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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딛고 자전거로 세계를 정복한 우리나라 환우이야기미대륙 횡단 레이스 ‘램’...무려 12일간 4,810킬로미터 질주
박천욱 대표  |  china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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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25  0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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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땅 히말라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히말라야를 신의 땅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그들이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시바 신과 그의 부인 파르바티가 사는 곳이기에 신앙적 믿음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곳은 일 년 내내 하얀 눈으로 덮여있다. 구름 너머까지 솟아있는 듯한 까마득한 산맥,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웅장한 그 광경을 보고 옛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신(神).’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지식이나 이성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도저히 이겨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운명적인 순간을 만나면 신을 찾는다. 난관을 해결해줄 절대적인 힘 혹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바라는 간절함을 담아서 말이다.

그러면서도 신은 항상 인간의 편이 아니기에, 우리는 운명이라고 내려진 어떤 일에 대해 망연자실하며 ‘이것은 어짜피 누구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일일 뿐이야. 그냥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게 현명해’라는 말로 피해버리기도 한다. 절대적인 것에 더욱 의미를 더하면서 인간은 신을 믿는다.

▲ 행복한 고통 (저자 김기중 |출판사 글로세움)

오늘 이야기 할 <행복한 고통(자전거로 나를 만나러 가다/ 김기중 저자/ 글로세움 출판)>에는 신의 땅 히말라야와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한 사람이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김기중이라는 후천적인 난치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건강한 사람도 해내기 어렵다는 히말라야를 자전거 레이스 ‘야크 어택’을 비롯해 지구상에서 가장 힘들다는 극한의 자전거 레이스 ‘램(RAAM)’, 그리고 ‘호주 크로커다일 트로피’까지 석권한 자전거 레이스의 정복자 같은 사람이다.

처음 그의 이력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가 참여했던 레이스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사람’ 혹은 ‘자신의 몸을 혹사하지 못해 안달인 사람’처럼 느껴졌다.

미대륙 횡단 레이스인 ‘램’같은 경우에만 보더라도 무려 12일간 4,810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자전거로 횡단해야 하는 경기이다. 이를 차로 이동한다고 해도 열흘 이상이 걸리는 거리였고 코스의 난이도 역시 미국 14개 주를 지나면서 서부 지역의 4개 사막을 건너고 미국의 3대 산맥도 모두 건너가야 하는 혹독한 경주였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대부분 사막을 횡단하면서는 혹독한 일교차를 견뎌야 하고 산맥을 건너면서는 각종 어려운 난코스와 험준한 코스 속에서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매우 많다. 그래서 경기 도중 폐를 도려내거나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사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만큼 ‘램’은 혹독한 경주였다. 이런 경기에서 김기중. 그는 이형모라는 팀원과 함께 자전거가 완파되는 큰 교통사고를 당하면서까지 아시아인 최초로 1위로 경기를 완주하는 기록을 거머줬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이뤄냈던 경주과 희귀병과 싸웠던 인생의 이야기를 한권의 책에 담아 출간했다. 그리고 책 판매에 따른 수익을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소외계층을 위해 다시 환원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그는 평생을 약에 의지해 살아야 하는 베체트 병 환우이다. 그가 걸린 병으로 그는 전신 관절염 증상으로서 고통 속에 살아가야했다. 그 누구도 그런 병마와 싸워야 한다는 사실에 마주했다면 오히려 세상을 향해 원망과 신에 대한 분노 또는 자신만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이기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 그런다 해도 다른 사람들이 그의 인생을 비난하거나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 김기중 씨는 2011년 RAMM경기에서 50세 이하 2인조 남자부문 우승차지했고 2013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솔로부문 완주를 해냈다. ⓒYTN방송화면 캡처

끝나지 않는 난치병, 그 누구도 완치할 수 없는 희귀병. 그런 운명 앞에 그의 행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병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병과 상관없이 자신의 의지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었다. 세상과 신을 향해 원망을 내뱉기는커녕 자신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놓인 다른 이들을 배려하는 길로 향했다.

나는 그가 걸어가는 그 행보를 보면서, “이 사람은 얼마나 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에 이런 일들을 할 수 있었겠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그의 생각을 듣고나서는 그가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는 정말 대단했다. 그가 이뤘던 세 번의 지옥 같은 자전거 레이스 코스를 완주한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 앞에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이끌어가겠다고 보여주었던 그의 의지가 대단했던 것이다.

온 관절에 염증과 통증으로 인해 자전거에서 내려오는 순간 한 걸음, 한 걸음을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하는 희귀병 환우라는 것이 그가 가진 현실이지만, 그 사실을 까맣게 잊을 만큼 그는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스스로 물어봤어요. 왜 내가 행복할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돈 걱정 별로 안 해도 되고, 직장도 괜찮고, 가정도 있고…. 그런데 실제로 저한테는 큰 도전도 없고, 편안하게 주말이 되면 TV 보는 그런 식의 생활만 계속되었거든요. 그러면서 오히려 불행했던 기억이 나요. 저는 그런 시절을 ‘고통스러운 행복’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러나 운동을 하면 그 고통들은 ‘행복한 고통’이었어요. 고통 속에서 행복을 느끼니까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행복이 흔들리지 않는 것 같고요.”

본래 그가 선천적으로 이 병을 타고 태어난 것은 아니었다. 100kg이 넘는 비만을 다이어트로 해결하고자 무리해서 다이어트를 하고, 연이어 공부에 매달리면서 건강을 돌보지 못했던 것이 화근이 되었다. 그러자 전신 면역질환의 일종인 희귀 난치성 질환 베체트 병 판정을 받게 됐다. 그후 그는 전신에 근육통 같은 통증을 느껴야 했고, 한 발짝을 떼기에도 어려운 통증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10대와 20대를 고통 속에 살아가면서 그는 자신의 인생이 끝난 것이라 생각했던 날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신은 그에게 단 하나의 길을 남겨주듯, 자전거를 남겨줬다.

의사로부터 ‘자전거를 타는 것은 괜찮다’고 듣고는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그는 새로운 목표가 생겨난 것이다.

▲ 헤모필리아라이프 박천욱 대표

건강한 일반 성인 남자들도 완주하기 어렵다는 코스, 무엇이 그를 극복하고 달리게 만들었던 것일까? 나는 그의 완주 이야기를 들으면서 극한의 피로와 흥분 상태에 이르렀을 때 인간이 느낀다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때문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떤 날은 너무 뜨거운 햇빛, 또 어떤 날은 너무나 추운 날씨, 때론 온몸이 아픈 근육통에 시달리고, 연이은 무릎 수술 등을 겪으면서도 그 순간에 느껴지는 쾌감과 자유로움에 대한 열정을 잊지 못한 채 달리고 또 달리게 됐다.

그는 희귀병으로 인해 투병하는 환자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인생을 의지대로 살아가고, 누구보다 더 열정적으로 달리고 있는 한 사람일 뿐이었다. 나는 그의 열정에 감탄했다. 그리고 그가 행복한 경주를 계속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됐다.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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