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 환자가 사회생활을 하기에는 단지 몸이 아파서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로 힘든 것이 많다. 회사에 취직하려고 할 때 혈우병이라고 밝히면 면접관의 표정이 굳어지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혈우병 환자들은 자신의 질병 내력을 숨기고 원서를 넣는 것이 대다수이다. 물론 성인이 된 혈우병 환자는 자신의 행동 제약을 잘 알고 있기에 다른 사람보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더 열심히 일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차이로 보통 혈우병 환자는 직장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으로 인정 받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혈우병은 중대 질환이고 이것을 속이고 입사하는 것은 해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보험에 대해서는 더욱 심각하다. 사실상 혈우병 환자가 들 수 있는 보험은 거의 없다. 매번 해외에 나가기 위해 필요한 여행자 보험도 약관을 읽어보면 문단 처음부터 혈우병 환자의 가입은 불가능하다. 도대체 이러한 기준은 누가 만든 것이며 단지 ‘건강하지 못함’을 판단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이 어떤 불의의 사고로 인한 것이나 본인의 불찰로 얻은 후천적인 질환이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혈우병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필리핀의 알리아는 혈우병 환자이자 뇌전증을 앓고 있는 남편을 둔 사업가이다. 그녀는 단지 혈우병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함과 그렇지 않음을 판단한다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한번쯤 생각해 보았을 혈우병과 건강의 기준,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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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은 만성적인 병력이나 태어나면서부터 병이 있어 보험 등록이나 은행 대출을 거부당하는 사람인 혈우병 환자, 내 남편이다. 물론 나는 이것을 다른 관점에서 보려고 노력한다. 물론 여러 관점에서의 의견이 필요한 문제이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투쟁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써 건강이나 생활 방식에서 일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 즉 사전 정의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부정하는 이유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 내가 관리하고 있는 회사도 그렇고 나의 남편의 경험으로 잘 나타나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이러한 사람들의 사망률만 알아보아도 잘 알 수 있다. 보험 회사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돈을 벌기 위하여 고객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말한다. 사망 위험이 높은 고객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은 보험 회사로서는 큰 위험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적인 관점에서 보험회사의 혈우병 환자의 등록 거부는 합리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 '건강하다'라는 기준은 무엇일까? 혈우병이기만 하면 건강하지 못한 것일까?

이렇게 사회에 널리 펴진 정책의 전제는 ‘건강한’ 경우에만 보험에 가입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건강 상태가 좋음을 알리는 지표에 적합한 건상 상태를 가지고 있다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흡연자나 운동을 통한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또한 회사는 모든 신체 활동이 정상 범위 내에 있는지를 보장하기 위해 전체적인 신체 검사도 요구하고 있다.

혈우병 환자는 혈액 검사와 같은 간단한 검사만으로도 다니고 있는 회사에 적의를 품기에 충분하다. 일반적인 회사는 혈우병 환자가 좋은 건강 상태에 있더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법적인 책임의 소지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어떻게 하든 거부를 하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건강을 잘 관리하여 몸이 좋은 사람이나 엘리트 운동 선수라 하더라도 혈우병이라면 완치되지 않는 이상 변하지 않는다.

보험이라는 것은 현대 경제에서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 위하여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여러 관점에서 볼 때 혈우병과 같이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은 경제적으로 건강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전적으로 거부 당하고 있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혈우병 환자는 재정적인 문제를 겪지 않는다 하더라도 보험을 들 수 없어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걱정에,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없는, 현대 사회의 시스템을 이용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보험을 통한 미래의 재정적인 문제 해결에 도달하지 못하였다고 슬퍼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재정적인 능력만이 인간적인 삶을 사는데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경제적인 문제가 삶의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게다가 만성 질환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더욱 돈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즉, 혈우병과 같은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건강 유지와 행복한 삶을 사는 데에 재정적인 능력이 크게 작용한다는 말이 된다.

▲ 보험회사의 말만 들어본다면 아주 그럴듯하며 매우 필요한 사회적 안전 장치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혈우병 환자에게는 이러한 것들이 전혀 해당하지 않는다.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말라. 나는 사업가이며 영리를 위해 행동하는 회사의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다. 단순한 통계 자료나 반인륜적인 행동으로 경제나 삶에 악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경영 방식에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렇게 회사의 이익과 한 인간의 삶의 이해 관계가 충돌하는 데에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즉, 과거의 일반적인 기준과 함께 개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는 것보다 그들의 미래와 심적, 육체적인 건강을 고려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공평한 접근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의 건강을 결정하는 것은 신체적인 결과 수치가 아니라 개인의 환경도 고려한 보다 큰 범위에서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만성 질환과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사회의 생산적인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좀 더 포괄적인 기준을 통해 그들을 대하는 것이 그들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사람들도 그들이 흔히 말하는 ‘정상적인’ 사람들이 쉽게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 기업이라는 것이 영혼 없이 돈만 버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알리아 쟈리엘(Alliah Czarielle), 짧게 쟈(Cza)라고 불리는 그녀는 혈우병과 뇌전증을 앓고 있는 사람의 생명의 파트너이다. 그녀의 꿈은 예술, 공예 그리고 훌륭한 보석과 강력한 기업가 정신에 대한 열정을 추구하면서 가족과 함께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는 것이다. 그녀는 정신질환자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권리와 지원을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헤모라이프 황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