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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에 이어 ‘SKY캐슬’ 넘어선 희귀질환 장애1급 환우“운명처럼 주어진 조건, ‘장애’…200g 무게의 펜을 쥐기도 힘들었다”
박천욱 대표  |  china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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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18  0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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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주어진 조건이 다르다. 나에게는 그 조건으로 장애가 주어졌을 뿐이다. 하지만 불공평한 조건이라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삶을 바라보는 자세지, 주어진 조건이 아니다. 어떻게든 난관을 헤쳐 나가며 보다 나은 삶을 살 것인지, 그 답은 항상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최근, <JTBC>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SKY캐슬’로 인해 온 나라가 갑작스럽게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 이래도 되는가’에 대해 고민에 빠진 것 같다.

TV나 연예정보 프로그램은 물론 유튜브 채널들에서까지 ‘드라마 속의 입시판도, 현실인가? 허구인가?’라는 제목을 내걸고 여러 입시 전문가들의 증언과 실제 ‘SKY’대학 의대에 입학해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인터뷰를 올리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대입 위주의 공부가 팽배했던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새삼스럽게 이게 그렇게까지 놀라운 사건일까? 마치 충격적이며 바꿔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적 문제로 취급되는 것이 오히려 낯설다는 생각이 든다.

▲ 스카이 캐슬.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사립 주남 대학교. 그 대학의 초대 이사장이 서울 근교의 숲속에 세운, 대학병원 의사들과 판· 검사 출신의 로스쿨 교수 들이 모여 사는 유럽풍의 4층 석조저택 단지에서 귀부인(貴婦人)들은, 부, 명예, 권력을 모두 거머쥔 대한민국 상위 0.1%의 남편들과 함께 제 자식을 천하제일의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의 사모님들은, 자녀들의 대학입시를 어떻게 준비할까? 3대째 의사가문, 법조인 가문을 만들어 내기 위한 그녀들만의 치열한, 철저한, 처절한 몸부림. 그 필사(必死)의 욕망이 꿈틀대는 내밀한 속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극.

나는 ‘SKY캐슬’를 꼬박꼬박 챙겨보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스토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드라마 한 편 안에 담긴 입시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들이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대입을 위한 입시 공부를 경험해본 학생 중 한 사람이었기에 말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도 이런 입시문제로 인한 학생과 부모, 학교와 학생 간의 갈등에 대한 기사를 여러 번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에 간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적인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 아닌데도, 고3 그 시절의 힘듦에 대해서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내 꿈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선생님과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똑같은 공부를 하고, 문제를 풀어야만 했던 몇 년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법하다.

그런데, 이런 공부를 ‘매우 재미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일이며,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존재’라고 말하는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공부의 락’ 공부와 락(樂)이라는 글자를 서로 연결시켜 본 적이 있었던가? 공부는 하기 싫고, 억지로 해야 하고, 즐겁지 않고, 어서 끝나기만을 바랐던 그런 존재 중 하나였는데, ‘공부가 즐겁다’고 말 할 수 있다니...! 어떤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사람이 하는 말일까? 바로 오늘 이야기 할 책의 저자의 말이다.

▲ 공부의 락 (공부의 신을 이기는) /저자 김찬기/ 출판사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출판일 2012.08.08

이 책의 저자이자, ‘공부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라고 말한 사람은 희귀병 중 하나인 ‘척수성 근육 위축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지체 장애 1급의 장애인이다. 중증 장애를 이겨내고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초, 중학교, 특목고에까지 진학한 후 서울대 경제학부에 합격한 의지인이다.

나는 처음 ‘공부의 락’이라는 제목을 보고 으레 서점에 가면 수없이 출간되어 있는 자기개발서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성공담’같은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이력을 보고 그가 지나왔던 행보를 읽어 나가며 두 가지 면에 큰 흥미를 가졌다. 첫 번째는 그가 앓고 있는 ‘척수성 근육 위축증’이라는 희귀병에 대한 것이었고, 두 번째는 이렇게 어려운 병을 아주 어릴 적부터, 거의 평생을 가지고 살았음에도 그가 한 번도 주춤하거나 위축되거나, 장애인이라는 굴레 안에 자신을 가두고 한계를 긋고 살아가지 않았던 것 같다는 느낌 때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병,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은 퇴행성 신경질환의 일종이다. 이는 진핵생물에서 SMN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SMN1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상염색체 열성의 유전적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 증세를 가진 환자는 척수와 뇌간 사이에 존재하는 운동 신경세포의 기능이 손상되어 근육의 동작을 명령해야 하는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근육이 방치되거나 근력 저하, 근 위축, 섬유 속성 연축 등의 증세를 일으킨다.

물론, 이 증세를 둔화시키고 근육의 유연성을 증가시켜 조금이라도 긴 시간 움직일 수 있게 하기 위해 다양한 물리 치료법이 개발되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법이 없다. 신생아 6,000명 정도에 1명 꼴로 유전적 보인자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병은 발병 시기가 1세부터 30세까지 다양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출생 후 6개월 이내에 증세를 보일 경우 근력 활동이 저하되거나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안면 근육이 이상하게 보이거나 호흡곤란을 겪기도 한다. 제2형~제4형의 경우 30세 이전까지 대부분의 환자가 증상을 보이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근육 이상 증세가 나타나 독립적인 보행이 불가능하고 온몸에서 떨림 증상이 있고, 척추가 굽거나 관절이 움직이지 않는 증상도 발생하게 된다.

책의 저자 김찬기 씨의 경우에는 현재 손가락과 발가락을 겨우 움직여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을 만큼 근육의 기능도 떨어져 있다. 더구나 휠체어에 의지해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 이다. 자신의 몸을 제어할 수 없을 때, 대부분 환우들은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일상생활을 타인의 도움으로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수학교에서 공부 하거나, 재택 수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저자는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자신이 하고 싶은 방향을 찾아,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일반 학교에 지원했고, 일반인들도 해내기 어렵다는 특목고로 진학했고 이어 서울대 진학을 위한 입시 공부까지 훌륭히 해낸 사람이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과정은 나를 흥분시키고 설레게 한다. 아직 난 꿈이 고프다. 지금까지는 나만을 위해 공부했고, 아직 공부로 내 꿈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에게 꿈이란 내가 받았던 도움보다 더 큰 도움을 학문으로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 나는 공부한다.”

‘왜 공부를 하는가?’ 지금의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이 질문을 한다면 저자처럼 대답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입시 때문에 별일이 다 벌어지는 드라마에 열광하고 공감하는 현실이 얼마나 서글픈 것인지 실감하면서 나는 김찬기 씨가 가진 공부에 대한 확고한 목표의식에 대해 부러움을 느꼈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용기 있게 만들었으며,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게 했던 것일까? 그것이 단지 그가 가진 병으로 인해 간절함과 역경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그의 노력과 내면의 고뇌를 폄하하는 것이리라 생각된다.

그는 공부를 통해 목표를 세울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바라보는 시선들은 대부분 호의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뚜렷한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 헤모필리아라이프 박천욱 대표

어느 인터뷰에서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물리적 한계가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아주 멋진 대답을 했다. 실제 그는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외출할 때마다 걸림돌이 되는 곳곳을 정리해서 알려주는 맞춤형 스마트폰 지도를 개발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물리적 한계가 없는 세상’이란 누구나 가고 싶은 곳을 향해 가고,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는 그런 세상이었던 것이다.

그가 살아갈 인생. 지금보다 더 부자유스러운 몸 안에 갇혀버린다 해도 그의 정신은 어느 곳에도 갇히지 않을 그의 용기와 긍지, 그리고 자긍심이 엿보인다.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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