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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3색] 혈우사회 뒤켠에 처박힌 미제들시급히 서둘러야 할 ‘성인환자들’의 충족요건 확보
윤정필 [기고]  |  webmaster@hemophil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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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12  04:5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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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사회 뒤켠에 처박힌 미제들

알 듯 모를 듯. 혈우사회에 깊숙이 덮어놨던 미제들을 하나둘 꺼내 들어보면,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화가 날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는 부분도 있고,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기도 하다.

“녹십자는 혈우병환자들을 위해 연간 수십억씩 사회에 기부하고 있는데... 왜 비판이 나와?”
“박스앨타는 혈우병환자들의 치료근간에 획기적으로 기여 했는데... 왜 욕먹어?”
“화이자의 진타 솔로퓨즈는 가장 빠른 치료가 가능한데... 왜? 재단에서 처방이 안 돼?”
“혈우재단은 혈우병환자들을 위해 설립됐고 재정 투명성도 손에 꼽힐 정도로 낱낱이 공개돼있는데... 왜 환자들에게 비난을 가장 많이 받지?”
“코헴회는 환자들끼리 서로 돕고 자활을 목적으로 설립됐다는데... 왜 자기들끼리 싸워?”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을 듯 하면서도 서로 가위바위보처럼 얽혀있는 혈우사회의 미제들이다. 위의 미제들을 단편적으로 생각하고 풀어 버린다면 이처럼 종결될 수도 있다.

“녹십자는 재단지원을 중단하고 다른 소외계층에 기부하던지 별도의 의료법인에 지원해서 자사의 치료제를 투여하는 환자들을 더욱 열심히 지원하면 된다. ”
“박스앨타는 자체적으로 공급하고 직접 판매하면 된다.”
“화이자의 진타 솔로퓨즈는 재단 의사가 그냥 처방만 하면된다(재단 약품심사평가회의를 통과했으므로 별도의 절차가 필요없다).”
“혈우재단의 운영을 환자단체가 직접하면 된다”
“코헴회는 각자 뜻을 같이하는 환자들끼리 모여서 각자의 생각대로 운영하면 환자들의 복지도 폭넓게 다양해지고 충돌도 없어진다.”

모든 게 이처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도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건 절박한 심정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 내가 혈우병을 가진 환자라면?

간혹 “환자들이 너무 때를 쓰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해본다. 심지어는 “혈우병이 무슨 벼슬이라도 되냐?”고, 가슴부터 목구멍까지 솟구쳐 오르기도 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 뱉지는 못한다. 그런데 말이다. 곰곰이 환자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면 조금 이해가 가는 구석도 있다.

육체적인 고려 ▲정부가 안전하다고 발 벗고 나선 에이즈 환자의 혈액으로 만들어진 혈우병 치료제 ▲혈우병 환자 중 50%가 C형간염에 걸려있다고 발표한 혈액학회 논문 ▲느닷없이 뇌출혈로 사망 혈우병 환자들 ▲혈우병성 관절염으로 인한 보행장애(지체장애) ▲혈우병 치료 중 가장 현명하다며 장려하는 예방요법. 그것은 2-3일에 한 번씩 피부와 혈관을 뚫고 주사바늘을 밀어 넣는 치료방법. 그것도 살아있는 동안 평생 ▲숨 쉬는 것 마저 통증으로 느껴지는 갑작스러운 관절 중증출혈. 그것도 이유없이 찾아오는 자연출혈 ▲알려진 온갖 방법으로도 지혈이 안되면 치료제 투입 중단(새로운 방법으로 치료제를 투입하거나 매뉴얼 범위가 넘어선 치료제 투입은 심사평가원으로부터 삭감대상) 등.

