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번불콩인터뷰
배하진 군, 혈우병 뇌출혈 넘고 간호사 길로 간다“혈우청년들 소통의 장…기대가 큽니다. 화이팅!”
유성연 기자  |  tjddus@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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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16  00: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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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 청년 배하진 군. 늠름한 모습의 그는 현재 간호학과 3학년생이다.

혈우사회에서 이 친구의 이름을 알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를 잘 몰랐던 이들도 아마 지난 여름캠프에서 ‘좀비신부’라고 말하면 ‘아하! 그 청년!’ 이렇게 머릿속에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렇다. 이번에 만나 볼 번불콩인터뷰(번개불에 콩볶 듯 갑작스럽게 이뤄진 인터뷰) 주인공은 코헴 여름캠프 때 화제를 불러 모았던 배하진 군이다. 하진 군은 올해 여름캠프에서 청년자원봉사단원으로 활동했고, 청년토론배틀에서도 열띤 토론을 펼쳐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주인공이다.

쾌활한 표정과 건강한 모습. 그런데 그는 2년 전에 뇌출혈 증상으로 코헴사무국을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고 한다. 설마~ 뇌출혈?! 이같은 병력을 뒤로하고 지금은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다시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 지금부터 스물둘 청년 배하진의 이름 속으로 들어가 보자.

▲ 올해 8월 코헴 여름캠프의 시크릿가든 프로그램에서 심쿵한 좀비신부 분장을 해서 1등을 차지했다. 여름이 아니라서 작은 사진으로 ^^;;

“안녕하세요. 올해 22살의 청년 배하진(8인자·중증)이라고 합니다. 저희 가족은 부모님과 위로 누나가 한 명 있어요. 그리고 저는 경기도 구리시에 살고 있습니다. ”

유 기자 : 처음 진단은 언제 어떻게 받게 됐나요?

하진 군 : 혈우병 진단은 제가 7개월 때(97년 12월) 아파서 병원에서 진료 받은 적이 있어요. 그때 저를 진료해 주셨던 의사 분이 다행히도 혈우병에 대해 아시는 분이셨어요. 제 상태를 보시고 ‘혈우병이 아닌가 싶다’며 서울에 가서 진단을 받아보라고 말씀해주셔서 병원을 옮겨 진단을 받게 됐고 그래서 알게 됐습니다.

유 기자 : 지금은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하진 군 : 지금은 간호학과에 다니고 있는 대학생이고요. 3학년입니다. 간호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과 부모님께서 ‘네가 몸이 안 좋으니 병원에서 근무하는 게 좋지 않겠냐’라며 권유해 주셨어요. 제가 그 말을 듣고 나서 병원에서 일하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간호사가 되면) 제 주변에 저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친구들을 포함해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친구들을 도와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든 점은 그냥 학과 자체의 일이 많다는 거고요. 하하하 그리고 요즘 제가 두 달 동안 기침을 하고 있다는 거~ 그 외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 2018.9.24-2018.10.05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실습 중 식사시간

황 기자 : 간호학과에 남·여 비율이 어떻게 되요?

하진 군 : 음... 저희 전체 간호학과 학생이 300명 정도 되거든요. 한 반에 40명씩 수용을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남자가 5명 정도 되고 그 외 나머지는 다 여학생이에요. 그래서 남학생들이 더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유 기자 : 많이 추워졌어요. 요즘 건강 상태는 어떤가요?

하진 군 : 평소 건강 상태는 문제가 없고요. 예방차원에서 약만 잘 맞으면 건강한 편이에요. 환절기라 그런지 아까 말씀대로 기침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특별하게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운동 같은 건 없어요. 유지요법은 출혈 때문이라기 보다 예방요법 차원에서 3~4일에 한 번씩 하고 있어요.

유 기자 : 몇 해 전에 뇌출혈을 겪은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하진 군 : 네. 그 당시 좋은 상황은 아니었어요. 제가 2016년 12월 28일에 연말이기도 해서 회식을 했었어요. 회식을 마치고 겉옷을 잊은 채로 걸어서 집에 돌아왔는데 추운 곳에서 겉옷도 안 입고 있던 상태에서 갑자기 따뜻한 곳으로 들어오니까 뇌에 있는 혈관이 수축됐다가 갑자기 확장 되면서 다발성 뇌출혈로 양쪽에서 혈관이 미세하게 터진거에요. 부모님이 바쁘셔서 저 혼자 그 상태로 29일 새벽부터 31일 저녁 12시까지 집에 있다가 나중에 발견하신 부모님께서 제 상태가 이상하다고 보시고 바로 119에 신고해서 병원으로 이송되었어요.

