고가야 하는 질병은 어떨까?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고통을 함께해야 한다는 것.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환우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당연히 함께해야 하는 것이지’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냉정하게 본다면 가족이기에 무조건 함께 질병을 안고가야 한다는 건 어쩌면 냉혹하다.

가끔 혈우사회에서 부모님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자식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또는 당연하다는 듯, 부모인 자신의 삶을 일부분 자식의 건강에 초점을 맞춰 살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가끔은 환우들보다도 환우 부모나 환우 가족에게 더욱 존경심의 무게가 실린다.

물론, 슬픔과 고통의 무게를 잰다면 병마와 싸우고 있는 당사자만큼 힘든 사람은 없겠으나, 환우들을 보살피고, 사랑해주고 계시는 가족, 보호자분들이 감당해내고 있는 삶의 무게 역시 그 못지않게 어렵고 무거운 것이다. 끈을 놓지 않고, 완치제가 나오는 기적이 일어나주기를, 언젠가 이 아픔을 우리 가족에게서 거두어지기를 바라며 아픈 아이의 손을 잡는 건, 아마 우리가 헤아릴수도 없을 만큼의 깊은 사랑 때문일 것이다.

“나는 오늘도 하루만 사는 하루살이다. 그래서 내일이면 못 만질지도 모르는 아내의 뺨을 만져 보고, 등짝도 주물러 보고, 아픈 다리를 무 같다고 놀리면서도 어루만진다”

일기 안에는 김재식 씨의 아내 안정숙 씨가 어떻게 다발성경화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병이 진행되었는지, 투병 생활을 해오는 지금까지 어떻게 상황이 변해갔는지를 김재식씨가 바라보는 입장에서 자세하게 쓰여져 있다. 아마 이들을 본 다른 누군가가 쓴 글이었다면 이런 가까운 감동은 느껴지지 않았을지도 몰랐을 텐데, 당사자가 쓴 글이어서인지 마치 내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같다는 착각이 드는 대목도 여러 군데 있었다.

처음에는 척수염 판정을 받았고, 사지가 마비되기 시작했으며, 다발성경화증이라는 판단 아래 점점 더 몸이 굳어져 남편의 도움과 등받이가 없이는 30분도 앉아서 버티지 못할 만큼 상황은 점점 악화 되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의 허락을 얻어 어렵게 얻어 치료하기 시작한 약은 부작용으로 인해 환각, 환청, 우울증 같은 2차적인 증세를 불러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 일기를 써 내려간 김재식씨의 지난 6년의 시간을 다시 되짚어 내려가는 마음으로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그 안에는 점점 더 많이 아파하는 아내를 보면서 아무것도 잘 해주지 못했던 것 같은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 미안함, 그리고 이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의 사랑하는 아내가 세상을 떠나 혼자 남겨질지 모른다는 엄청난 공포심이 내내 있는 것 같았다. 사랑하는 한 여자를 만나, 세 아이를 낳아 기르는 시간 동안 서로 함께 했으니 그 사랑과 가족으로서의 애정의 깊이를 미루어 짐작할 만 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연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함께 산다고 해서 사랑과 가족의 애정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기에 김재식 씨가 간병을 하며 느낀 모든 감정과 아내를 향한 사랑의 깊이가 더 잘 느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오늘 하루는 나도 안정숙 씨의 가족인 것처럼 그녀의 병을 완치시켜 줄 기적을 기도해본다.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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