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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톡톡] 니하오, 베이징! 워더 밍쯔 다다다'다다다 가족'의 남반구 한 달 살기 - 경유지 베이징 편
김태일 기자  |  saltdoll@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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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22  23: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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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다다(다현 다준 다민) 가족의 남반구 한 달 살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여행'의 좋았던 기억은, 유명한 관광지에서 즐긴 화려한 액티비티나 잘 차려진 저녁만찬 같은 것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이국의 낯선 골목 끝에서 만난 시원한 바람결이나 댓가 없이 여행자에게 도움을 주고 갈 길 가는 현지인의 가벼운 미소 같은 것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마치 한 장의 '사진'을 찍어 간직하듯 말이다. 그 한 장의 사진이 살아가는 중간중간 떠올려져 잠시나마 일상의 피로함을 이기는 힘이 된다는 사실에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 같다.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고 있는 큰 아이가 얼마 전 하는 말이, "사회생활이 너무 힘들어요"란다. 그 말에 '쪼끄만 게 뭐가 사회생활이고 뭐가 힘들어?'라는 핀잔 대신, 오랫동안 구상만 해왔던 가족여행 계획을 실제로 풀어내 보기로 마음 먹었다. 아이의 힘들다는 말에 얼마나 진정성이 담겼었는지는 둘째로 하고라도, 그걸 핑계 삼아 삶의 중간중간 떠올려 힘이 될 수 있는 추억을 일정기간 오롯이 가족들에게 집중해 만들어보고자 떠난다 하자. 근데 왜 지금이어야 하지? 라는 질문엔, 두 돌이 안돼 비행기를 (거의) 공짜로 탈 수 있는 셋째 아이의 나이가 얼마 남지 않았고 셋째를 낳으면서 일을 쉬고 있는 아내가 돌아오는 봄에는 다시 일을 시작할 것이기 때문. (아, 아내의 복직은 어쩌면 나만의 바람일수도...ㅎㅎ)

▲ 이사하면서 아이들 방 벽은 세계지도로 벽지를 해줬다. 어쩌면 이게 화근이 된'지도'...ㅋㅋ

한 달 살기 여행지를 정하면서 가장 고려한 것은 당연히 '안전하고 깨끗한' 이었다. 재정현실을 고려해 일찌감치 배제된 유럽지역을 빼고 나니, 미국 서부와 터키, 일본 같은 곳들도 물망에 올랐으나 셋 다 안전 이슈에서 최근 몇 년 간 걱정거리를 많이 떠안고 있어 탈락. 자연스럽게 가족의 눈은 지구 아래편(물론 위아래가 없지만~)으로 쏠렸다. 인류의 마지막 청정지역이라고 하는 이곳 오세아니아라면 다섯가족의 조심스런 발걸음을 넉넉하게 허락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뉴질랜드에는 필자의 이모가 살고계셔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자그마치 12월에 즐기는 여름이라니 설레지 않을 수 있는가! 가장 끌렸던 건 미세먼지로부터의 자유로움이었다.

▲ 베이징에서 가장 높은 CCTV타워(405m) 전망대에서 바라본 베이징 시내

그런데 왜 첫 연재가 오세아니아 아닌 미세먼지의 상징과도 같은 베이징일까? 저렴한 항공편을 찾다보니 국적기 직항은 엄두도 낼 수 없었고, 경유 경로가 긴 동남아 항공사보다도 가까운 중국을 경유해 수직에 가깝게 남반구로 내려가는 중국항공편이 매력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피로도를 감안해 경유지인 베이징에서 이틀을 머물고 갈아타는 '스탑오버' 일정을 결정했다. 가족 모두 중국은 처음이어서 그 곳 분위기를 살짝 보고싶은 마음도 한 몫 했다. 중국은 공항에서 받을 수 있는 임시비자로 72시간까지 체류할 수 있고, 항공권도 일정을 잘 맞추면 추가 운임 없이 스탑오버가 가능하다. 공항 내에 유료로 짐을 맡길 수 있는 데스크가 있다는 것과 1박 스탑오버의 경우 말만 잘하면 항공사 측에서 제공하는 호텔에 무료 투숙도 할 수 있다는 건 알아두면 좋을 팁.

