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랜만에 햇살도 좋고 해서 간만에 이불도 바깥에 널어보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대청소를 시작했다. 원래는 대청소를 할 생각이 아니었다. 그냥 아침에 빵 쪼가리를 먹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더니 나의 책장이 눈에 들어왔고, ‘아 정말 책 정리해야 하는데, 이러다가 이사 갈 때까지 저대로 놔둘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나씩 꺼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을 마지막으로 읽은 게 언제였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가지고 있기만 했지 몇 년이 지나도 한 번도 읽지 않았던 책들을 따로 묶어서 중고 매장에 팔아볼 생각으로 두고, 그나마도 팔기에도 어려운 낡은 책들은 재활용으로 묶어 따로 분류하고, 그러다 보니 케케묵은 책장 안의 먼지가 쏟아져 내려와 금방 집안이 먼지 구덩이가 되다 보니, 결국 대청소를 하게 되었다. 제 주말 하루는 그렇게 시작되어 저녁때까지 이어졌다.
가만히 앉아서 공부하고 책을 보는 것도 지루한 일이라 하지만, 책을 분류하는 일도 썩 재미있는 일만은 아니었다. 그래서 유튜브 채널을 켜보았는데 딱히 보고 싶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음악채널 같은 거 없을까?’라고 찾아보았다. 갑자기 제이플라(JFla)라는 예쁜 유튜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채널을 검색해보니 1,077만 구독자라는 어마어마한 구독자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명 유튜버 중 한명이다. 하루 종일 음악 연속 재생을 눌러놓고 듣다보니 이건 그냥 음악 어플로 들을 때와는 또 다른 색다른 매력이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유명 CF나 가요, 댄스 등이 나오고 유행하기 시작하면 한 번쯤은 화제가 되기도 하는 커버 ver 이라는 것이 익숙하기는 했으나 JFla는 그 중에서도 세계 곳곳의 유명한 팝송을 주로 커버해 부르는 것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옆 모습이 보이는 하나의 카메라 구도로 그녀의 목소리에만 집중하게 만든다는 점이, 다른 음악 채널과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하나씩 책을 쌀 때마다 그 책과 함께했던 나의 추억 하나를 떠올리고, JFla가 들려주는 목소리에 반해 팝송을 듣다 보면, 내가 아는 노래도 있었고, 모르는 노래도 있었고,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들었던 Post Malone & Swae Lee - Sunflower 라는 노래가 가장 최근에 스파이더맨 영화 예고편에서 들어본 적 있었던 음악이었기에 가장 귀에 오래 남았다.
▲ Post Malone & Swae Lee - Sunflower ( cover by J.Fla ) 영상캡처
Sunflower 의 가사는 아주 직설적인 말투와 치정이 얽힌 것 같은 가사 내용을 가지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이 노래를 예전에 원곡으로 들었을 때, 이 노래가 그다지 매력적이라거나, 특별한 팝송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커버곡을 듣고 있다 보니 JFla의 목소리에 빠져들어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아주 매력적인 곡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내 다른 곡들이 연이어 재생되는 것을 그냥 두고 듣다 보니 꽤 많은 그녀의 커버곡 영상을 보게 되었다.
커버 곡의 매력. 물론 원곡을 부른 가수, 그 가수를 고른 원작자의 감각이 가장 그 노래가 만들어진 의도에 가까운 것이기는 하지만, 늘 듣던 노래를 새로운 목소리로 듣고 싶은 그런 날에는 조금 색다른 느낌으로 즐기는 음악도 좋지 않을까?
색다른 음악에 빠져들어, 그렇게 보낸 나의 주말 하루는 아주 기분 좋고, 오래 기억에 남을 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