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번불콩인터뷰
“장애 아이들과 호흡하며 삽니다”
특수교사 최규호 환우
“여자 친구 없는데... 이상형은 강아지상이에요 하하하”
유성연 황정식 기자  |  tjddus@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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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23  03:5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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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솔릭의 상륙으로 전국이 뒤숭숭하다. 바로 며칠 전만 하더라도 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날씨를 두고 기상청은 기상관측 이래 역대 최고 기온을 갱신했다며 하루가 멀다하게 방송을 해댔고. 많은 이들은 비를 기다렸다. 진짜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무더웠기 때문이다. 외부 활동은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푹푹' 찌고, 이글거리는 아스팔트는 SF영화처럼 곧 솟아오를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한들 태풍 솔릭의 상륙은 그리 달갑지 않은 게 바로 우리들의 간사함이 아닐까?

오늘 싣는 인터뷰는 8월 초 폭염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진행되었다. 뙤약볕이 내리쬐던 그날. 서초동 코헴 사무실 근처에서 인터뷰가 잡혔다. 전철역까지 걸어가는 10분이 그날따라 왜 이리 멀어보이던지...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은 초등학교에서 장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35살의 총각 선생님이었다. 활동이 많지 않아 자신을 알아봐 주는 분들이 없을 거라며 인터뷰 내내 “재미가 없으면 어쩌냐”며 걱정이 된다는 그의 이야기를 시원한 냉커피 한 잔과 함께 들어보자.

▲ 혈우환우 최규호 씨, 그는 특수교사로 장애아이들을 지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수원에서 살고 있는 35살 최규호(혈우병A·중증)라고 합니다. 부모님과 남동생 한 명이 있는데, 지금은 결혼해서 잘 살고 있고요. 동생은 건강합니다.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까지 영주에서 살았고, 천안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수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유기자 :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규호씨 : 제가 대학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했어요. 그래서 졸업한 후에 수원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지적장애학생들과 자폐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특수교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을 한지는 지금 10년째 되고 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장애인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그때부터 사회복지학과를 가려고 생각 했었어요. 그때 제 주변에 이런 일을 하고 계시는 지인이 계셨는데 그분께서 “사회복지학과를 가기보다는 특수교사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라고 조언 해주셔서 지원을 했어요. 그렇게 합격 하면서 지금까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었어요.

유기자 :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요?

규호씨 : 음... 장애 아이들이라 생각도 없고, 문제도 많을 거라 생각하실 텐데, 아이들을 보면 볼수록 정상 아이들보다 좀 느린 것뿐이지, 아이들도 다 꾀가 있고, 생각도 있지요. 싫은 것을 표현하는 것이 일반아이들과 좀 다른 거죠. 저는 그런 장애학생들이 자기 표출하는 것을 알아듣거나 했을 때 거기에 대한 만족도가 생기는 것 같아요.

▲ 장애학생들과 비장애학생들이 함께하는 수업시간 모습
▲ 현장체험학습 갔을 때 모습

유기자 : 교육과정 속에서 난관에 부딪혀 본적이 있나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규호씨 : 아무래도 행동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일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 또는 괴롭힘을 당하거나 하는 문제가 생기면 좀 힘들긴 해요. 아이들이 문제 행동을 일으켰을 때 전부다 받아주거나 그것을 계속 크게 키우기보다는 없어지거나 줄여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많이 맞추고 있어요.

유기자 : 일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해소하는지?

규호씨 : 보통은 저를 잘 알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는 편이에요. 제가 어디를 막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집에서 영화를 보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달래는 편이에요.

▲최규호 씨의 업무책상... 사례점검, 교육과정 등 둘러봐야 할 업무가 적지 않다.
▲ 규호씨는 요즘 캘리그라피에 푹~ 빠져있다. 붓펜을 들고 한 획~ 한 획~ 그려나가다 보면 이렇게 예쁘게 완성된다.

유기자 : 요즘 가장 관심 있는 건?

규호씨 : 학교일 말고는 아이패드! 붓 펜을 가지고 글씨를 쓰는 캘리그라피에 좀 관심을 갖고 있어요. 제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손을 놓다보니까 안하게 되었는데, 취미 미술로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어요.

유기자 : 이것만은 꼭 해볼테야!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 꿈 그리고 소망은?

규호씨 : 디자인이나 예체능 계열... 아마 제가 못해봐서 아쉬운 점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커피도 좋아해서 바리스타에도 도전해 보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 제가 하는 일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봐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한 40~50대가 되었을 때, 제가 이쪽에 관련된 언어치료나 미술치료 쪽 일을 계속 할 것 같아요.

▲ '신동 까페거리' 한번 가보세요~ 맛집이 많이 생겼어요 ^^

유기자 : 수원에서 산 지 오래되셨다고 했는데, 지역 핫 플레이스를 소개한다면?

규호씨 : 하하하... 수원하면 수원성 주변에 있는 까페나 시장이 좀 유명한 편이에요. 이쪽은 저도 자주 애용하고 있어요. 최근에 '신동 까페거리'라고 조그맣게 생긴 게 있어요. 까페는 물론 맛집 음식점들이 많이 생겼어요. 많이 시끄럽지 않고 조용한 편이라 친구들과 만날 땐 저도 자주 가고 있어요.