▲ 인천공항, 여행의 시작

출발 며칠 전 사상최악의 미세먼지가 베이징을 점령했다는 뉴스가 나와 걱정했지만 '가는 날이 장날'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머무는 3일 내내 하늘은 맑았고 강추위도 없었다. 도착해서 처음 우리 가족을 당황스럽게 했던 것은, 생각보다 오래 걸린 임시비자 발급과 60개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하물벨트가 아닌 공항 택시 승차장에서 밴(van) 택시를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사람 다섯에 캐리어 셋, 유모차까지 끌고 있는 우리 가족은 다른 공항들처럼 7인승 정도 되는 대형택시를 잡을 수 있을 줄 알았으나 그런 건 거기 없었다. '우버'도 중국엔 없었다. 그제서야 터미널 안에서 한 남자가 간단한 영어로 'I have big taxi'를 강조하며 따라오라던 게 생각났다.(물론 알았어도 꺼림칙 해 타지 않았겠지만ㅎㅎ) 아무리 여행이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많은 즐거움을 준다지만 가족의 안전과 관련된 사항과 한 지역에서의 첫 시작은 좀 더 세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작은 택시 두 대에 나누어(남자셋/여자둘) 타야 했지만 공항 직원이 중국어로 상황과 호텔주소를 두 기사에게 설명해주어, 두대가 나란히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아, 베이징 시내의 택시는 모두 현대 베르나(현지명 엘란트라) 차종으로 통일돼 있는 게 신기했다.

▲ 호텔의 서쪽으로는 자금성이, 남동쪽으로는 왕푸징 거리. 잘 잡았다.

베이징에서 많은 이들이 손꼽는 관광 컨텐츠는 단연 만리장성 투어이다. 택시나 투어차량을 타고 북쪽으로 두 세 시간 올라가야 하는데 비용도 만만치 않고 막내가 차를 오래 타기 어려워 포기, 우리가 베이징에서 사랑할 곳은 쇼핑스트릿으로 떠버린 '왕푸징거리'로 정했다. 자금성 동화문 바로 옆에 붙어있는 우리 호텔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고, 우리나라로 치면 압구정과 홍대를 합쳐놓은 것과 비슷한 느낌인데 어마어마한 규모의 백화점들보다도 골목 사이사이의 먹거리들이 더 즐거웠다. 중국의 신기한 길거리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한 번씩은 다 보았을 지네튀김, 전갈꼬치, 도마뱀 훈제 등이 여기 다 있었다. 촬영금지라고 써붙여 놓은 곳이 많아 사진을 찍지는 못했는데 아마 사먹었으면 사진을 찍게 해 줬겠지? 대가가 크다.ㅎㅎ 아이들에게는 딸기 탕후루(과일꼬치에 투명한 엿을 발라 사탕처럼 만든 것)를 사줬는데 맛있어서 필자도 사먹었다는...

▲ 아빠가 돈 많이 벌게...

왕푸징거리에서 식사도 몇끼 해결했는데 최고는 중국식 짜장면인 '자쟝미엔'이었다.(미식가인 큰아이의 평에 의하면 그렇다) 자쟝미엔은 짜장면처럼 양파와 달달한 볶은 춘장 중심의 맛을 내는 게 아니라 짭짤한 황장에 생야채를 썰어넣어 깊으면서도 신선한 맛을 냈다. 그밖에도 새우딤섬과 볶음밥 등이 입맛에 맞았다. 한국사람이 꽤 많았고 한국인 1인방송 크리에이터들이 셀카로 컨텐츠를 만들거나 생방송을 진행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왕푸징거리에 밀집된 대형 백화점들은 내부에 들어가면 길을 잃을 것처럼 넓고 화려해서 말로만 듣던 중국 인민들의 막강한 구매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온통 크리스마스분위기로 넘쳐났다. 역시 크리스마스 시즌은 추워야 제 맛!