심리적인 고려 ▲어머니가 매개체가 되어 아들에게 병이 발생한다는 반성유전, 혈우병. 때문에 시댁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갈등발생. ▲환자의 나이가 사춘기 되면 간혹 찾아오는 어머니에 대한 원망 ▲다른 친구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체육활동에서 항상 열외 되고 왕따 되는 학창시절 ▲장거리 여행의 필수품 1호는 약가방 ▲정작 환자인 당사자는 괜찮다는데도 주변에서 중환자 취급하는 과잉배려 ▲처가에게 말 못하고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기혼 환자들 ▲여자 친구에게 사랑한다는 말 외에 또 다른 고백이 필요한 미혼 환자들 ▲군면제 사유를 밝혀야 할 취업전선 ▲평생 또 다른 마음의 짐을 어깨에 올려야 하는 보인자 딸을 둔 환자들 ▲2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재산조사(환자가구나 보호자 가구의 재산 또는 소득이 일정부분이 넘을 경우 국고지원 탈락) ▲학업이나 이사 전입전출시 고려해야 할 지리적 위치와 병원위치, 해당병원에 사용하는 치료제처방이 가능한지 점검 등.

물질적인 고려 ▲집 한두 채 팔아보지 않은 환자가 없다는 1970년 이전 출생자들(치료제는 그 이후 만들어졌다) ▲치료제는 보험 적용된다 해도 비급여 치료는 자부담 ▲국고지원에서 탈락한 경우 발생되는 치료비, 연간 수 백 만원 본인부담 ▲출혈방지 안전용품 보장기구 필수구비 의료용품 ▲혈우병을 숨기고 들어야 하는 사보험비 등.

이런 ‘고려의 대상’은 환자 연령별 편차가 존재한다. 환자 나이가 많을수록 장애인이 많고 집착도 강하게 나타난다. 정신적 육체적 물질적으로 손해도 크다. 최근까지도 혈우병환자 치료는 소아에게 집중됐고 성인 환자들은 등한시 되어 왔다. 연령제한 치료제 처방도 있었고 연령별로 보험급여 처방량도 달랐다. 예방요법도 소아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졌고 아이에 대한 관심은 사회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이에 반해 정작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성인 환자에 대한 관심은 싸늘했다. 보호자 없이 혼자 살고 있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이들의 필요부분을 충족시켜 줄 곳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도 모른다. 당연히 성인 환자들은 보상심리가 크고 자신들이 살고자하는 본능적 행위들이 강하게 표출되기도 한다.

◇ 더 늦기 전에 성인환자들의 ‘보상심리’ 충족시켜줄 창구 마련해야

여기서 잠시 심리학 개론을 들춰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지 않은 일을 겪게 되면 어떤 형태로든 뭔가의 보상을 받고 싶은 본성이 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당연한 것이다. 이것이 보상심리의 개요인데, 이 때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게 되면 비논리적인(일반인관점에서) 행위나 주장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잃은 만큼 남들도 잃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도 하고, 내가 겪은 고통을 상대가 겪지 못해서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되면 상대를 내가 겪은 고통의 수위만큼 고통을 겪게 하고픈 충동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런 심리는 특이한 게 아니다. 인간의 너무나 자연스러운 본성인 것이다. 이런 이해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 국가가 또는 혈우재단이 생각하고 있는 치료지향 목표가 모두 소아환자에게 맞춰지지 않았는지 검점해야 한다.

현 혈우사회에서 ‘성인환자들’에 맞춰진 프로그램은 어떤게 있을까? 놀랍게도 이런 보상심리를 충족시켜줄만한 아이디어는 다른 곳이 아닌, 환자들 스스로가 만들고 있다. 코헴회 주최의 청장년워크숍도 해를 거듭하면서 참여자가 늘고 규모가 커지는 것도 이유 중에 한 가지일 것이다. 지회모임도 마찬가지이다. 청장년들이 나서게 되면 지회에서 부모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심리학적으로 분석해보면 성인 환자들이 모이면서 구심점이 생기고 그 힘은 배가된다.

더욱이 2016년 한국코헴회 새임원단을 살펴보면 100% 성인 환자들로 구성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코헴 역사상 최초라 한다. 한동안 환자의 보호자(어머니나 아버지)가 임원단의 절반까지 차지한 적도 있었지만, 이번엔 온전하게 환자들로 구성됐다. 나아가 이달에 코헴회는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게 된다. 누가 되느냐에 따라 혈우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단체들은 환자들의 ‘분출창구’를 더욱 크게 마련해야 할지도 모른다.

윤정필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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