유기자 : 추천하고 싶은 다른 지역 여행지가 있다면?

규호씨 : 여행은 제가 좋아하지는 않는데, 누군가 같이 가자고 하면 그냥 따라가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부모님과 작년에 대마도에 갔다 온 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일본 오키나와를 갔다 온 적이 있었어요. 관광위주로 돌아다니는 것보다 휴양지 위주에서 수영하면서 편하게 즐기는 게 저하고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때 날씨도 너무 좋았고, 바닷물도 깨끗해서 맘에 들었어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오키나와 여행갔을 때 모습
▲여행에 익숙하지 않아서 많은 곳을 다녀보지는 못했답니다.

유기자 : 사귀고 있는 이성은 있나요?

규호씨 : 하하하 지금은 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이상형은 따로 없는데, 강아지 상이라고 해야하나요?(하하) 웃는 얼굴이 예쁘고 조용조용한 스타일이 좋더라고요. (유기자 : 연예인 중에 비슷한 스타일이 있나요?) 하하하 연예인 중에는 따로 없어요. 결혼도 제 병에 대해서 오픈했을 때 저에 대해서 이해를 해주고 받아들여 주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유기자 : 규호씨도 수술한 곳이 있다던데요? 수술 후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셨나요?

규호씨 : 네. 양쪽 무릎 관절경을 했어요. 왼쪽은 2년 정도 되었고, 오른쪽은 6~7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수술을 하게 된 건 무릎이 자주 붓고 아프다 보니까... 물리치료 선생님께서 재단에서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관절 진료를 받으면서 관절경 수술을 하는 게 좋다고 말씀해 주셔서 (오른쪽)무릎과 발목을 동시에 했어요. 수술 이후 가끔씩 붓기는 하지만 예방요법도 잘하고 있어서 출혈빈도는 예전에 비해서 많이 없어요. 그런데 한 번 출혈되면 좀 오래가는 건 있어요. 그리고 건강관리를 위해서 2~3년간 헬스장을 다니면서 근력운동을 많이 해줬어요. 이번에 실내용 싸이클을 장만해서 이틀에 한 번씩 꾸준히 타고 있어요. 예방한 날은 강도를 좀 높이면서 조절을 하고 있어요.

유기자 : 환우회 참여는 하고 계세요?

규호씨 : 제 성격이 어디를 잘 다니는 편이 아니다 보니... 그동안 그냥 진료 받는 것에만 치중해 왔던 것 같아요. 마지막 캠프도 다녀온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생각도 안 나네요. 코헴 행사에 많이 참여하고 활동도 했었다면 아시는 분들도 많았을 텐데, 그런 점이 좀 아쉽기는 해요.

유기자 : 선배로써, 후배들에게 취업전략과 팁을 소개한다면?

규호씨 : 글쎄요. 우리 혈우병 환우들의 경우엔 활동적이거나 활발한 육체적인 행동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가기 전에 자기만의 길을 확실하게 해서 노선을 잡고 시작 하는 것이 괜찮을 거라 생각해요. 저도 교육학과를 가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신체적인 활동도 있을 수 있지만 ‘할 수 있다’고 생각 했기에 이 한 길만을 바라보고 왔거든요. 아무래도 학과 선택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나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졸업을 해서도 취업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유기자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 부탁해요.

규호씨 : 아~ 어려워요. 제가 활동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저를 아시는 분들이 없으실 텐데... 안녕하세요. 저는 수원에 살고 있고 장애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최규호라고 합니다. 더운 여름에 우리 환우들 건강 유의하시고 앞으로는 코헴회에서 자주 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규호 씨의 캘리그라피 작품

우리 환우들과 인터뷰를 하다보면 인터뷰 시간은 질문 수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여실히 느끼게 된다. 그 차이는 질문 수가 아니라 답변시간이 좌우한다. 오늘 만난 규호씨는 질문공세를 마구 폈지만 인터뷰를 끝내고 보니 평소 다른 환우들 때보다 빨리 끝났다. 규호씨의 조용한 성격과 분위기가 한 몫 한 것이다.

규호씨는 일찌감치 그가 원했던 길을 선택하면서 장애 아이들을 가르치게 됐다. 그 아이들에게 부정과 편견이라는 일반적 시선이 아니라 아이들의 내면을 바라보고 생각하면서 아이들과 동화되어 갔다. 그는 장애아이들을 소개하면서 “정상 아이들보다 조금 느릴 뿐, 생각과 행동에서 나오는 표현은 다 같다”고 했다. 그의 이런 눈높이가 특수교사로서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게 해 준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가 말한 것처럼 먼 훗날 아이들을 보살필 수 없을 때까지 손에서 펜을 놓지 않는 친구 같은 선생님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보며, 인터뷰에 응해준 규호씨에게 감사말씀을 전한다.

“규호씨! 규호씨가 끝으로 한 말처럼 앞으로 코헴회에서 자주 뵙는 얼굴이 되면 좀 더 인기 있는 선생님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하하하)”

[헤모라이프 유성연 기자/ 사진·영상=황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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