▲ 왕푸징거리의 백화점 밀집지역에서

천안문이 자금성으로 들어가는 첫 문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천안문 정면의 中华人民共和国万岁(중화인민공화국만세), 世界人民大团结万岁(세계인민대단결만세)라는 문구는 시대를 거치며 조금씩 바뀌어 온 결과물이라고 한다. 30여 년 전 이곳에서 격렬한 저항이 있었고 최근 무서운 속도의 경제발전을 이룬 중국이다. 관광객은 그렇다 치고 숱하게 천안문 앞을 지나가는 중국 사람들의 머리에 그리고 현장에서 천안문 사태를 겪어낸 중장년들의 마음에 지금의 중국이 차지하는 세계 속 지위와 위상, 개인들의 행복은 어떤 무게감으로 다가올지 새삼 궁금해졌다.

▲ 천안문 앞 (중국 찍고 여름으로 넘어갈 예정이어서, 한 번 입고 버릴 낡은 겨울옷을 싸왔고 중국을 떠날 때 공항에 싹 버렸다는~

사실 자금성 투어는 배경지식을 거의 공부해가지 않아 규모와 건축양식, 조경을 훑어보고 돌아오는 것 이상이 되진 못했다. 1420년에 완공되어 명, 청대 24명의 황제가 살던 궁인데, 신해혁명으로 쫓겨나기 전까지 황제 ‘푸이’가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 유명한 영화 ‘마지막 황제’의 배경이 된 곳. 지금은 ‘고궁박물원’이라는 이름으로 당대의 생활상과 유물, 미술품 등을 일반에 전시하고 있었다.(사실 기념품 가게가 제일 많았다) 천안문, 단문까지는 무료입장이지만 본격적인 자금성이라 할 수 있는 오문을 지나는 데에는 성인 1인당 5,000원 정도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700여개의 건물과 9,999개의 방이 있다고 하지만 다 볼 수도, 아이 셋 데리고 추운 날 다 보고싶지 않아, 거의 직진하다시피 문들을 통과하며 ‘자금성 겉핥기 투어’를 마쳤다.^^; 어마어마한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유모차 포함)과 살살 둘러보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고 우리나라 경복궁과 비슷한 느낌도 많아 친근했다.

▲ 자금성 중좌문(도보방향에서 볼 땐 오른쪽이나 궁의 모든 구조는 황제가 바라보는 시각에서 이름붙였다) 안쪽에서 바라본 동쪽 고궁박물원 건물

베이징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기대했던 ‘북경오리’ 타임. 베이징 지인들에게 물어 찾아간 곳은 '사계민복'(四季民福)이라는 이름의 북경오리 전문식당. 조금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4시 30분쯤 찾아갔는데도 대기인 수가 10명이 넘었고 한 시간 후에야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북경오리 서빙방식대로, 구워져 나온 통오리를 손님에게 확인시켜 준 후 보는 앞에서 작게 썰어 접시에 담아냈다. 고기맛은 그럭저럭 했는데 바삭하게 구운 껍질이 별미였다. 각종 소스와 밀전병(?)에 싸서 먹으니 주방장에게 “시에시에” 말이 바로 튀어나왔다.ㅎㅎ

▲ 북경오리 한 상 뙇! 식당에선 아이들에게 오리장난감을 뙇!

2박3일 잠시 동안의 일정이었지만 중국에서 느낀 점. 엄청난 건물 규모와 도로 같은 것들은 미디어를 통해서도 많이 본 것들이지만, 이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시간이 지나면 미국도 앞설 수 있으니 서둘지 않겠다’라는 최근 중국 한 정치인의 말처럼 인민들의 그런 자신감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자칫 ‘친절에 좀 인색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을 정도로 말이다.

▲ 자금성 주변으로는 Tongzi River가 흘러 보안과 조경 역할을 했다.

어쨌건 이제 우리는 다다다(다현 다준 다민) 가족의 진짜 목적지, 뉴질랜드-호주로 날아가기 위해 깊은 밤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으로 걸음을 옮겼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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