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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무비필> '앤트맨과 와스프'혈우병의 고통과 치료제 개발의 도덕성
김태일 기자  |  saltdoll@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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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02  14: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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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 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일흔 일곱번째

▲ 1편에서부터 경쟁자이자 파트너로 케미를 맞춰 온 앤트맨과 와스프, 중간에 앤트맨이 어벤저스로 외도해 와스프가 삐쳤다.

'앤트맨' 시리즈는 다른 마블 히어로 영화들에 비해 좀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고 느껴진다. 가족과 생물세계에 대한 따뜻한 시선 내지는 사회문제의 본질에 가까워지고자 하는 노력이 그것이라 하겠다.

마블 세계관의 다른 영웅들이 화려한 첨단무기를 장착하거나 거대한 초록색 근육을 키움으로서, 즉 '확장'을 통해 적을 초토화시키는 것에 반해 알다시피 앤트맨은 자신의 몸을 축소시켜 볼 수 없었던 것을 보고 접근할 수 없었던 곳에 다가가 위기를 헤쳐나가는 능력을 지녔다. 카메라워크(물론 CG가 대부분이지만) 또한 다른 히어로들이 천둥을 불러오고 우주로 날아가고 하는 장면들을 담기 위해 무한히 '줌-아웃'을 써먹어야 하는 것과 달리 코딱지만하게 줄어드는 앤트맨을 잡기 위해 '줌-인'을 주로 쓰는 건 이 영화만의 특징이자 재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재미가 상상력과 더해져 극대화된 장면이 앤트맨 1편과 2편에 모두 나오는데, 바로 앤트맨(그리고 엄마 와스프)이 위험을 무릅쓰고 무한히 작아져 양자영역(Quantum Realm)으로 들어가는 장면이다. 사실 상상해 본 적 없었던 것 같다. 사물이 무한히 작아지면 어떻게 될까하는 것 말이다.

▲ 앤트맨이 빠져들어가게 된 양자영역 내부

작품 속에서는 현대물리학의 기본적인 토대 위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시간과 공간마저 무의미해지는' 새로운 공간을 그려냈는데, 코끼리만한 먼지벌레(?)가 떠다니는 중간단계를 거쳐서 빠져들어가는 그 양자영역의 개념과 비주얼은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보여진 블랙홀 내부의 모습만큼이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더불어 양자영역과 그 곳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능력이 내년에 개봉할 어벤저스4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썰은 이미 많이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사실 오늘 얘기해보고 싶었던 부분은 앤트맨도 양자영역도 아니었는데 서두가 길었다. 오늘 주인공은 바로 이 영화의 메인 빌런(악당? 나쁜놈?) '고스트'(에이바)다. 무리한 과학실험을 하다 벌어진 사고로 인해 체세포가 분자단위로 쪼개졌다 합쳐지기를 반복하는 일종의 병을 갖게된 에이바는 사물을 통과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엄청난 신체적 고통을 겪어야만 하는 신세다. 게다가 쉴드(마블 세계관 내 첩보기관)는 그런 그녀의 능력을 이용해 고스트라는 요원으로 스파이활동에 써먹기만 할 뿐 치료에는 관심이 없어 그녀의 삐뚤어짐은 극에 달하게 된 것.

▲ 고스트는 원래 코믹스 원작에서 아이언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빌런인데 영화 앤트맨 시리즈에 결합되어 등장, 새로운 메시지와 가능성을 던졌다.

"난 늘 고통받아왔어" 라며 병의 치료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 고스트는 두차례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으려 한다. 하나는 연구소를 손에 넣기 위해 앤트맨의 어린 딸을 납치하려 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치료에 필요한 양자에너지를 추출하기 위해 엄마 와스프가 존재하는 양자영역에 균열을 내려 하는 것이다. 그때마다 이제껏 고스트를 돌보고 치료를 위해 함께 해온 빌 포스터 박사는 "널 고쳐줄거야, 그러나 그런 식으론 안돼", "다른 방법을 찾지 않으면 널 돕지 않겠어"라고 도덕성을 내세우며 고스트를 저지한다.

혈우 환우들의 신체적 고통은, 특히 치료제가 없던 시절 수박만하게 부풀어오른 관절을 동여매고 끙끙 참아내는 것 밖에 할 게 없던 시절의 신체적 통증과 정신적 스트레스는 다른 고통과 비교할 데가 없을 정도이며, 치료제가 개발된 지금에도 만성적인 관절증과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응급상황에 대한 두려움, 사회적 편견으로 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고통과 이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바람에만 집중한 나머지 치료의 안전성과 환자인권, 사회적인 영향 같은 부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혈우사회 스스로가 검열해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몇차례의 혈우병 관련 국제 학술대회에서는 치료제 개발과 임상시험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는 발표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내용적으로는, 임상시험 대상에 대한 스크리닝(환자선별)을 너무 까다롭게 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도록 하고 있는 문제, 의료현장에 적용하기 힘든 고용량 투여로 환상적인 결과를 유도하는 문제, 임상 유해사례에 대한 명확하지 않은 분석, 유해사례 이후의 사후보상 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 실험실 폭발로 가족을 잃고 병을 앓게 된 에이바를 아버지처럼 거두고 치료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빌 포스터 박사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혈우병 신약 임상시험이 그 종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여럿 시행되고 있다. 근거없는 우려로 혈우병 연구에 걸림돌이 늘어나서는 안되겠지만, 최근의 임상 중 항체발생 사례라든지 "임상 약 투여 후 간수치가 200대까지 수직상승했다"는 한 환우의 이야기는 '합리적 우려'가 수행할 수 있는 긍정적인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제약사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애정과 동행을 기본으로 한, 영화 속 '빌 포스터 박사'와 같은 역할을 우리 혈우사회가 용기내어 할 수 있어야 하겠다.

아...차라리 앤트맨 수트 한 벌 있다면 작아져서 염색체 안쪽으로 들어가 혈우병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대로 돌려놓고 올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앤트맨의 다음 시리즈에는 혈우병 환우를 등장시킬 것을 스탠 리에게 건의해봐야겠다. 윽, 돌아가셨지... 그의 명복을 빈다.

▲ 1922. 12. 28. ~ 2018. 11. 12.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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