경희의료원으로 갔는데 경희의료원에 전산오류가 생겨버려서 ‘지금 환자를 받아서 수술을 할 수 없다’라고 하더니 ‘새벽 4시까지 기다려야 한다’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병원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1시정도 됐는데 기다리는 3시간 동안 회생이 안될 것 같아서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가서 거기서 입원하고 수술을 받았어요. 수술은 다행히 성공적으로 완료됐고요. 그 뒤로 일주일 정도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고 난 뒤에 일반 병실로 옮겨져서 일주일 정도 더 있다가 퇴원을 했어요. (그 이후로 다른 후유증 증상은 없었어요?) 네. 그 뒤로 다른 후유증은 없고요. 그냥 수술할 때 생긴 흉터가 머리 왼쪽 위쪽에 조금 남아있어요.

▲ 뇌출혈에서 회복한 후 서울장미축제에서

황 기자 : 수술이 혈종까지 제거하는 수술이었나요?

하진 군 : 아니요. 혈종 제거 수술을 따로 받은 건 아니고요. 검사했을 때 다른 이상이 없었기 때문에 머리 왼쪽 위로 구멍을 뚫어서 피만 빼는 시술을 했어요. 제가 3일 동안 피가 고이고 있던 상태였는데도 많이 고이지 않은 걸로 봐서는 정말 운이 좋았던 거죠.

유 기자 : 그 외에 다른 수술경험도 있나요?

하진 군 : 네. 예전에 왼쪽 발목에 동위원소 치료랑 발목뼈가 갈고리 식으로 자란 게 있어서 갈아낸 적이 있어요. 그 당시엔 아픔을 참았던 것 밖에 기억이 안 나서... 전신마취를 했는지도 잘 생각이 안 나네요.

유 기자 : 우리 환우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게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하진 군 : 사실 저도 어릴 적에 왼쪽 발목을 자주 다친 것 외에는 지금까지 크게 아파본 적이 없는데요. 음... 예방차원에서 주사만 잘 맞아도 따로 급성 출혈 같은 건 생기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소에 규칙적으로 예방을 잘들 하셨으면 좋겠어요. 걱정이 되는 것은 예전에 약이 없을 때 관절이 많이 상하신 분들도 계신데요.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꾸준히 근육을 키워주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 절친 주희 간사와 함께

유 기자 : 혈우병으로 가장 힘들었을 때가 있었다면?

하진 군 : 하하하 힘들었을 때요? 혈우병으로 힘들었다고 하기에는 좀 애매하긴 한데요. 제가 어렸을 때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특이하게 다르다고 생각하고 배척한 게 있기 때문에 혈우병을 약간 숨겨왔었거든요. (혈우병을) 밝히면 받아주는 친구도 있고 안 받아 주는 친구도 있었을 때, 그런 걸 잘 견뎌낸 후엔 딱히 힘든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원래 잘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만한 일들도) 하루정도면 다 털어내고 잊어버리거든요. 오히려 제가 신경을 안 쓰는 것 때문에 저보다는 제 주변 분들이 더 스트레스를 받으시는 것 같아요. 하하하

황 기자 : 혹시 사회생활을 하면서 혈우병을 알리고 생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아니면 숨기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하진 군 : 제 의견은 혈우병이라는 것을 숨기는 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혈우병이라는 걸 숨겼다가 나중에 피치 못할 일이 일어났을 때, 빠른 처치가 안 될 수도 있고요. 사람들이 거기(응급상황)에 대해 대처하지 못하면 큰일까지 번질 수가 있기 때문에 숨기지 않고 생활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유 기자 : 취미활동과 여가시간 활용은 어떻게 하고 있어요?

하진 군 : 제가 대학교 1학년 때까지는 피규어 같은 것을 직접 만드는 작업을 좋아했었는데요.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부터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관계로 인터넷에서 웹툰이나 만화를 보는 정도로 여가시간을 활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친구만나는 걸 좋아해서 주말에 시간이 날 때는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요.

