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어반플루토 갤러리에서는 독특한 전시회가 열렸다. 그리고 그 전시회 멤버 중 한 명으로 혈우환우 김민기 군이 있었다.

'글 전시회'였다. 제목은 '그래도, 나의 서사'

올 초, 글쓰기 강연을 같이 들었던 청년들이 이후에도 계속 교류하고 글을 쓰고 싶어 '이음'이라는 모임을 결성하고 이 가을에 글 전시회라는 유니크한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음' 측은 초대 메시지를 통해 "글을 씁니다. 그리고 글을 쓰던 이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글로 이어진 사람들, ‘이음’이 생겼습니다. 서로의 서사를 글로 공유하던 시간을 넘어, 아직은 낯선 당신에게 글을 나누고자 작은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의 서사’는 괴로웠던 어느 저녁, 작지만 기뻤던 일들, 소소한 고민과 내가 바라보던 사람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했던 것들 말이죠. 우리는 사적이지만 소중한 것들을 모아 한 글자씩 써 내려 갔습니다."라며 일상에서 글쓰기하는 즐거움에 대해 밝혔다.

전시회장은 갤러리 한켠에 멤버들의 글이 일러스트와 함께 출력되어 자유롭게 붙어있었고, 프로젝터로 벽면에 영사되고 있는 작품들은 조용한 가운데 그 공간의 자연스런 먼지들과 함께 사색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관람객들은 하나하나 꼼꼼히 작품을 읽어내려갔고 몇몇은 작가에게 주는 꽃과 선물을 작품 옆에 놓고 가기도 했다. 작가들은 갤러리 입구와 인근 커피숍에서 찾아온 손님과 대화를 나누며 일상 속의 작은 이벤트를 즐겼다.

'이음' 멤버 중 한 명인 김민기 군은 "원래는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휴대폰 메모장을 이용했었는데, 모임에 들어온 이후로는 긴 글도 메모장에 적게 되었다"면서 "2년 전 쯤부터 뭔가 떠오른다 싶으면 싶으면 바로바로, 대중교통 이용 중에도 쓰고 가끔 SNS에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 올리기도 한다"고 평소의 습관에 대해 이야기했다.

▲ 김민기 군

김민기 군은 '글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에 "사람은 계속 변하는 것 같아요. 스스로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생각하는 구조나 흐름, 중요시하는 부분들이 바뀐다는 걸 느낍니다. 제게 글은 현재 나의 생각들을 정리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나서 다시 글을 읽으며 과거의 나를 보는 것이죠. 아, 이 때의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일기를 쓰는 심정과 비슷한 게 아닐까 싶어요."라고 답했다. 민기 군은 혈우병 환우단체 한국코헴회의 월간소식지 '우리코헴'지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고요, 민기, 슬아, 윤오, 은우, 지은, 효린 작가가 함께 했다.

▲ 민기 군의 글 '달밤' (클릭하면 확대)

▲ 민기 군의 글 '증손자에게 보내는 편지' (클릭하면 확대)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