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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소중하게’, 내가 사는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평범했던 한 여자, 난치병 극복하고 완치되다
박천욱 대표  |  china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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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13  02: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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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곗바늘이 차례로 내 목을 칠 때”

날씨가 조금 풀린 듯하다가 또 다시 추워지고, 두꺼운 패딩에 옷깃을 부여잡고... 그래 겨울은 겨울인가보다. 오늘은 행안부에서 긴급문자가 올 정도로 한파가 예고됐다. 가끔 이런 날에는 차라리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자차를 이용할 땐 이어폰을 꽂고 팟캐스트 방송을 듣는 것이 일상이지만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할 땐, 책 한 권을 옆구리에 끼고 있는 모습도 나쁘지는 않다.

오늘 이야기도 얼마 전 오늘과 같은 이런 날씨 덕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읽게 된 책이다. 무심코 펼친 페이지에 ‘시곗바늘이 내 목을 친다’라는 표현이 있었다. 대체 어떤 경험과 고민을 안고 사는 사람일까? 나는 그저 평범했던 한 여자가 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난치병이자 희귀병에 걸리고 이를 치료하는 수기를 기록했다는 것만을 알고 읽기 시작했다. 책은 <투명한 나날들(하수연 저자/ 문득 출판사/ 2017.11.23.출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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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생불량성 빈혈 투병기와 그 후의 일상을 담은 책 <투명한 나날들>

만 나이 열여덟. 이제 갓 사춘기를 지나가고 대학 진학이나 성인이 되어 하고 싶은 일들을 잔뜩 일기장에 적고, 친구들과 놀러 다닐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벅차오르게 기쁨과 행복만이 가득할 것 같은 그 열여덟의 하수연 작가는 어떤 일이 있었기에 자신의 목숨을 날카로운 시곗바늘 앞에서 무기력하게 있는 모습으로 묘사했던 것일까? 이런 궁금증이 나에게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어 내려가며 나는 문득, 내가... 혈우사회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완치하기 힘든 혈우병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환우들의 마음에 대해 너무 쉽게 공감하는 듯 말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녀의 6년간의 기다림과 투병 과정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힘들고, 기나긴 자신과의 싸움과 같은 것이었다. 언제 끝맺음을 해야 할지 모르는 인생을 병마와 싸우면서 살아가는 투병 환자의 삶, 그들이 느끼는 수많은 고민과 갈등, 슬픔과 분노 등의 감정은 내가 책으로 보거나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담담했고, 담담한 와중에 무언가 안에서 들끓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문득 책을 읽다가, 내가 왜 이토록 이 이야기에 이렇게나 깊게 감정이입을 하고 안타까워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간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 소설이나 에세이, 신문 기사 등을 통해 희귀질환, 난치병으로 힘들어하는 환우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왔고, 이 책 속에 담긴 작가는 지금은 완치가 되어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해피엔딩의 결말을 알고 있으니 좀 더 편안하게 책을 읽어도 되었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나 자신이 좀 의아했다. 그리고 그렇게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이 책이 내가 읽는 첫 ‘해피엔딩 투병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 <투명한 나날들> 中에서... 아! 어찌나 이 부분이.... 내게는 그렇게도 깊게 스미였던지....

이유는 내용에 있었다. 모든 것이 끝난 이후에 돌이켜보았는가, 아니면 처음 시작되던 때부터 지켜보았는가의 차이가 내가 느끼는 공감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 재생불량성빈혈이라는 질병의 ‘투병기’는 이전에 보았던 수많은 난치병, 희귀병 환우들에 대한 이야기나 인터뷰 등은 언제나 병에 대해 알게 된 순간부터 치료를 받는 과정의 고통보다는 그 모든 고통과 자신의 죽음을 체념하고, 수용하고, 평온해진 환자, 가족들이 말하는 ‘옛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반면 이 책 속에 담긴 ‘투병기’란 한순간, 한순간이 이 이야기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에 대해 손에 땀을 쥐고 기도하게 만드는 간절함이 함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큰 차잇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세상에, 내 수명이 고작 한 학기라니.”

