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짱구’의 여자사람 친구 엉뚱이야

몇 해 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습한 여름을 빨리 보내고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서둘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쯤.... 그 계절은 오지 말라고 해도 찾아오고 있었지.

‘짱구(혈우병을 갖고있는 내 남자사람 친구)’와 여름을 보내면서 어떤 일들이 있었나 하나둘 떠 올려보니 이것저것 많네?

△영화도 볼 겸 극장에서 피서 즐기기 △땀 때문에 손바닥에 습진이 생겨도 늘 깍지 끼고 다니기 △내리쬐는 태양열로 머리는 뜨거웠어도 광화문 고궁 전부다 순례하기 △청계천 다리 밑에 앉아 물에 발 담가보고 발사진 찍기 △대한민국의 젊은이가 ‘다 모여 있다’는 혜화역부근 ‘맛집’을 찾아다니며 입 호강하기 △짱구 녀석 덕에 KTX 열차타고 대구까지 논스톱으로 고고고고~~~ 여행해보기 △2층 시티투어 버스타고 대구시네 관광(대구에서 칠칠맞게 핸드폰 공원에 흘리고 잃어버린 줄 알고 찾아 해매며 짱구 속 태우기도 했다는~ㅋ) 그래도 항상 짱구가 옆에 있었기에 마음만은 든든했고 걱정거리 없었지.

나에게 짱구는, 필요하면 뭐든 쭉쭉 뻗어서 내 앞에 떡하니 가져다주는 ‘만능 가제트 팔’이었고 고장난 거 있음, 몇 번 뚝딱거리다 해결해주는 ‘맥가이버’ 역할까지 해줬지. 이런 걸 바로 ‘천생연분’이라 하는 거지? ^^

그러나, 짱구도 못하는 건 하나 있어. 바로 ‘노래’였지. 노래방 한번 가자고.... 그리도 애원하고 애원했건만 튕기는 이유가 있었어(ㅋㅋㅋ).

노래가 밥 먹여 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노래까지 잘하면 올 100점을 줬을 텐데, 아쉽게도 -10점을 뺀 90점. 짱구의 ‘노래 18번’은 매번 들어도 제목이 기억 안 난다. ㅠㅠ

음.... 같은 세대를 살아왔지만 노래만큼은 나보단 좀 ‘올드하다’고 해야 하나? 암튼 짱구의 취향이니 인정 해줘야겠지. 우리가 노래방을 가는 날은 늘 나의 ‘콘서트 무대’를 방불케 할 만큼 나 혼자 목이 터져라 부르고 나온다. 이런 나의 노래를 짱구는 ‘좋다’며 ‘생 라이브로 듣고 싶다’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늘 애원 하지(하하하).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했던가....? 짱구의 계절이 쓸쓸하지 않도록 노래 몇 곡을 핸드폰으로 녹음해서 휘리릭 날려줬더니 ‘밤에 잠들기 전에 자장가’로 하나씩 듣고 잔다나(좋아 좋아)....?!

내가 짱구에게 선물해준 노래는 △거미의 님은 먼곳에OST △한마음의 갯바위 △남진의 님과 함께(요건 동영상 찍어서 준거임) △김수희의 애모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이외 몇 곡이 더 있었는데(가물가물 생각이 띄엄띄엄)....

가수의 노래들도 많건만 반주도 없이 부른 노래를 이어폰 사이로 듣고 또 듣는 게 좋단다. 짱구는 어려서부터 ‘몸 상태가 안 좋은 날’에는 홀로 집에서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을 면서 컨디션 조절을 하곤한다.

학교에서 ‘1년 동안 한 번도 안 빠지면 주는 개근상’을 부러워 해본적도 있다. 지금은 개근상보다 더 값진 건 튼튼한 몸이라고 시간이 있을 땐 늘 운동을 하려고 노력한단다. 부정보다는 긍정적으로, 포기보다는 희망으로,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 또 다른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게 짱구의 진짜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숫자는 해마다 또 돌아오건만, 지나가 버린 년도는 돌아오지 않는다. 과거가 되어 버린 ‘년도’처럼 사계절도 어김없이 돌아오겠지만, 추억이 스며있던 시간과 장소는 옛 기억만큼은 못하겠지....

짱구는 늘 “희망이 있으면 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즉, “희망을 놓지 말자고”.... 이건 나를 포함한 혈우병 환우분들을 다 포함한 말과도 같을 듯~싶다. 오늘도 짱구와 저녁 마무리는 ‘톡’으로 끝내지만, 내일이라는 시간이 있기에 바이~~바이 해본다.

3편은 여기까지입니다. 짱구가 좋아한다는 저의 라이브~는.... 여러분의 희망이 꺼지지 않는다면.... 언젠가.... 꼭~~~ 들어보실 수 있을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