▲ 올해 9월 주희 준우 군화 등 친구들과 함께 세빛섬 한강공원에서

유 기자 : 결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하진 군 : 어떤 피치 못할 사정이 발생하였을 때 배우자가 옆에 있으면 그것을 빠르게 잘 처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결혼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결혼 시기는... 음... (황 기자 : 졸업하고 바로 해야죠?) 하하하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요, 요즘 취업난이 심하다보니 졸업과 동시에 취업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빨리하는 것도 좋겠지만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많이 이야기해보고 정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유 기자 : 지금하고 있는 일과 연관 지어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요?

하진 군 : 음... 지금 당장의 계획도 못 세우고 있는지라~ 현재로서는 제가 전문 간호사나 국제 간호사 쪽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토익 준비를 하고 있는 것 외에는 계획을 따로 생각해 본적은 아직 없어요. 전문 간호사를 하려면 병원에서 일한 경력이 3년 정도 있어야 하고요. 그 다음에는 대학원에 가서 전문 과정을 받아야 간호사증을 받을 수가 있어요. 국제 간호사의 경우도 2~4년 정도의 경력이 있어야 면허증을 받을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국내에서 간호 일을 하거나 외국에 나가서 일을 하고 싶어도 임상 경력이 없으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보고 그렇게 되려면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유 기자 : 여행 좋아해요? 기억에 남는 여행이 있다면 얘기 좀 해주세요.

하진 군 : 여행을 되게 좋아합니다. 하하하. 제가 친구들이랑 여행을 간 횟수가 4~5번 정도 되는 것 같은데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에 반 친구들 20명이랑 같이 강촌으로 다녀왔던 여행이 제일 기억이 남아요. 성인이 되자마자 갔다 온 여행이라 고기 구워 먹으면서 술도 마셨던 기억이 지금까지도 남아있어요. 지금은 그 친구들 일부가 군대에 가 있어서 휴가 나오면 보고 있어요.

유 기자 : 만약에 간호학과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다른 쪽으로 도전해 보고 싶었던 분야가 있었나요?

하진 군 :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과학분야를 좋아했어요. 화학분야를 많이 좋아했구요 생명분야도 좋아했어요 두가지 다 열심히 공부해서 1등급도 맞았었어요. 되게 뿌듯했죠. 아직도 자연과학에 대해서 더 배우고 싶었던 욕심이 있어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과학분야에 대하여 도전해 보지 않았을까 싶어요.

유 기자 : 하진 군의 버킷리스트 세 가지를 꼽는다면?

하진 군 : 첫 번째는 저랑 마음이 맞는 친구랑 여행을 하고 싶어요. 요즘 사람들이 다들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데, 저는 친구랑 간단하게 차 한대만 끌고 전국을 다 돌아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두 번째는 제가 어렸을 때 외에는 운동에 관해 더 이상 도전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혈우병이라는 신체적 특성을 넘어서 한 가지 스포츠에 집중에서 어떤 대회 같은 것이 열리면 거기에 나가서 매달을 따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그리고 마지막은 음... 따로 생각해 본 게 없는데요. 이번 여름캠프를 통해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낀 건데요. 제가 그동안 혈우사회 청년들과 따로 소통을 한 적이 없었어요. 소통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고 같은 질환을 가진 환우들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조언해 줄 것이 많다고 생각해요. 물론 청년회장님이 잘 이끌겠지만 청년들끼리 많이 모여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유 기자 : 그럼, ‘혈우 청년회’ 발족에 대한 응원의 영상 메시지 부탁해요.

▲ [영상 메시지] "청년회의 활동에 기대가 큽니다"

# # #

뇌출혈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며 하진 군의 경험담을 진진하게 들었다. 혈우병을 가지고 있는 환우들에게 치명적인 출혈임에도 하진 군은 잘 버텨냈고, 힘든 고비를 잘 넘겼다. 다들 천운이라고 표현했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혈우사회뿐 아니라 이 세상에 그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됐다. 인터뷰를 나누는 동안 난해한 질문에도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고 자신 있게 말하는 모습을 보며 매우 설득력 있는 표현과 표정이 인상 깊게 남았다. 특히 싹트고 있는 코헴 청년회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았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간호사의 역할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점도 느껴졌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 번 혈우사회의 밝은 미래가 그려진다. 하진 군의 앞날을 위해 힘찬 박수를 보내며…

[헤모라이프 유성연 황정식 기자/ 현장 사진영상=황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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