한 학기, 이제 열여덟 살을 맞이한 소녀가 자신의 인생에서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아예 치료법조차 없이 죽음만을 기다려야 하는 질병이 아니라, 난치병이라 치료의 과정이 힘겹기는 해도 골수이식을 받고 치료를 받는다면 살 수도 있다는 확률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녀에게 전혀 희망적인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재생불량성 빈혈, 이 병은 불치병이 아닌 난치병이자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희귀병 중 하나이다. 골수에서 혈구 세포를 만들어내는 기능에 장애가 생겨 발생하게 되는데 빈혈 증상뿐만 아니라 보통 적혈구 감소(빈혈), 혈소판 감소증, 백혈구감소증이 함께 나타나는 ‘범혈구 감소증’ 증상이 생기고 동양인의 경우 서양인에 비해 2~5배 정도의 발병 빈도가 높은, 충분히 주의를 필요로 하는 질병 중 하나인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 한수연 작가 역시 어느 날, 그렇게 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아주 담담한 의사의 한 마디로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변하는 순간을 목격하였다.

다른 친구들은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을 하고, 인턴십이나 어학연수를 떠나며 다가올 미래를 위해 취직을 준비하고, 소중한 현재를 위하여 추억 쌓기에 열중하고 있었을 20대 초반의 삶, 그 소중한 6년이라는 시간을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보내며 그녀는 자신이 보냈던 6년간의 투병 시간을 보이지 않는 투명한 나날들이라고 말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 무엇을 꿈꾸고 할 수 있을지, 대체 내가 몇 살까지 살 수 있을지가 보이지 않는 삶, 그런 삶을 ‘칠흙처럼 어두운 삶’이 아닌 ‘투명한 나날들’이라고 표현한 그녀의 모습은 그녀가 얼마나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공허함과 허무함을 크게 느끼고 있었는지를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간절하게, 그녀가 골수를 이식받아 이 투명한 삶을 불투명하고 확실하게 보이는 삶으로 바꿔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그녀를 마음으로 응원하였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와 가지 않는 과거 사이에서 방황했던 무수한 날을 돌아본다. 과거는 순간의 흔적이고 미래는 다가올 순간이라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점 같은 순간들이 모여 마침내 인생의 끝에서 뒤돌아보았을 때 멋진 점묘화(點描畵-점을 찍어 그린그림) 한 점이 눈앞에 펼쳐지길.”

한 번이라도, 내가 좀 더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하거나 부모가 되는 일 등을 차례차례 겪은 다음 노년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것을 의심해본 적이 있었던가? 나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절망과 포기, 체념하는 담담한 저자의 심정을 읽어 내려가면서 나 스스로 얼마나 지금과 미래의 순간을 당연시 여기며 살았는지에 대해 다시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나는 내일 내가 살아있을 것이라는 것, 10년, 30년 후에 내가 살아 있으리라는 것에 한 치의 의심도 품지 않았던, 의심을 품거나 그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워서 모른 척 했던 사람 중 하나였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왜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 나 역시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자마자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거나, 치유 할 수 없는 병에 걸릴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뿐인데 말이다. 그런 것을 보면 나는 내 삶의 시간에 대해 너무 오만하게 내 것이라고 자신만만했는지도 모른다.

▲ 헤모필리아라이프 박천욱 대표

그리고 나와 같이 생각할, 대부분의 ‘자신의 미래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자신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였노라고,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의사가 건넨 병명 하나가 자신에게 그것이 당연한 미래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선사했고, 그렇게 6년이라는 시간을 공허함과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며 살아왔노라고 말이다. 그녀가 그런 말을 하고자 했던, 자신에게 떠올리는 것조차 힘들 지난 6년간의 투병기를 글로 남기며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자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 책을 읽는 사람들 역시 현재와 미래를 당연하게 여기며 지나치지 말고 더 소중하게 여기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순간을 소중하게’ 내가 살아있는 모든 순간이 내가 사는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언젠가 시곗바늘이 나의 목을 겨누는 날까지 나 역시 소중한 내 삶을 즐겨야하겠다.

[헤모라이프 박천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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